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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갔다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 - 전주시향 정기공연] 음악이 가진 힘

by 헌책방 2021. 10. 25.

전주시립교향악단 제249회 정기연주회

음악이 가진 힘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 / 전주시립교향악단 제249회 정기연주회 리뷰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op.60 1악장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관통하는 테마다.
음악이 이상하고 또 신기한 이유는 시각적, 청각적 장치로 메시지를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는 미디어나 (표현방법에 따라 직접, 간접적이라는 차이점은 있을 수 있으나) 텍스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학 작품과 달리 누구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는데 선율만으로도 서사를 전달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신포니에타가 <1Q84>의 메인 테마가 될 수 있는 이유다.
하루키의 정밀한 묘사와 상황과의 절묘한 연계성 부여 덕분에 두 작품이 긴밀하게 연결 된 탓도 있겠으나, 야나체크의 음악에는 특유의 민속적 색채와 1800년대 체코의 공기가 스며들어 있고, 이 점이 <1Q84> 세계관 속의 공동체, 두개의 달 등 주요설정을 꽤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요컨대 음악은 텍스트 없이도 서사를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우주를 만든다는 것은 그런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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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저의 세계도 구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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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와 드로브작은 우리가 가깝다 느낄만한 선율들을 창조해낸, 어떤 이야기를 만든, 하나의 세계를 지은, 각각 러시아와 체코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작곡가들이다.
사실 클래식을 분석하고 어떤 부분이 어떻다 말하기에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놓은지 오래됐고 디깅도 안한지 오래돼서 불세출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었다는 감상 이상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발표 당시 난해하다는 대중의 냉혹한 평가를 들었고 현대인에게도 역시 난해하게 와닿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는 1악장부터 3악장까지 따라잡기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눈물 바다였다.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연소 교수 임용의 주인공인 백주영 선생님의 바이올린 연주가 압권이기도 하였고, 독일 음악협회에서 미래의 거장 10인에 선정된 지휘자 지중배 선생님의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지휘의 일부인듯한(일부겠지) 열정적인 지휘, 전주시향, 특히 객원악장님과 첼로파트 수석님의 돋보이는 퍼포먼스가 공간과 잘 어우러져 와닿았다.
갑자기 딴소리 좀 하자면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은 상상했던 바보다 훨씬 좋았다. 아담하기도하고, 티파니 소리가 아쉬웠지만(이와중에 개취) 전체적으로 소리도 객석까지 잘 전달됐다.

초큼 오래되긴 한 것 같지만 가성비가 오져서 대만족했던 공간
앞으로 여기서 자주 시향 공연을 보게 될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알레그로 모데라토-안단테-알레그로 비바치시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차이코프스키가 당시 겪고 있었던 우울감과 극복, 삶에 대한 의지까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음악으로부터 현대인에게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우울감, 상실감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서 여운이 정말 오래 남았다.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는 음이 따뜻하다고 느꼈고, 글을 쓰는 지금도 울컥할 정도이니까 공연을 접한 일이 정말 행운이었다. 지중배 선생님께서 처음 무대에 오르셨을 때 머리를 왜 기르셨지.....ㅠㅠㅠㅠㅠㅠ머리숱도 많으시다...ㅠㅠㅠ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는데 울면서 선생님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면서, 아 이래서 기르셨나보다 하는 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는 일생 동안 친구였지만 그들은 편지 교환을 통해서만 우정을 유지했습니다.
돌아서서 공연장을 나오면서 오랜만에 <위모레스크>를 흥얼거리며 불세출의 두 작곡가는 또한 더없이 행복한 사람들이었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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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전주시향에서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고, 덕분에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7천원~1만원의 가격에 양질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커피 두잔, 혹은 밥한끼의 가격으로 음악가들의 피와 땀을 목격하고 먼 옛날 세계를 지었던 어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큰 행운이다.
시민들을 위해 좋은 기회를 만들고 계신 전주시향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전주시향은 11월에도 정기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제250회 정기공연!!!! 베토벤 & 브람스 놓칠 수 없지!!!!
naruculture.com 에서 전주시향 공연을 예매할 수 있다.
방역 역시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으니 걱정 없이 힐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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