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전시회] 저항과 자유
이번 리뷰는 달리의 인생관을 중심으로 한 리뷰입니다;ㅁ; 솔직한 마음으로는 조금 아쉬웠던, 전시회 자체와 작품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이어집니다. 달리 작품 세계를 관통하고, 대중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은 많지 않았던 전시였어요. 다음 리뷰 전까지 티켓 구매 결정하셔야 하는 분들을 위해 사전 첨언합니다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인류가 쟁취하기 위해 가장 오랜 세월 공들인 힘은 거대한 사회적 권력이나 일반을 초월하는 신체나 정신의 힘이 아니라, 자유다.
지구의 역사를 이끌며 패권을 장악한 사람들과 다른, 소수의 피부 색깔을 가진 이유로 수백년 동안 모멸감을 견디며 투쟁하고,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몸담은 사회를 구성하는 데에서 배제 되고 본인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투표지 한장을 받지 못해 길거리에 나서고, 다수와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치관을 매도 당하던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며 다양성을 외친 이유는, 단 한가지, 자유 때문이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내 의지대로 숨 쉬고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힘에 기인하고, 그리고 이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 중에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재능( gift )에 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 보다 아주 조금 넘치는 그 힘을 맞잡은 손을 통해 나누는 자가 히어로가 된다. 우리의 다정한 이웃, 우연한 계기로 거미에 물려 재능을 각성시킬만한 힘을 갖게 되었으나 때로는 능력이 가져다주는 고독으로부터, 사랑하는 이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운명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 피터 파커처럼.
살바도르 달리는 자유와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힘에 대한 저항정신을 대표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천재적인 재능으로 시대를 대변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모든 클리셰로부터의 자유, 모든 억압된 존재가 누려 마땅한 자유, 존재가 본질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을 억누르는 사회 구조로부터의 자유, 가장 낮은 곳, 멸시 당하는 곳에 속할지라도 남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의하여 온전히 자유롭다 느낄 수 있는 초월적 자유를 주장하고, 이웃을 위해 그 힘을 나눴던 다정한 이웃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박수칠 때 완벽한 해피엔딩을 남기며 떠난 작품 <종이의 집>의 주인공들이 살바도르 달리의 자화상 속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쓰고 등장한 것은 달리가 그들과 그저 같은 스페인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가 바람에 날아가고, 비가 오면 곤죽이 되어 쏟아지는, 종이로 만든 부실한 허상이더라도, 종이로 집을 짓기 위해 땅 위에 스러지는 나무가 수만 그루, 뿌리는 땀과 눈물이 수만 방울이더라도, 한번 그 정신이 뿌려진 자리에는 봄마다 다음 세대의 자유가 잉태되기 때문에, 자유를 잉태하기 위해 흐려진 땀과 눈물이 그 자유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상대성과 영속성에 스스로 얽매였으나 작품으로 평생 불사의 생명력을 얻어 자유로워졌으며, 억압(특히 성적, 편집증적)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했으나 끊임 없이 억압에 대항하고 끝내는 억압을 객관적으로 관찰할만큼 자유로워졌으며, 평생 사랑하는 사람의 노예였으나 그 사랑이 넓고 깊은 덕분에 제한된 영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살바도르 달리, 그는 자유다. 심지어 그의 자유를 만든, 모든 것으로부터.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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