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 넬라 라슨] 무위의 번영, 닿지 못한 영화를 꿈꾸다. feat. 책캉스, 북캉스 in 롯데 호텔 제주
[패싱 - 넬라 라슨] 무위의 번영, 닿지 못한 영화를 꿈꾸다. feat. 책캉스, 북캉스 in 롯데 호텔 제주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상냥한 말투, 다정한 표정에 둘러싸인 물음표였지만 아팠다. 심지가 딱딱한 질문의 미각보다 나의 글이 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구나. 하는 감각이 심장에 뾰족하게 닿았다. "지적 허영심 때문이야. 더 많이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배운 것을 정리하고 싶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고 싶고, 나는 내가 누군지 내 자아를 알고 싶은데, 순전히 내 욕망이지. 혹시 불편해?". 허영. 비어있을 虛에 영화를 뜻하는 榮이 붙어 허위로 영화를 누리는 체 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그 수준을 욕망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아니. 좋아서." 걱정과 방향이 다른 대답이 돌아..
2022. 4. 20.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북리뷰, 독서 후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정적이 흐르는 강의실에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성균관은 역사, 동양철학, 유교문화와 관련된 기본소양을 배우는 강의를 수강하여야만 졸업할 수 있다. 그런 강의들은 필수 강의 특성상 학년, 성별, 취향,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강의실 하나 그득 들어찬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울고 있었다. 지금은 수업 이름도, 성함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교수님의 아연한 멈춤이 강의실 뒤편까지 화면을 타고 송출되고 있었다. 방금까지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누군가의 이름과, 그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흐느낌과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간신히 강의실을 채웠다. "저도 알아요. 근데..
2022.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