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2 [호 - 정보라] 호의 편지 [호 - 정보라] 호의 편지 너의 세상이 긴 우호라면. 그래서 우리의 세상이 만나는 찰나가 짧은 열호, 아니 그저 그 포물선 위의 작은 점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너의 우호가 아스라이 궁굴려져 어느 시간 위에 걸릴 때까지. 나는 이 원호 위에 있을게. 무수히 해가 뜨고 지는 어느 날들을 견디며. 순리. 이치에 맞게. 우주가 세계를 운영하는 대원칙에 들어맞는 방향으로. 어떤 일이 순리에 맞게 흐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언젠가 죽음으로 삶을 갚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순리에 맞게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도, 그 간단한 한 문장을 굳게 믿을 만큼 강인해질 수도 없다. 무슨 생각으로 애한테 그런 .. 2023. 8. 20.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록 생생한 침묵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록 생생한 침묵 엄마 아빠를 담은 사진이 평일 낮 가족 메신저 방에 알람을 울린다. 오 뭐야. 어디갔슈? 했더니 딸들과 막내아들을 두고 놀러 다녀왔다는 미안함이 자뭇자뭇 묻어나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 아빠 그때 산 옷 입었네. 신발도 내가 사준거고. 고딩도 아니고 꼬까옷 맞춰 입고 놀러 간 거네. 귀엽당. 괜찮다는 마음을 에둘러 전하니까, 엄마가 개인 톡을 보내왔다. 구. 곡. 순. 담. 백세잔치라는 행사가 있어. 그 언젠가 순창에서 백세잔치 행사가 있었지. 그때 엄마가. 커피 무료 봉사를 맡았지. 노인들 총출동이야. 막 여기저기에서 장농 좀약 냄새. 그때가 시월인가. 쫌 쌀랑했지. 커피가 얼마나 나갔는지. 계속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니까 한 손에 면.. 2023. 5. 3.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