날랭이전시일기2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 딜레탕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 딜레탕트 우리 집 책장 맨 아래 칸에는 나와 동생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는 A4 파일철들이 있다. 아빠가 사무실에서 거의 강제로, 그리고 가격 면에서는 반쯤 사기를 당해서 디카와 캠코더를 사 온 이후로 아날로그 카메라들은 먼지 구덩이 속으로 밀려났지만, 나와 루나가 초등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외출하는 엄마 손에는 늘 묵직한 똑딱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엄마는 사진을 인화해서 A4에 풀로 정성껏 깔끔하게 붙인 뒤, 사진마다 사진 속 찰나가 어떤 순간이었는지 정성껏 각주를 달아 놓았다. 나랑 루나는 그 흔적을 열어볼 때마다 흠칫한다. 위에서 내려찍은 우리들의 머리통은 만화 캐릭터처럼 둥글고 거대하다. 그러나 엄마는 그 사진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고 사진 속 순간을 떠.. 2022. 9. 13.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예술의 숙명 / 전시회 후기, 리뷰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예술의 숙명 회랑 가득 땀방울이 넘실거렸다. 마스크 안에 묵직한 더위에 숨이 막혔다. 옆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K는 머리부터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내 질문에, 착한 K는 땀을 닦으며 난 정말 괜찮은데? 하는 표정을 보인다. "괜찮아. 너는?" 한다. 나는 안 괜찮았다. 성큼 다가운 여름 앞에서, 때 늦은 두터운 자켓을 입고. 초현실주의가 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회랑에 서서 더위를 견디고 있는지, 현실감각이 아릿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K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비현실적인 소재와 극히 현실적인 표현방식 앞에서 "우와 이거 진짜 사진 같아!", "우와 저것봐 진짜 그림이 맞아?" 같은 감탄을 쥐어 .. 2022. 4. 27.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