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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9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 - 유진 오닐] 무적(霧滴) 속, 무적(霧笛). [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오닐] 무적(霧滴) 속, 무적(霧笛).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엄마가 동생이 한 명 더 태어날 거라고 예고한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엄마 나이로서는 이미 노산이었던 데다가, 그로부터 2년 전 쯤 임신 후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 갑작스러운 유산을 겪은 적이 있어서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동생을 기다리던 나와 루나에게도 그 일은 일생일대의 충격이었다. 엄마가 병원으로 실려갔을 때 하필 아빠가 출장 중이어서 내가 보호자로 병원을 따라갔었다. 속절 없이 무너지는 엄마 곁을 지키면서 다시는 동생 생길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 일을 겪고도 동생이 태어난다니 믿기 어려웠다. 지금은 두 분이 의 60대 한국인 편을 찍고 있지만, 그때는 부모님의 애정.. 2022. 8. 9.
[농담 - 밀란 쿤데라] 농담(濃淡) 있는 농담(弄談)들로 완성하는 농담(濃談) / 북리뷰, 스포 없는 책 후기 [농담 - 밀란 쿤데라] 농담(濃淡) 있는 농담(弄談)들로 완성하는 농담(濃談) 내 삶은 진지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타인은 나를 늘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고, 나의 인생은 심플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내 삶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은 나로 충분하니까.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유년기 끄트머리에, 엄마와 영화 을 보았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이 보기에 상당히 잔인한 내용이었지만 등장 인물의 사연이나 표정 이면에 놓인 뉘앙스를 엄마가 마치 더빙 입히듯 설명해주셔서 무서움이나 두려움 보다는 슬픔을 느꼈다. 그때까지만해도 세상에는 엄마처럼 사람들의 생각에 깊이 눈 맞추는 사람, 아빠처럼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넣어 높이 들어 빙글 빙글 돌려주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 "남생아.. 2022. 5. 2.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 부커 수상자 한강의 2021년 신작 북 리뷰, 후기, 독서 일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요약) 는 희미한 박명이 비추는 사랑의 우듬지에 대한 이야기다.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시대는 흐른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매화가 피고, 동박새가 찾아온다. 우듬지 가득 붉은 이슬을 먹고 자라 이슬만큼이나 붉은 꽃이 공기를 찢듯 터져나온다. 그렇게 막을 수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피할 길도 없이. 죽은 새의 시체와 지표면 사이 어딘가에 묻히고, 겨우내 눈과 얼음에 덮여 꽁꽁 언 신념이 선연한 붉음으로 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도, 끝내 헤어짐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발딛고 선 세계는 우리의 것이지만, 또한 떠난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작년 4.. 2022. 3. 17.
[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작은 힘의 나눔 [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작은 힘의 나눔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기댈 곳이 사라져 방황하고, 방황 끝에 넘어져 구조를 기다리는 존재들이 많다는 점이 서글프다. 산업 발전이 낳은 기후변화는 쪽방촌에서 보일러도 에어컨도 공기청정기도 없이 보호자의 퇴근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재앙이고, 마트에서 생리대를 구매할 경제력이 없는 소외계층 여성들에게는 생명을 잉태할 축복이 되는 생리가 한달에 한번 마주하는, 끝 모를 터널이다. 가진 것의 양은 나눌 수 있는 것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 나눔이라는 행위 자체와는 어떠한 연관성도 갖지 않는다. 친구와 카페에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가 따뜻한 겨울이다. 이 한잔의 힘으로 누군가는 대재앙에서 탈출하고, 끝 모를 터널의 끝에서 부신 눈을 비빌 것.. 2022. 1. 15.
[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의미, 연말 연시에 읽기 좋은 따뜻한 책 추천 📖📖📖 [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의미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주려면 일단 내가 많이 가져야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지만, 나도 어른이 될만큼 지혜가 쌓인건지 루비와 에메랄드, 몸에 붙은 금붙이를 떼어 자신이 내려다보는 백성들을 위해 나눠주는 비현실적인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소유한다는 사실과 가진 것을 나누는 행동은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다만 많은 것을 소유한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우리에게는 손에 쥔 것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고, 가진 것이 없어 나눌 수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오늘 밤 눈이 많이 내린다는 긴급재난지원문자가 온.. 2022. 1. 4.
[<벨낀 이야기>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 [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운명은 활동 범위에 따라 극명히 평가가 갈릴 운명을 타고 난다. 운명 앞에 선 사람의 본심이 상황과 일치하면 평범한 사랑은 '운명적 사랑'이 되고, 평범한 직업도 '타고난 일'이 된다. 반대로 운명을 맞는 사람의 의도가 상황에 들어맞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은 '가혹한 운명 탓'이 되고, 합격하지 못한 시험은 '운명의 장난'이 된다. 운명은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따라 수용범위와 영향력의 크기를 달리하게 된다. 그러니 운명에 상관 없이 선택하자. 운명의 운명은 이 손으로 내린 선택이 가를 것이다. 푸쉬킨은 19세기 초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던 낭만주의 사조의 클리셰를 깨부수는 작품들, 특히..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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