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1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안시내] 잊은 것들은 잊힌 것이 아니라. / 북 에세이, 독서 일기, 북리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안시내] 잊은 것들은 잊힌 것이 아니라. 여름 무렵 순창의 날씨는 매시가 낯설다. 낮에는 가슴에 장류를 잔뜩 머금고 푹 익히는, 간장종지 모양의 분지 가득 뙤약볕이 나린다. 그러다가도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먹구름이 축축하게 금산에 걸리기도 하고, 여름 밤을 뚫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서걱한 한기를 한입씩 물어오기도 한다. 5월말, 선거운동이 한창인 작은 동네를 채우고 넘칠만큼 사위에 더위가 오도도 맺혀있었다. 아현이는 자꾸 손을 잡거나 몸을 바짝 붙이는 언니를 밀어내고, 언니는 11살이나 어린 작은 동생이 예뻐서 밀어내는 몸짓에라도 손을 붙이면서, 뙤약볕 아래를 걸었다. 아이스크림 살 걸. 배고파. 집에 가면 엄마가 갈비 가득 해놨다고 하니까 그것부터 먹는거다... 2022. 6. 1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