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1 [무진기행 - 김승옥] 오늘 오후엔 안개가 걷힐까요 오늘 오후엔 안개가 걷힐까요 / -김승옥 나는 이따금 수심이 두터운 심연의 끝에 누워 연못만큼이나 두껍게 배를 깐 안개가 드리워진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안개가 많이 끼는 날이면, "오늘 낮에는 날씨가 좋겠구나. 조금 덥겠어." 하면서 나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어주시거나 날이 더워지면 겉옷을 벗고 뛰놀 수 있도록 안에 얇은 옷을 입히고 '잠바'를 입혀주셨는데 나는 늘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안개가 걷히지 않을 것만 같아서. 실제로는 늘 엄마 말씀처럼 날씨가 좋았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날씨가 좋겠구나.' 속으로 생각 하면서도 안개가 영원히 걷히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나는 이따금 안개에 가려 햇빛 한점.. 2021. 10. 1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