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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2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 - 에피] 민들레와 담배 / 에피 작가님께서 우수 리뷰로 선정해주신 바로 그 리뷰!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 - 에피] 민들레와 담배 비가 부스스 쏟아지던 날이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버스에 올라 급히 서울을 떠나며, 내가 아는 당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엄마는 당신의 아버지에 대하여 자주 이야기했다. 할아버지가 4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재직하시며 오토바이로 출퇴근 하셨던 것, 까맣고 멋있는 오토바이 뒤에 수박, 참외, 참조기, 같은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집으로 오셨던 것, 그러다 수박이 톡 도로에 떨어져 쪼개어져 버리면 그것을 노끈으로 동여매 아무렇지 않은 척 부엌에 가져다 두셨던 것, 매일 새까만 머리에 포마드를 얹어 한쪽으로 가지런히 빗고 정리하셨던 것. 나는 직접 보지도 못 했던 것들이 생생히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수다쟁이 엄마를 생각하며,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2022. 10. 1.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안시내] 잊은 것들은 잊힌 것이 아니라. / 북 에세이, 독서 일기, 북리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안시내] 잊은 것들은 잊힌 것이 아니라. 여름 무렵 순창의 날씨는 매시가 낯설다. 낮에는 가슴에 장류를 잔뜩 머금고 푹 익히는, 간장종지 모양의 분지 가득 뙤약볕이 나린다. 그러다가도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먹구름이 축축하게 금산에 걸리기도 하고, 여름 밤을 뚫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서걱한 한기를 한입씩 물어오기도 한다. 5월말, 선거운동이 한창인 작은 동네를 채우고 넘칠만큼 사위에 더위가 오도도 맺혀있었다. 아현이는 자꾸 손을 잡거나 몸을 바짝 붙이는 언니를 밀어내고, 언니는 11살이나 어린 작은 동생이 예뻐서 밀어내는 몸짓에라도 손을 붙이면서, 뙤약볕 아래를 걸었다. 아이스크림 살 걸. 배고파. 집에 가면 엄마가 갈비 가득 해놨다고 하니까 그것부터 먹는거다...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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