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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행복의 의미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주려면 일단 내가 많이 가져야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지만, 나도 어른이 될만큼 지혜가 쌓인건지 루비와 에메랄드, 몸에 붙은 금붙이를 떼어 자신이 내려다보는 백성들을 위해 나눠주는 비현실적인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소유한다는 사실과 가진 것을 나누는 행동은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다만 많은 것을 소유한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우리에게는 손에 쥔 것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고, 가진 것이 없어 나눌 수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오늘 밤 눈이 많이 내린다는 긴급재난지원문자가 온다. 철없이 연말에 하얀 눈이 쌓인다는 사실에 들뜬다. 연말, 겨울, 창밖으로 나리는 눈발이 차갑기만 한 누군가들에게 눈 내린다는 소식이 마음을 들뜨게 할 어느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한달 커피 값 예산을 없애고 보내는 조그만 내 마음이 누군가의 든든한 한끼로 남기를 소망한다. 1월 1일 동이 트면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고 메아리에 실어보내야지. 녹여도 남는 것은 없지만 나눌 것은 남아 있다. 가진 것 없는 우리가 행복한 이유다.
나는 동화에 가깝거나, 어렸을 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제대로, 거의 온전히 독해했다고 판단하는 작품에는 다시 손을 대지 않는 편이다. 초등학생 때 한번 읽은 후로 <행복한 왕자>를 읽어본 적이 없다. 고색창연하다고 해야할까. 완전히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오래된 그대로, 따뜻하고 그윽하게 다가온 일이 오랜만이다.
이 작품을 읽고 아 너무 쉬워. 하면서 책을 닫았을 어린 나는 아 언젠가 또 읽어야지. 하면서 책을 닫는 어른이 되었다. 모파상이나 오스카 와일드만큼 연말에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없다. 코코아 한 잔 옆에 두고, 겨울 풍경을 앞에 두고 읽으면 좋을 작품이다. 연말을 맞이해서 치열한 일상 때문에 잊고 있었던 나눔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기에도 좋다.
연남동에서 토토로랑 점심을 먹고 같이 낙랑 파라에 갔는데 토토로 현장에서 물이 터졌다나 어쨌다나 연락이 와서 토토로가 급히 현장으로 복귀했다..... 나와 덜 마신 커피만 두고....... 그것만 가지고도 막 멀리 있는 테이블에 커플들이 쳐다봤는데 내가 책을 펴고 읽다가 울기 시작하니까 다들 난리ㅋㅋㅋㅋㅋㅋ전전긍긍 막 나를 걱정하면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는 것임...................... 그 관심을 즐기며 끝까지 울면서 잘 읽었다(?)
왜케 사진 못찍냐고 혼난 사진들........ 사진까지 잘 찍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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