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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었다

[<벨낀 이야기>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by 헌책방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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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운명은 활동 범위에 따라 극명히 평가가 갈릴 운명을 타고 난다.
운명 앞에 선 사람의 본심이 상황과 일치하면 평범한 사랑은 '운명적 사랑'이 되고, 평범한 직업도 '타고난 일'이 된다.
반대로 운명을 맞는 사람의 의도가 상황에 들어맞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은 '가혹한 운명 탓'이 되고, 합격하지 못한 시험은 '운명의 장난'이 된다.
운명은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따라 수용범위와 영향력의 크기를 달리하게 된다.
그러니 운명에 상관 없이 선택하자. 운명의 운명은 이 손으로 내린 선택이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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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은 19세기 초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던 낭만주의 사조의 클리셰를 깨부수는 작품들, 특히 이 <벨낀 이야기>라는 옴니 버스 방식의 작품으로 유명한 러시아 출신의 작가다. 원수지간인 집안의 자제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거나, 역참을 지나던 장교가 역참 지기의 딸과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는 낭만주의의 천편일률적인 관습은 '운명'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편리하고 낭만적이며 사람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이 운명이고, 200년이 지난 현대에서도 그 흥행 법칙이 유효할 때가 있다. 푸쉬킨은 이 운명이 사람의 선택을 뛰어 넘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들을 모조리 비틀고 패러디해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기를 즐겼다. 물론 그와 그의 작품들은 당시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낭만주의가 시들해지고 전통이나 관습을 뛰어넘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벨낀 이야기>는 간결하고, 완결성이 높으며, 숨기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 행간의 의미를 탐구하거나 메타포를 연결짓거나 작품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리하지 않아도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시스가 넘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뿌쉬낀은 독자가 작품의 이면을 해석할 때 뿐만 아니라 직관만을 이용하여 독해할 때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한편 평균 30쪽이 안되는 짧은 단편들로 증명한다.

인간은 운명의 편리함을 거부할 수 있고, 운명이 어떤 길 위에 있더라도  그 길 외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 뒤에 다른 운명이 기다리더라도 인간의 앞선 선택과 그 뒤에 있을 무수한 다른 선택들은 여전히 가치 있는 것이다. 뿌쉬낀은 200년의 시간을 지나 운명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먼 이국땅 출신의 독자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고 허탈하게도 작품속에서 낭만주의 사조의 결투문화를 무용하고 현실적으로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표현하고 강하게 가치를 부정했던 그는 38세에 나이에 결투에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아니 어쩌면 그 허망한 죽음은 그의 선택적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21.11.03 - [책읽었다] - [백야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하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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