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밥 두 공기 (feat.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의 북캉스, 연휴 맞이 담양호 용마루길 산책)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밥 두 공기 엄마는 엄마 집 부엌에 딸린 세탁실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앞집에, 세상에서 제일 먼저 가을이 온다고 말씀하시고는 한다. 단풍이 사방에 내려앉기도 전에 앞집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만 빨갛게 탄다. 붉은 노을이 앉아 주홍빛으로 물든 나락이 가득한 논처럼, 앞집은 사시사철 가을 풍경이 가득하다.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는 그 가옥은, 뭐랄까. 부지런하신 주인 할머니의 자부심이랄까, 그런 공간이다. 머리에 하얀 수건을 단단히 동여맨 할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마루를 닦고, 토방을 쓸고, 마당 구석 구석을 청소하고, 장독을 밝히고, 우물을 씻기고, 심지어 여름에는 우물 주위에 시멘트 바닥의 등을 하얀 솔로 촥촥 때를 밀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앞집 할매..
2022. 10. 5.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나는 무엇을 원했나. 원하는가. / 북리뷰, 책 추천, 북캉스, 책캉스 추천 도서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나는 무엇을 원했나. 원하는가. 비가 부스스 쏟아지던 날이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버스를 타고 급히 서울을 떠나며, 내가 아는 당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가까이 살아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는 할아버지댁에 자주 가지 못해서 추억이 거의 없는데도, 꽤 많은 기억이 쏟아져나왔다. 엄마는 당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할아버지가 4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재직하시며 오토바이로 출퇴근 하셨던 것, 까맣고 멋있는 오토바이 뒤에 수박, 참외, 참조기, 같은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집으로 오셨던 것, 그러다 수박이 톡 도로에 떨어져 쪼개어져 버리면 그것을 노끈으로 동여매 아무렇지 않은척 부엌에 가져다 두셨던 것, 매일 새까만 머리에 포마드를 얹어 한쪽으로 가지런히 빗고 정리..
202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