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전시회] 저항과 자유(스포 없는 리뷰)에 이어
2021.12.20 - [놀러갔다] -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 스포 없는 리뷰 - 저항과 자유
자신이 서있던 경계마저 허물었던, 경계인 달리의 인생과 작품세계, 전시회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유령 마차>
달리의 페르소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대중에게 깊게 각인 되었다. 평소 초현실주의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술에 전혀 관심 없던 대중도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자유와 달리의 자화상을 연결 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졌을 만큼 드라마와 달리의 초상은 함께 유명해졌다. 이번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는 첫번째로는, 달리의 팬이 이땅에도 얼마나 많은지, 대기로 실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고, 두번째로는, 달리의 작품과 인생을 달리를 대표하는 작품보다는 덜 알려진 작품과 스토리를 위주로 접하는 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 최초로, 140여 점을 전시하는 큰 규모로, 달리의 작품을 소장한 많은 미술관과 개인에게서 작품을 대여하여 꾸린, 대형 기획 전시회고, 따라서 많은 기대를 받고 인기를 호가하고 있으나, '달리'하면 떠오르는 대표작품들을 보고자 하는 대중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달리가 다량의 빈 캔버스에 사인을 해놓았는데, 그것이 유통 되면서 끊임 없이 모조 논란에 시달렸고,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전시회에서 다수의 작품이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 되어 전시회가 취소된 적도 있었으므로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달리 전시회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의 팬이라면 다행스러우니 일이다. 더욱이, 달리의 인생을 처음부터 차근히 따라가는 전시 스토리 라인 덕분에 달리의 작품관을 관통하는 키워드에 대하여 작품과 함께 자세하게 들여다 보며, 공부할 수 있다.
달리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에 첫번째는 단연 자유다. 그는 평생 어떤 이유로든 존재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저항하는 사람이었다. 이 불행한 숙명은 그가 태어났을때부터 시작되는데 스페인 어느 시골 마을의 서기관(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시회에서는 변호사라고 배움)이었던 아버지의 밑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으나, 그의 부모가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 보지도 못하고 겪지도 못한 형의 이름을 따 그의 이름을 '달리'로 짓고, 이 이름이 자신의 존재를 대변하는 한, 천재적인 성향을 가졌던 형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만으로 인정 받기 위해 유년~청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천재 미술가로 명예로운 삶을 살면서도 그는 죽은 형이 자신보다 훨씬 천재였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형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그는 그림에 몰두하는 것을 선택하고 9살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해 이미 10대 후반에 성과를 인정 받기 시작한다.
두번째 키워드는 사랑이다. 어렸을 때는 여동생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다가 20대가 되면서 다른 여성 모델들을 그림 전반에 내세우기 시작하고, 후에는 그가 평생을 사랑했던 아내 갈라를 주 모델로 삼아 작품을 그린다. 여동생이 질투에 사로 잡힐 정도로 달리의 갈라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고, 평생 달리의 작품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갈라가 달리가 사 준 성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달리와의 만남을 거부할 때도 달리는 꽃을 사서 성을 찾아가 먼 발치에서나마 갈라를 보기 위해 애썼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현실 부적응 장애를 겪었던 달리의 '괴상한' 작품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하도록 하고, 달리의 활동 전체를 관리한 사람도 다름 아닌 갈라였다. 물론 달리의 작품이 그러하듯,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갈라는 달리를 초현실주의로 이끈 작가 폴의 아내였고, 그들의 사랑은 불륜에서 시작했으며, 달리는 이 사랑을 얻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의절하기까지 한다.
세번째 키워드는 강박과 공포, 그리고 밀레의 만종이다. 달리는 어렸을 때부터 삶의 여러 요소에서 강박, 억압, 특히 성적으로 강박에 시달렸다. 여성 자체에 대한 두려움,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 성관계와 식인행위가 갖는 연관성 등의 강박에 시달렸고, 밀레의 만종을 이런 강박 측면에서 재해석했다. 달리는 밀레의 <만종> 속의 남성이 모자를 들고 있는 이유는 발기를 가리기 위함이고, 여성이 기도하는 듯 몸체를 수그리고 있는 것은 암컷 사마귀가 생식 행위 직후 수컷 사마귀를 잡아 먹고 나서의 모습과 유사성이 있다고 원작을 해석했고, 원작의 이미지를 재생산했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에서 피사체가 된 인물의 입을 가린다던지, 입이 없는 것처럼 묘사한다던지 하는 표현 방식도 이런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번째 키워드는 시간의 영속성과 꿈이다. 달리를 대표하는 작품 <기억의 지속(영속, 고집)>은 시간에 대한 달리의 생각을 집약한 작품이다. 그는 시간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고, 시제 또한 구분을 위해 만들었을 뿐, 얼마든지 늘어지거나 구부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현실주의 모임에서 퇴출된 달리가 '나는 퇴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초현실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매우 유명한 일화가 대표하듯, <기억의 지속>은 구성 요소의 곳곳이 초현실적으로 왜곡 되어 있고, 달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물들이 등장하며, 특히 녹아내리고 있는 시계가 회중에 강력한 인상을 선사한다. 작품에는 시계로 표현되는 시간에 대한 그의 가치관과 과거의 억눌린 욕망, 성적 강박, 에로티시즘, 그리고 현실의 연장선상으로서의 꿈, 즉 달리의 무의식이 표현 되어 있다. 프로이트가 달리와의 만남을 회고할 정도로, 달리는 꿈과 프로이트의 접근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의 연장선이라는 의미에서 달리에게 꿈은 또 다른 현실이기도 했고, 무의식이 펼쳐지는 공간이었으며, 따라서 꿈과 무의식도 현실이라는 시간과 감각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비사실적인 것을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편집광적 비판)하고, 사실적인 것을 해체하여 초현실적으로 묘사하는 화법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파괴하는데에 더없이 적합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또한 물리적으로 우리와 맞닿는 현실의 가동범위에 대한 저항정신이 담긴 작품을 그렸던 그에게 꿈은 제일 '어울리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달리의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하나만 고른다면, 단연 <유령 마차>를 고르겠다. 이 작품에서 달리의 편집광적 비판 기법과 이중 형상 기법(유령 마차라는 제목처럼 유령이 타고 있고 관객은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혹은 유령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말만 마차를 이끌고 있는지 헷갈리도록 유도)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며, 해골, 달리의 고향 마을 등 사이프러스 나무, 목발, 개미,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만큼은 아니지만 달리가 꽤 반복적으로 작품에 사용했던 이미지가 발견된다. 특히 마차를 통해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액자 속의 액자, 작품 속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늘 특이하고 하이텐션이었던, 광인에 가까웠던(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달리가 가끔 돌아오는 은은하게 돌아 있는 시즌 중에 그린 작품이라고 상상하고 바라보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일상과 후기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http://www.instagram.com/seol_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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