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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담2

[기특한 나 - 천선란] 자신 / 북 리뷰, 북 에세이 feat. 월디페 2022 [기특한 나 - 천선란] 자신 눈물이 다 나네잉. 나래야 정말 잘했다이, 잘혔어. 아빠와 나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수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이었다. 엄마는 부엌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고, 아빠와 나는 작은 방에 앉아서 같이 채점을 했다. 내 친구들은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글자 그대로 극혐한다. 아니, 어떻게 아빠랑 수능 시험지를 채점해? 나는 20대가 되기 전까지 만해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질문에, 그게 왜 궁금하냐? 또는 그것도 생각이냐? 하는 날카로운 반문 대신, 음. 나는 아빠! 라고 대답하는 부류의 딸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빠랑 껴안고 뽀뽀할 수 있고, 주말이면 아빠 팔을 베고 누워 낮잠 자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아빠와 나는 가장 친한.. 2022. 8. 20.
[가꾸는 이의 즐거움 - 이유리] 행운목처럼 [가꾸는 이의 즐거움 - 이유리] 행운목처럼 행운목에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대. 행운이 와서 행운목이라는 거지. 거실 한복판에서 행운목이 하얀 꽃을 여물렸다. 죽은 듯이 가만히 서있던 행운목이, 갈색 줄기 속에서 남몰래 키워 온 펄떡거리는 생명을 세상에 여봐란 듯이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예닐곱 살쯤 됐었던 그 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었을 여러 이야기들 중에 무엇이 행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저 작은 나무토막 같던 시절부터 몇 년을 공들여 키운 행운목이 드디어 꽃을 피우자 엄마 얼굴도 그 하얀 꽃처럼 화사하게 빛났던 장면만은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그때는 엄마가 화분을 들여다보고 그 여린 잎들을 보살피며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과 같다고, 나래와 루나를 키우..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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