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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랭이영화일기8

[인셉션 - 크리스토퍼 놀란] 일상은 운명보다 위대하다 [인셉션 - 크리스토퍼 놀란] 일상은 운명보다 위대하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위대한 음악가였다. 파가니니, 베토벤 같은 악성( 樂聖)이 되고 싶었고, 스즈키, 하농, 체르니 같은 기본 교재로 연습할 때 유독 심하게 짜증을 부렸다. 서울로 콩쿠르에 나갔던 날, 턱에도, 여린 손가락 끝에도, 굳은살 한 점 박히지 않은 하얀 아이가 1등을 거머쥐는 것을 보면서, 나는 평생 2등에 머물 것임을 깨달았다. 음악가로서 원대한 업적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 선택한 꿈은 검사였다. , 의 주인공들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법률가가 되고 싶었고, 큰 사건만 도맡아 해결하는 대단한 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에 진학하던 해에 로스쿨이 도입되었고 가까스로 2학년 때 법학과를 복전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우여곡.. 2023. 6. 9.
[헤어질 결심 - 박찬욱] 무너지고 깨어짐의 시작. 그리고 끝. [헤어질 결심 - 박찬욱] 무너지고 깨어짐의 시작. 그리고 끝. 시작하기 전에. 작품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들어있습니다. 감상 후 적은 글의 양이 워낙 많아 정리에 시간도 걸렸고, 여기에 영화 유튜버 영민하다 님과의 네시간여의 대화가 더해져 양이 더 방대해졌습니다. 적다보니 완벽하게 구성,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작품의 핵심과 닮았다 싶게도. 미완결인 상태로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는데, 그것은 다른 포스팅에서 계속 됩니다. ~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는 내용의 DM들에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전하고 또 받으면서 했던 생각들은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오래걸릴 것이야 살다보면 최선을 다해도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열정이 .. 2022. 7. 5.
[전주국제영화제 밀란 쿤데라 세션] [농담 - 야로밀 이레시] [밀란 쿤데라 농담에서 무의미까지 - 밀로슬라프 슈미드마예르] 나는 누구인가 [전주국제영화제 밀란 쿤데라 세션] 나는 누구인가 [농담 - 야로밀 이레시] [밀란 쿤데라 농담에서 무의미까지 - 밀로슬라프 슈미드마예르] 삶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때였다.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기억의 궁전이 되살아나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나약함과 우유부단함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었고, 부단히도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짧은 인생에 사정 없이 금가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듯 이명으로 울렸다. 자려고 누우면 밤이 내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서 잠들지 못하고, 살아있으려고 앉으면 깨어나야 마땅한 시간이 지나도 눈을 뜨지 못했다. 겨우 밥을 씹어 삼켜도 속절 없이 모두 게워올렸고, 옷에 담겨 다니는 것처럼 보일만큼 몸이 쪼그라들었다. 바람이 불면 살갗을 찢어버릴듯이 털이 곤두섰다. 무.. 2022. 5. 19.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서사와 스토리 / 쿠키 2개 있어요. 스포 없는 리뷰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서사와 스토리 * 개봉한지 일주일도 안되었지만 아마 볼 사람은 다 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올리는 스포 없는 가벼운 리뷰(혹평 주의) * 2회차 관람을 할 예정이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리뷰를 쓸 일이 전혀 없을 것 같아서 남김 *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비속어, 은어 등이 섞여 있습니다. 불편할 수 있으므로 지기들과의 거침 없는 대화가 불편하시다면 피해주세요. 서사(narrative, 敍事)는 사전적으로는 펼, 차례, 진술할 서(敍)와 사실, 일, 사고를 뜻하는 사(事)를 결합하여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을 의미한다. 서사의 기원은 경험적,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류가 작가의 의도를 내포한 언어들로 허구적 사.. 2022. 5. 10.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상상력을 잃으며 —나래미온느와 머글 아빠— / 영화 리뷰, 후기, 용산 아이맥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상상력을 잃으며 —나래미온느와 머글 아빠— 누가 해리포터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응, 해덕이야-하고 대답해야할지, 아니, 책은 몇 번 읽었는데 해덕까지는 아니고-라고 해야할지, 헷갈린다. 살면서 해리포터 세계관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들 중에 원작 책을 영화화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안 보기까지 한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 나 자신만 빼고. 지금은 영화관이 들어섰지만 내가 밤새 몰래 불을 켜고 해리포터를 읽던 시절에는 우리 동네, 아니 우리 군에 영화관이 없었다. 영화가 개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몇 날 며칠 아빠를 조르고, 꼬드겨, 아빠의 회색 현대 뉴 엑셀 a.k.a. 4333을 타고 광주에 갔다. 인터넷 영화 .. 2022. 4. 26.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 넷플릭스 영화 후기, 리뷰, 추천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정말 봄이 오려는지 요즘 새가 많이 보인다.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어딘가를 부리로 쪼아대고, 고개를 쉼 없이 돌리고, 쉬지도 않고 배로 허공에 물수제비를 토도독 뜨며 날아다닌다. 나무에서 나무로 고꾸라질 듯 활강하다가도 이내 곧 톡 하고 튀어 오르며 멀리 대각선으로 난다. 활주도 없이 작은 날개로 어찌나 금방 날아오르는지, 괜히 대견하다. 창 밖에 이름도 예쁠 그것이 꾈꾈 하고 울고 있다. 4월이 울적한 계절이 된 지 벌써 8년이 되어간다. 4월 16일. 8년 전 나의 생일은 눈물이 가득 채웠다. 생일날 눈을 뜨면 거의 대부분의 순간을 울었다. 손에 물이 닿으면 그 서..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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