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서 비켜 있는 것들에 대한 관찰 <비욘더로드>
이 글은 본 전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일 뿐이니 혹시 전시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하셨거나
제가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댓글 달아주세요.
요즘 들어 컨텐츠를 감상하는데에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영화든, 책이든, 전시회든, 음악회든, 사전 조사 없이 끌리면 일단 감상하고 있다.
인간의 특권은 특정 메시지를 담은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특권보다 더 강력한 특권은 컨텐츠를 독해하면서 타인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자기 방식대로 파악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컨텐츠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즐기는 것은 내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다.
타인의 창작물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을 좋아하고 후한 편인데다가 감수성도 엄청 예민한 편이고,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제작한 컨텐츠라 할지라도 시각의 사각지대는 반드시 존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도 많지만 대부분은 랜덤하게 접한 컨텐츠에도 만족하는 편이다.
나쁜 경험이라도 무엇인가 알갱이를 남기니까.
<비욘더로드>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의미 없는 불쾌감이랄까. 후회랄까. 기회비용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달까. 혹시 후회하는 감정이 낯선 상태에서 갑자기 후회를 접하면 그 감정이 얼마나 확대 되어 다가오는지 혹시 경험해본적 있는가. 오랜만에 무엇인가를 감상하기로 한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대부분은 경험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것들로 구성된 전시였다.
좋은 점을 꼽자면 단연 <그래비티>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로마>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대표작인 <로마>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데 아쉽게도 5분 남짓의 일부 하이라이트 장면만이 화면에 노출되고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이라는 엘리사(L-ISA) 360도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으로는 영화 사운드가 아니라 UNKLE의 음악이 나온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뒤이어 감상한 워렌 뒤 프리즈와 닉 손튼 존스의 로스트 하이웨이는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영상들 중에 가장 불쾌했고, 기괴했으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고 파악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성의 나체를 왜곡된 오리엔탈리즘과 섞어 아포칼립스적 배경에서 소비하다니 더 이상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싹 사라졌고 그 이후의 전시에 전혀 몰입이 불가능했다.
잭슨 폴록이 앤디 워홀에게 했다는 말 'All artists are either cowboys or indians' 역시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예민해서인지 전시회의 끝을 장식할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이 전혀 이해가지 않았고, 잭슨 폴록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도로 앤디 워홀에게 위와 같은 문장을 건넸는지 알 수 없으나 폭력적 역사에 무지한 지성을 이해할 필요성도 전혀 없다고 생각해서 찾아보지도 않았다.
전시회 문을 닫고 나와서 FEEL MORE/WITH LESS를 읽으면서는 맥시멀리즘을 지향하고 전시회 자체를 사운드, 조명, 향기의 심포니로 마케팅하는 주최측이 어떻게 이런 슬로건을 걸 수 있는지 의아했고, 혹시 캐치프라이즈를 반어법에 의거하여 채택했다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데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색의 대조, 빛의 대조, 명암의 존재, 수미상관, 존재의 대조, 순환과 순환에 대한 반응 등 길에서 비켜나면 발견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섬세하게 다룬 부분이 분명히 있는 전시임에도 그 부분이 크지 않기도 하고, 굳이 이런 방식으로 확인해야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
📸 1. FEEL MORE/WITH LESS
📸 2.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로마>, 확실히 <로마> 감성은 독보적이다.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하니까 잊었던 로마도 다시 보자 :) 나도 이번주에 다시 봐야겠다!
📸 3.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연상하게 했던 작품
📸 4. 구조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게 좀 있었다. 특히 대조, 대비, 수미상관 등 상관관계 표현한 부분은 유심히 봤음
📸 5. 어둠 속에서만 빛나는 눈물 흘리는 소년.
ㅤ 어두울 수록 우는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도록 디자인 된 점이 인상깊기도 하고 마음도 아팠던 작품.
ㅤ 여긴 공간도 괜찮았다. 데칼코마니처럼 대조되는 마주 보고 걸린 그림 두 점.
온통 촛농으로 뒤덮인 테이블. 저절로 건반이 눌려 연주되고 있는 피아노.
ㅤ 근데 뭐랄까. 배치 탓도 있고, 다른 관람객 분들의 감상 방법 탓도 있는데 상당히 집중하기 어렵다.
📸 6~7. MUSIC IS SANCTUARY
ㅤ 공감은 가는데 느끼기는 조금 힘들었다.
ㅤ 대놓고 써놓는다고 바로 안식을 느끼는건 아니니까.
ㅤ 교회로 설정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ㅤ 어두운 분위기를 채택해야만 하는 이유도.
ㅤ 물론 알고 싶지는 않다.
📸 8. 숙자가 맘에 들어했던 공간과 오브제들
ㅤ 룸 이름이 레드룸이었고 나도 관심을 가지고 둘러봤는데
ㅤ 마스크 때문인건지 아니면 공간 때문인지 향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고
ㅤ 같은 레드룸 안에 있는 레퀴엠 가사
ㅤ When You Talk About Love You Make Me Feel Invisible은
ㅤ 네온으로 너무 흘림체로 표현되어 있어
ㅤ 주변 관람객도 나도 숙자도 다같이 그 앞에서
ㅤ 안내문을 들여다보거나 검색하고 있었다.
ㅤ 컨텐츠 가독성이 집중력과 얼마나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 다시 한번 배움
📸 10. 네 그렇다고 합니다. 이미 쓴 소리는 충분히 한 것 같다.
'놀러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궐산 하늘길] 엄빠 손잡고 마실 다녀오세요! 여유로운 등산 추천!! (0) | 2021.11.01 |
---|---|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 이용 후기 (0) | 2021.10.30 |
[홍대나인브릭호텔] 홍대 부티크 호텔은 여기가 탑 (0) | 2021.10.26 |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 - 전주시향 정기공연] 음악이 가진 힘 (0) | 2021.10.25 |
[캠핑 - 만리포솔밭캠핑장] 토토로와 함께 떠나는 만리포 캠핑 (0) | 2021.10.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