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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3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 넷플릭스 영화 후기, 리뷰, 추천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정말 봄이 오려는지 요즘 새가 많이 보인다.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어딘가를 부리로 쪼아대고, 고개를 쉼 없이 돌리고, 쉬지도 않고 배로 허공에 물수제비를 토도독 뜨며 날아다닌다. 나무에서 나무로 고꾸라질 듯 활강하다가도 이내 곧 톡 하고 튀어 오르며 멀리 대각선으로 난다. 활주도 없이 작은 날개로 어찌나 금방 날아오르는지, 괜히 대견하다. 창 밖에 이름도 예쁠 그것이 꾈꾈 하고 울고 있다. 4월이 울적한 계절이 된 지 벌써 8년이 되어간다. 4월 16일. 8년 전 나의 생일은 눈물이 가득 채웠다. 생일날 눈을 뜨면 거의 대부분의 순간을 울었다. 손에 물이 닿으면 그 서.. 2022. 4. 5.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 무비 리뷰, 영화 일기, 영화 후기, 왕가위 작품들 넷플릭스 서비스 개시한 기념으로 시리즈로 감상중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특이한 선글라스를 끼거나 볼 때마다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곱슬거리는 노란머리, 만일을 대비하여 입은 트렌치 코트(우의), 붙여 놓은듯 시종일관 손가락 위에 놓여 있는 하얀 담배. 짧은 커트머리, 탄탄한 몸, 사랑스러운 눈빛, 큰 노래 소리에 맞춰 흔들리는 몸짓. 때로 사람들은 누군가의 눈빛에 다칠까봐, 다친 내 눈빛을 들킬까봐, 만일을 대비하여(for a rainy day), 선글라스를 끼거나, 레인코트를 입는다. 사람과 사람의 부딪음은 아이러니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인생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포물선과 같다. 차원을 넘나들며 커졌다 작아지는 벤다이어그램과 같다. 각자는 운전석에서 각자의 템포로,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 2022. 3. 31.
[화양연화 - 왕가위] 꽃샘추위를 뚫고 짧게 핀 꽃망울의 애달픈 기억 / 영화 리뷰, 후기, 스포 포함 [화양연화 - 왕가위] 꽃샘추위를 뚫고 짧게 핀 꽃망울의 애달픈 기억 대지를 떠나는 겨울이 미련이 가득 남은 연서를 보내왔다. 그 열뜬 한기 한 가운데로 한줄기 가느다란 습기가 숨어들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눅진한 구름이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나무 끝에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도시의 통행 버튼을 꺼버린 듯, 한가한 인도 위에 등대처럼 카페 하나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꽃샘 추위. 시 같은 누군가 이맘 때 날씨는 세상을 적실 꽃비를 겨울이 시샘하는 것 같다하여 지은 이름이 등대 곁에 맴돌았다. 나는 기약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려고 등대로 들어섰다. 등대지기의 고독함을 달래주려는 듯, 딸랑 소리가 났다. 카페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 한 가운데 쯤을 지나고 있겠거니 싶은, 어린 커플이 있었다..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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