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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봤다

[캐던헤드 오리지널 컬렉션 부나하벤 7살, CADENHEAD ORIGINAL COLLECTION BUNNAHABHAIN 7yrs] 큐레이팅 한다는 것

by 헌책방 2022. 3. 25.

[캐던헤드 오리지널 컬렉션 부나하벤 7살, CADENHEAD ORIGINAL COLLECTION BUNNAHABHAIN 7 yrs]
큐레이팅 한다는 것

오늘 예스 24 블로그에 기분 좋은 댓글이 달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감상평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글을 읽게 되었고, 짧은 책을 읽은 것 같았다,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는 내용의 짤막한 칭찬이었다. 그이는 책을 결국 샀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다만 짤막한 감사의 말씀을 남겼다. 노출도로 따지면 매일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 나의 글을 접하지만 이것을 읽고 피드백까지 남기는 사람은 보통 6명, 특히 많은 날은 20명 정도다. 내 감상을 남기려고 시작했던 기록이 누군가의 감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컨텐츠를 큐레이팅 한다는 자세로 글쓰기에 임해왔다. 때로는 비정한 비판도 받았고, 자격을 운운하는 피드백 앞에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내 글에서 위로를 발견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비판점을 보완하고 자격이 부족하면 채우겠다는 의지를 굳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망원의 작은 서점, 로우북스의 사장님은 종종 전에 보지 못했던 가장 환한 얼굴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수줍은 듯 손님에게 소개했더니 어떤 책이 팔렸다, 큐레이팅 했던 책을 읽고 손님이 정말 좋아했다, 같은 자랑을 한다. 그 자랑이 사랑스러워서, 종종 그 이 어깨를 덜컥 안아버릴 뻔하기도 한다. 아마 내가 느끼고 있는 뿌듯한 감정과 댓글 하나에 하루가 기분 좋아지는 이유도,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이 글들로 작품들을 큐레이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Curator는 본래 미술관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수행하는 학예원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박물관, 카지노 등의 장소에서 통용되기 시작하다가 점차 산업 전반에 걸쳐 컨텐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전파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데에 사용되게 되었다. 큐레이터의 어원은 라틴어 cura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보살핀다, 관리한다는 뜻으로, 영어 care 또한 cura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살피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남기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글들이 타인의 이해와 결합하여 나름의 족적을 남기고, 스스로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요즘 나의 철학 '오늘을 존재하자. 최선을 다해서. 내가 세운 기준 위에서. 행복하게.'가 얼마간은 실현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위스키의 모든 정보는 라벨에서 출발한다.


증류소가 소속한, 예컨대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 같은 덩치 큰 회사들도 그러하지만 위스키 원액을 스스로 제조하지 않고, 특정 증류소에서 캐스크 통 그대로 원액을 매입하여, 병입 후 판매하는 독립 병입 회사도 술을 큐레이팅한다. 향수병을 닮은 모던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국내에서도 꽤 사랑받고 있는 캐던헤드도 1842년 스코틀랜드에 세워진 오래된 독립병입 회사다. 특히 캐던헤드의 오리지널 컬렉션은 스코틀랜드 전역의 증류소의 다양성을 담고자 진행한 프로젝트로, 각각의 증류소 고유의 특징과 풍미를 선보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증류소의 명성보다는 특질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증류소를 발굴하는 등, 각 증류소의 최고의 제품을 탐색하고 선정한다. 캠벨타운의 웨어하우스에서 캐스크를 선택, 병입한 후 시중에 제공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제품이 비냉각여과, 색소 무첨가 제품들이다. 캐던헤드 오리지널 컬렉션 부나하벤(부나하먼) 7년 숙성 제품은 아일라 섬의 북쪽에 있지만, 피트를 사용하지 않고 몰트를 건조하여 전형적인 아일라 위스키와는 꽤 거리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부나하벤 증류소의 제품으로 도수는 46%, 100%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제품이다. 피트 귀신이지만 부나하먼 특유의 깔끔하고 청량한, 칼로 베는 듯한 타격감, 피트만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한 스모크를 좋아해서 선택했다.
향은 짭짤하지만 아주 옅은 새콤함과 풍부한 아로마가 느껴진다. 맛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나하먼 특유의 은은하게 퍼지는 스모크를 느낄 수 있고, 스타트는 짭짤한 훈연 향, 아주 미약하지만 새콤함이 느껴지고 이후 중간부터는 달콤함, 미세한 오일리한 느낌이 레이어링 되다가 아로마와 스모크가 은은하게 남는다. 배를 얇게 저민 후 위에 착실히 스모크와 아로마를 바르고 조각의 앞부분에는 아로마와 훈연으로 건조한 소금, 중간에는 아주 약간의 흑설탕(꿀 정도는 아니다), 끝에는 아로마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트린 후 순서대로 부드럽게 혀 위를 굴리는 느낌이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눌러 굴린다기보다는 스모크와 아로마를 엮어 만든 아주 작은 공 위에 조각을 놓고 굴려서 다 같이 결국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기는 특별함은 아니지만 가성비로 따지자면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기분 탓인지, 다른 부나하벤에서 느끼기 어려운 깔끔함과 가벼움이 돋보였다. 다만 일말의 피트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쉬웠다.


성공적인 큐레이팅. 캐던헤드에서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패셔너블한 병과 빛을 반사해서 두드러지는 라벨, 명성보다는 특징에 집중한 라인 업. 캐던헤드 오리지널의 다른 제품도 구경하고 싶었을 정도니까.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큐레이션이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레프 톨스토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직접 위대한 작품을 창작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리뷰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보살피고 관리하고 있고(care) 이 방식으로 큐레이팅하고 있다. 서글픈 한계에 대한 분명한 자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낳은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의미가 될 때도 있다는 행복감이 교차했다. 씁쓸함과 달큰함이 그 밤, 입 속에 오래 남았다.

무정형은 거울샷 맛집....>_<
인느 나폴레옹과 암룻 스펙트럼. 후기는 나중에.... 헤헿

 

[마르스 몰티지 코스모 와인 캐스크 피니시 Mars Maltage Cosmo Wine Cask Finish] 광야에서 우주를 마셨다.

[마르스 몰티지 코스모 와인 캐스크 피니시 Mars Maltage Cosmo Wine Cask Finish] 광야에서 우주를 마셨다. 셰익스피어는 영미 문화의 시원을 빚었다. 그 영향력은 4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남았고, 이후

festivalsisters.tistory.com

마르스 몰티지 코스모 와인 캐스크 피니시 후기는 위 링크를 참고하세욧>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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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나의 WHY를 찾고 그에 맞는 가치로 세상에 기여합니다.
 I find my WHY and service the world accordin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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