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3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자유의 터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자유의 터 엄마는 이십오 년 동안 전업주부였다. 외 증조할아버지는 선비이자 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서당의 훈장님이었고, 외할아버지는 공무원이자 부동산 투자에 탁월한 안목을 지닌 분이었다. 물론 엄마는 그 시절 여느 가정에서 흔했던 풍경처럼, 외삼촌과 세 명의 여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지만, 당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분에 서울에서 잠시 일했던 순간을 빼고는 생계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스물 일곱이 되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는 교육을 갔다가, 어깨에 빵과 우유가 가득 든 상자를 짊어지고 선배들에게 그을린 팔을 내밀며 척척 간식을 배분하는 청년을 보았다. 얼굴이 낯 익어 청년에게 혹시 자네 나를 아는가. 했더니 청년이 학창 시절에.. 2022. 7. 29. [전주국제영화제 밀란 쿤데라 세션] [농담 - 야로밀 이레시] [밀란 쿤데라 농담에서 무의미까지 - 밀로슬라프 슈미드마예르] 나는 누구인가 [전주국제영화제 밀란 쿤데라 세션] 나는 누구인가 [농담 - 야로밀 이레시] [밀란 쿤데라 농담에서 무의미까지 - 밀로슬라프 슈미드마예르] 삶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때였다.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기억의 궁전이 되살아나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나약함과 우유부단함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었고, 부단히도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짧은 인생에 사정 없이 금가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듯 이명으로 울렸다. 자려고 누우면 밤이 내리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서 잠들지 못하고, 살아있으려고 앉으면 깨어나야 마땅한 시간이 지나도 눈을 뜨지 못했다. 겨우 밥을 씹어 삼켜도 속절 없이 모두 게워올렸고, 옷에 담겨 다니는 것처럼 보일만큼 몸이 쪼그라들었다. 바람이 불면 살갗을 찢어버릴듯이 털이 곤두섰다. 무.. 2022. 5. 19.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예술의 숙명 / 전시회 후기, 리뷰 [달리에서 마그리트까지 - 초현실주의 거장들 :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예술의 숙명 회랑 가득 땀방울이 넘실거렸다. 마스크 안에 묵직한 더위에 숨이 막혔다. 옆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K는 머리부터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내 질문에, 착한 K는 땀을 닦으며 난 정말 괜찮은데? 하는 표정을 보인다. "괜찮아. 너는?" 한다. 나는 안 괜찮았다. 성큼 다가운 여름 앞에서, 때 늦은 두터운 자켓을 입고. 초현실주의가 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회랑에 서서 더위를 견디고 있는지, 현실감각이 아릿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K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비현실적인 소재와 극히 현실적인 표현방식 앞에서 "우와 이거 진짜 사진 같아!", "우와 저것봐 진짜 그림이 맞아?" 같은 감탄을 쥐어 .. 2022. 4. 27.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