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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5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그래, 나는 코끼리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레이먼드 카버] 그래, 나는 코끼리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두고 실험카메라를 찍는 줄 알았어. 너는 도대체 뭐 하는 ***니? 전화기 너머 U는 묵묵부답했다. 그가 그 자신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나로 인해 들키기 전에도 그는 늘 조용했다. 대답하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서, 여백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해오고, 상황을 조정해왔던 사람이다. 그의 침묵은 시인을 의미했다. 그러나 사과는 담겨 있지 않았다. 아니 그를 둘러싼 모든 사실이 거짓말인데, 도저히 그의 사과를 진심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U와 친구로 지낸 지 3년. 나와 U가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친구로 지내는 것을 적극 장려했던 다른 친구는 U와 친구로 지낸지 5년도 넘었다. 그날 .. 2023. 1. 4.
[한 여자 - 아니 에르노] 엄마에 대하여 [한 여자 - 아니 에르노] 엄마에 대하여 엄마에 대하여 쓰는 것은, 나에 대하여 쓰는 것과 비슷하다. 내 글에 유독 엄마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내가 마마걸이어서도-나는 오히려 스스로가 독립적 존재임을 앞세우는 효로 자식에 가깝다-,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엄마 뿐-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친구가 아직 30명 가까이 남아있다-이어서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를 보면서 나를 본다. 엄마를 맡으면서 내 향기를 감지한다. 엄마를 안으면서 나의 자아와 대화하고 화해한다. 이는 DNA나 피를 타고 상속 되는 기질 같은 생물학적 분석이나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혈육의 정과 같은 보편적 정서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아빠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가족에게 더없이 .. 2022. 10. 26.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빨간약과 파란약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빨간약과 파란약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갈 당신 앞에 알약 두 알이 놓여 있다. 신이 어리둥절해 하는 당신에게 알약들에 대하여 설명한다. 파란 약을 삼키면 확고부동한 운명을 타고 나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라도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되는 인생을 살게 된다. 빨간 약을 삼키면 행위에 따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인생을 살게 된다. 신은 늘 친절하지만은 않아서 복잡한 이 선택의 이면에 있을 상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의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현재 네오의 삶은 노예의 그것과 같으며, 다만 빨간약을 먹으면 진실에 가닿을 수 있다고 이야기할 뿐, 거대한 진실에 대하여 다른 어떤 힌트도 제공하지 않는다. 신도 모피어스처럼 정보 제공에 박하다. 네오는 단숨에 빨간약을 선택하.. 2022. 7. 14.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살자, 오늘을. (북리뷰, 독서 일기, 열병 같던 청춘의 기록)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살자, 오늘을.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살아 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거대한 메타포 속 어디쯤에 닿았든. 어떤 의미이든. 행복해지자. 살자, 오늘을. 요즘 종종 집에 셋째가 놀러온다. 22살, 그야말로 청춘이 양볼 가득 발그스레하게 물든 그 아이는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다. 가깝게 지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면서 애기인줄만 알았던 이 애가 때로 가끔 나를 울리거나 충격에 빠트리고는 하는데, 지난해 말인가에 놀러올 때 부터는 언니가 읽는 책이 읽고 싶다며 한 권씩 빼 읽거나, 치킨 뜯던 손가락으로 책장을 가르키며 저건 뭔 책이야 물어본다거나 하는게 그런 일들이다. 그날도 치킨인지 마라탕인지를 먹고 있는데 힐끔 책상 위를 보더니 양자오의 .. 2022. 3. 6.
[<벨낀 이야기>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 [ - 알렉산드르 푸쉬킨(뿌쉬낀)] 인생은 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 운명은 활동 범위에 따라 극명히 평가가 갈릴 운명을 타고 난다. 운명 앞에 선 사람의 본심이 상황과 일치하면 평범한 사랑은 '운명적 사랑'이 되고, 평범한 직업도 '타고난 일'이 된다. 반대로 운명을 맞는 사람의 의도가 상황에 들어맞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은 '가혹한 운명 탓'이 되고, 합격하지 못한 시험은 '운명의 장난'이 된다. 운명은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따라 수용범위와 영향력의 크기를 달리하게 된다. 그러니 운명에 상관 없이 선택하자. 운명의 운명은 이 손으로 내린 선택이 가를 것이다. 푸쉬킨은 19세기 초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던 낭만주의 사조의 클리셰를 깨부수는 작품들, 특히..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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