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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8

[서울의 봄 - 김성수] 우리는 나아간다. 기억함으로써. [서울의 봄 - 김성수] 우리는 나아간다. 기억함으로써. 나는 실제 인구가 3만 명 남짓 되는 작지만 아름다운 고장에서 자랐다. 나와 세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랬듯이, 우리 (초, 중, 고등) 학교는 늘 가던 곳으로만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강천산에 오르고, 금산에서 꽃을 보고. 물론 당시에는 지겨워했지만, 지금은 기억이라는 영화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씬으로 남는 자연의 장면들이다. 가까운 대도시가 광주였던 탓에 광주로도 현장체험학습을 많이 갔는데, 그 시절 내가 보고 느꼈던 대부분의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었던 반면, 광주에서의 현장체험학습에서 본 것들은 강산이 한번 하고도 반 넘게 바뀌는 시점까지도 가장 참혹한 장면들로 남아 있다. 광주(光州)의 5월이 유독 찬란한 것은 비참한 역사의 틈 사이로.. 2023. 12. 15.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Whatever, Wherever, Whenever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Whatever, Wherever, Whenever 하나만. 하나만 줘. 기다란 손톱 밑에 까만 반달처럼 낀 때, 거친 손바닥 위에서 동글동글 까맣게 일어난 굳은살. 턱 밑에 불쑥 나타난 손바닥 앞에서 나는 욕지기를 참고 있었다. 하나만 줘. 붕어빵을 내줄 수는 없었다. 양갈래 머리를 흔들자 거지 아저씨 손바닥에 머리카락 끝이 부딪혔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볼 일을 보고 나온 엄마는 은행 정문을 떡하니 막고 대치 중인 딸과 아저씨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 드려. 붕어빵 더 사줄게. 기름을 먹어 얇아진 하얀 봉투를 부시럭 부시럭 구기며 붕어빵 한 개를 꺼내자, 나래야. 다 드리자. 엄마.. 2023. 4. 21.
[헤어질 결심 - 박찬욱] 무너지고 깨어짐의 시작. 그리고 끝. [헤어질 결심 - 박찬욱] 무너지고 깨어짐의 시작. 그리고 끝. 시작하기 전에. 작품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들어있습니다. 감상 후 적은 글의 양이 워낙 많아 정리에 시간도 걸렸고, 여기에 영화 유튜버 영민하다 님과의 네시간여의 대화가 더해져 양이 더 방대해졌습니다. 적다보니 완벽하게 구성,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작품의 핵심과 닮았다 싶게도. 미완결인 상태로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는데, 그것은 다른 포스팅에서 계속 됩니다. ~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는 내용의 DM들에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전하고 또 받으면서 했던 생각들은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오래걸릴 것이야 살다보면 최선을 다해도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열정이 .. 2022. 7. 5.
[드라마 : 안톤 체호프 단편선] 얼룩 / 북리뷰, 독서 일기 [드라마 : 안톤 체호프 단편선] 얼룩 창문에 조그맣게 얼룩이 번진다. 저걸 어떻게 닦아낸다. 신문지에 물을 묻혀 닦아낼까, 부드러운 천을 가져와서 닦아낼까. 내내 고민하다가 뒤늦게서야 숙고의 결과로 닦아보지만, 풍경 위로 헝겊이 지난 자리가 오돌돌 하다. 그 흔적을 지우려고 닦고 또 닦다가 엉엉 운다. 내 삶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보기 드물다 할만큼 미련한 인간이다. 최선을 다해도 그 결과가 후회로 남는다는 점에서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최선을 다하면 일정 부분이라도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지독한 낙관주의자며, 능력이 부족한 지독한 낙관주의자임을 스스로 알면서도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들과 고민을 나누지 않는 것이 배려이고, 온전히 혼자 책임지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비겁.. 2022. 6. 13.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부커, 메디치 수상자 한강의 2021년 작품 북 리뷰, 후기, 독서 일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요약) 는 희미한 박명이 비추는 사랑의 우듬지에 대한 이야기다.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시대는 흐른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매화가 피고, 동박새가 찾아온다. 우듬지 가득 붉은 이슬을 먹고 자라 이슬만큼이나 붉은 꽃이 공기를 찢듯 터져 나온다. 그렇게 막을 수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피할 길도 없이. 죽은 새의 시체와 지표면 사이 어딘가에 묻히고, 겨우내 눈과 얼음에 덮여 꽁꽁 언 신념이 선연한 붉음으로 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도, 끝내 헤어짐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는 우리의 것이지만, 또한 떠난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본작의.. 2022. 3. 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쿠엔틴 타란티노]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증후군에 대한 단상과 잘못된 신념 때문에 희생된 영혼에 대한 위로. (feat. 순창군 .. 👍👍👍 2019. 10. 7.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글을 그대로 퍼왔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쿠엔틴 타란티노]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증후군에 대한 단상과 잘못된 신념 때문에 희생된 영혼에 대한 위로 영화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에서 갖는 자신의 지위가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고, 나아가 인간의 의식의 통제와 존재의미 결정, 정체성 확립에 관여하는 모습을 할리우드의 스타들과 스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삶에 투영시켜 재연한다. 그리고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종적 특성'에 입각해 상황이나 시기, 마주한 사람에 따라서 다른 페르소나를 선택하여 꺼내드는 것과는 -인간이라면 취하기 마련인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자신의 ..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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