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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와 트리 - 우다영] 기묘한 이야기 / 북리뷰 [이브와 트리 - 우다영] 기묘한 이야기 아니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언니야. 언니가 어떤 소설을 쓰거나, 어디선가 읽은 소설을 리뷰한 것이 아니라, 언니가 겪은 일을 쓴 거라고? 그 와중에 책 이야기도 쓰고? (직전 포스트인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의 리뷰 [그래, 나는 코끼리다] 참조) O는 카톡으로도 똥그랗게 뜬 눈이 떠오르게 하는 말들을 하더니, 직접 만나서도 내 예상이 정확히 맞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녀를 그만큼 잘 안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해주고 싶었는지, 같은 온도의 경악을 온몸으로 되풀이했다. 언니야 아이고. 고생했다, 정말. 연말에 무슨 일이야. 잠시 후 O의 집에 들어선 L 언니는 문을 열자마자 예쁘고 참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쏟아냈다. **, 이게ㅇ 무슨 일이여. *.. 2023. 1. 10.
[하트모양 크래커 - 조예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feat. 안다즈에서 애프터눈 티타임과 스페인 클럽에서 저녁. 그리고 강남권에서 북캉스 하기 좋고 가성비 좋은 호텔 카푸치노. 루.. [하트모양 크래커 - 조예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디엠함에 새 메시지가 깜빡였다. 팔로우가 서로 맺어져 있지 않고, 피드에 글 한 편 없는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메시지를 보냈다. 작가님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한마디가 절박해 보여서 새벽 한 가운데가 뜨거워졌다. 없으면 죽는 것도, 있어야 살 수 있는 것도 아닌 두 글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만큼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종종 어떤 이는 사랑이 없으면 죽고,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다 타인을 구원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구원 받는 것이 사랑이라고 썼다가 지웠다. 구원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계기가 되거나, 사랑의 결과가 갖는 한 모양이다.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구원했다고 해서 .. 2022. 10. 17.
[가장 매혹적인 - 한정현] 세상의 시작과 끝 (담양 용마루길 산책) [가장 매혹적인 - 한정현] 세상의 시작과 끝 오뉴월에 뼛 속까지 얼어 붙는 듯한 비명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척 보기에 나이상, 분위기상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이상한 조합을 이루는 여성 셋이 절벽을 바라보며 서늘한 비명을 내질렀다. 안돼. 어떻게 해. 같은 소리가 사건의 위중함을 짐작케 했다. 가파른 악산은 아니지만, 등산로 건너편에는 까마득한 절벽이 있었고, 등산로와 절벽 가운데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가장 어려 보이는 여자가 입을 틀어막고 거의 울다시피 하고 있었다. 보라색으로 물든 머리를 뽀글뽀글 볶은 파마머리 아주머니가 어린 여자를 일으켜세운다. 아마도 아는 사람들인가보다. 이윽고 마스크를 쓴 다른 여성이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자세를 낮추고 등산로 끝으로 발을 옮겨 빼꼼히 계곡을 내려다본다.. 2022. 10. 12.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 - 임선우] 매일을 여행 같이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 - 임선우] 매일을 여행 같이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덩케르크가와 몇 번 와본 적도 없는 공원이 어쩐지 애틋했다. 생애 세 번째 파리여행 중이었고 그때는 겨우 이틀째 체류 중이었으므로 나와 파리의 역사는 겨우 일주일 조금 넘게 쌓여있을 뿐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나는 파리 일주일 살기를 체험해 본 셈이었다. 부지런한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벌써 몽마르트르를 오르고 있었다. 더운 숨 끝에 전날 밤 마신 와인 향이 생생히 맴돌았다. 여행자로서의 나의 신조는 한결 같았다. 관광(볼 관 觀, 빛 광 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그네(나그네 려 旅)처럼 흘러들어가(다닐 행 行) 사는 것처럼 머물다 원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것이었다. 습관처럼 비행기에 오르던 시절에는 바쁜 일상에 .. 2022. 9. 5.
[기특한 나 - 천선란] 자신 / 북 리뷰, 북 에세이 feat. 월디페 2022 [기특한 나 - 천선란] 자신 눈물이 다 나네잉. 나래야 정말 잘했다이, 잘혔어. 아빠와 나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수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이었다. 엄마는 부엌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고, 아빠와 나는 작은 방에 앉아서 같이 채점을 했다. 내 친구들은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글자 그대로 극혐한다. 아니, 어떻게 아빠랑 수능 시험지를 채점해? 나는 20대가 되기 전까지 만해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질문에, 그게 왜 궁금하냐? 또는 그것도 생각이냐? 하는 날카로운 반문 대신, 음. 나는 아빠! 라고 대답하는 부류의 딸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빠랑 껴안고 뽀뽀할 수 있고, 주말이면 아빠 팔을 베고 누워 낮잠 자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아빠와 나는 가장 친한.. 2022. 8. 20.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스노우볼에 보내는 편지 📖📖📖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스노우볼에 보내는 편지 평범하다. 보편적이다. 겉보기에 평화로운 이 판단의 기준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서로 다르게 태어났고, 그래서 모였을 때 알록달록 아름다운 우리는. 회색 빛깔 구획에 들어가기 위하여 아등바등. 애를 쓴다. 과반수가 찬성한적도 없고, 저마다 다르게 설정한, 통일된 적 없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는, 실체 없는 기준에 닿기 위해서 또는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평범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날카로운 기준점 위에 까치발로 위태롭게 서서 끝도 보이지 않는 고독한 싸움을 한다. 바람 불면 흩어질, 비가 내리면 무너질, 눈이 오면 눈과 함께 사르르 대지 위에 녹을 연약한 꼭지점. 그 바늘 끝이 조용히 그러나 갈갈이 자신을 하얗게 찢어버릴지도 모르고, 잘 차려..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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