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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당신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당신에게 아니, 도대체 왜 우는 거야. 눈물 앞에서 모든 연인들이 예외 없이 물었다. 아무도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뭘 잘했다고. 얼른 주워 삼겼을 뒤에 이어진 말들도, 발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눈물을 닦아주지 않을만 하다고도. 눈물은 최선을 다했다는 표식이었고, 결과와 무관하게 억울하다는 호소였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입장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얼른 결정해. 지금 결정해야해. 머릿 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무기력하게 초여름 한복판에 버려져 있다. 나는 순발력이 좋지 못한 인간이다. 길게 생각하고 오래 고민하고 여러 방향으로 사고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가끔 전 애인들과 멀어진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2022. 6. 6.
[아무튼, 술 - 김혼비] 어쨌든, 술 (술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feat.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 / 북리뷰 맞습니다. [아무튼, 술 - 김혼비] 어쨌든, 술 (술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그들의 지식의 양을 늘리려는, 부모들의 술수라고 생각했다. 내가 뭔가를 많이 보고싶은가? 넓게 보고싶은가? 뭘 보고싶은가? 하는 고민도 없이 그것이 뭐든 보이는게 좋다는, 무언의 압박이랄까. 여전히 앎은 그 양보다 질과 깊이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와,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이 말이 진짜구나- 하고 실감하는 때도 많아지고 있다. 며칠전에는 이 깨달음을, 입으로 옮기기도 했다. 어디에 눈을 둬도 즐길거리가 가득한 서울에서도, 막상 햇살 좋은 날 집 밖으로 나서 누군가를 만나면 함께 갈 곳이 많지 않다. 먹은 밥을 또 먹을 수도 없고, 마신 커피를 또 마실 .. 2022. 5. 3.
[모든 사람은 혼자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나의 눈은 엄마를 닮았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나의 눈은 엄마를 닮았다. 나의 눈은 아빠를 닮았다. 00연수원 수료식 날, 새로운 길을 걷게 된 아이들의 첫걸음을 축하하고자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연수원을 찾았다. 온라인 사전 연수 기간에 미국으로 갑작스럽고도 긴 여행을 떠나버리는 바람에 벌점이 생겼었고, 어떤 직업적 사명감이나 조직에 대한 애착 없이 순전히 이 벌점을 벌충하려고 반장역할을 자청했지만, 막상 두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동기들과 동고동락하고나니 수료식 날은 온통 눈물이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실존에 몰입하다보면,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을 얼굴들이었다. 아무나 붙잡고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좀 찾아줘." 했더니, 동갑내기 동기 한명이 정말 엄마 아빠를 모시고 왔다. 훗날 .. 2022. 4. 25.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우주에서 하나뿐, 이라는 이유만으로. / 북리뷰, 독서 일기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우주에서 하나뿐, 이라는 이유만으로. 2020년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인형 같이 작은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태어난지 1년 4개월여만에 사망한 사건이었다. 전국에 있는 부모, 입양 가정에 소속한 사회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멀찍이 놓여 평소 사회 문제에 얼마간은 무심했던 이들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 죽음 앞에 분노했다. 그즈음 회사 주변 거리에 놓여 있었던 아이의 명복을 기도하는 화환들과 그 아래 누군가 두고 간 편지들, 아이를 위한 선물들 때문에 매일 아침 모두의 출근길이 눈물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친부가 아이를 유기하고, 친부의 여자친구가 이 유기에 적극 가담하여 아이가 사망한 사건과 친부와 계모가.. 2022. 3. 23.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부커, 메디치 수상자 한강의 2021년 작품 북 리뷰, 후기, 독서 일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요약) 는 희미한 박명이 비추는 사랑의 우듬지에 대한 이야기다.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시대는 흐른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매화가 피고, 동박새가 찾아온다. 우듬지 가득 붉은 이슬을 먹고 자라 이슬만큼이나 붉은 꽃이 공기를 찢듯 터져 나온다. 그렇게 막을 수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피할 길도 없이. 죽은 새의 시체와 지표면 사이 어딘가에 묻히고, 겨우내 눈과 얼음에 덮여 꽁꽁 언 신념이 선연한 붉음으로 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도, 끝내 헤어짐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는 우리의 것이지만, 또한 떠난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본작의.. 2022. 3. 17.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진정한 죽음의 의미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진정한 죽음의 의미 자신이 살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까지, 빼어난 미모를 주무기로 러시아 전역의 사교계 명사 자리에 오른 한 여성이 있다. 정부의 고위 간부인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친인척들도 공작지위를 가지고 있는, 소위 다이아수저가 된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애인과 외국으로 도피하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남편은 이혼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반대와 사교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기에 이른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남편과의 이혼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남편과 낳은 첫 ..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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