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부커, 메디치 수상자 한강의 2021년 작품 북 리뷰, 후기, 독서 일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요약) 는 희미한 박명이 비추는 사랑의 우듬지에 대한 이야기다.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시대는 흐른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매화가 피고, 동박새가 찾아온다. 우듬지 가득 붉은 이슬을 먹고 자라 이슬만큼이나 붉은 꽃이 공기를 찢듯 터져 나온다. 그렇게 막을 수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피할 길도 없이. 죽은 새의 시체와 지표면 사이 어딘가에 묻히고, 겨우내 눈과 얼음에 덮여 꽁꽁 언 신념이 선연한 붉음으로 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도, 끝내 헤어짐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는 우리의 것이지만, 또한 떠난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본작의..
2022. 3. 17.
[올드 풀티니 허다트 Old Pulteney Huddart] 엄마, 엄마! 여기 우물 물이 황금빛이야! / 무정형에서 마신 위스키 후기, 리뷰
[올드 풀티니 허다트 Old Pulteney Huddart] 엄마, 엄마! 여기 우물 물이 황금빛이야! 하이랜드 특유의 풍미는 한번 맛보면 쉬이 잊기 힘들다. 하이랜드를 대표하는 증류소인 하이랜드파크, 에드라두어, 오반, 발블레어에서는 하이랜드 특유의 깔끔함과 균형감,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이어지는 여운이 특징적인 하이랜드 특유의 풍미에 공격적인 피트, 셰리밤, 달콤함, 섬새한 스모키함 등 증류소의 특질을 섞어 제품을 출시한다. 올드 풀티니(올드 풀트니라고 읽기도 한다) 허다트는 하이랜드에 자리잡은 증류소 올드 풀티니에서 출시한 NAS 제품으로 12살 제품이 달달하고, 피트 스타일이 아니라 아쉽긴했지만 깔끔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경험에 기대가 컸다. 숙성은 엑스버번캐스크에서 1차, 피티드 위스키를 숙성..
2022. 3. 13.
[돈 룩 업 Don't Look Up - 아담 맥케이 Adam McKay feat. 넷플릭스 Netflix] 실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많은 세상, 진정한 종말의 모습은 무엇인가. (작품 후기, 리뷰, 추천)
[돈 룩 업 Don't Look Up - 아담 맥케이 Adam McKay feat. Netflix] 실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많은 세상, 진정한 종말의 모습은 무엇인가. 내일 세상이 종말한다면 당신은 무슨 일을 하면서 오늘을 보낼까. 생각은 관성이 세다. 어떤 고랑을 한번 흐른 생각은 생각의 주인이 주의 깊게 생각이 어디로 흐르는지 지켜보고, 힘써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흐르도록 관리하지 않는 이상, 계속 그 고랑으로 흐른다. 은 지구 종말이라는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 앞에서도 인간의 사고가 관성의 법칙에 무참히 종속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인간은 멸종 직전의 순간에도, 인종, 성적 취향, 계급, 경제력, 직업, 출신 국가, 정보력, 정치적 이념, 권력, 종교, 학력(내지는 ..
2022. 2. 7.
[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작은 힘의 나눔
[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작은 힘의 나눔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기댈 곳이 사라져 방황하고, 방황 끝에 넘어져 구조를 기다리는 존재들이 많다는 점이 서글프다. 산업 발전이 낳은 기후변화는 쪽방촌에서 보일러도 에어컨도 공기청정기도 없이 보호자의 퇴근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재앙이고, 마트에서 생리대를 구매할 경제력이 없는 소외계층 여성들에게는 생명을 잉태할 축복이 되는 생리가 한달에 한번 마주하는, 끝 모를 터널이다. 가진 것의 양은 나눌 수 있는 것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 나눔이라는 행위 자체와는 어떠한 연관성도 갖지 않는다. 친구와 카페에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가 따뜻한 겨울이다. 이 한잔의 힘으로 누군가는 대재앙에서 탈출하고, 끝 모를 터널의 끝에서 부신 눈을 비빌 것..
2022.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