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해석5

[잠 - 유재선] 앎과 받아들임 사이에 [잠 - 유재선] 앎과 받아들임 사이에 과외와 학원 알바로 모진 서울의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 어린 선생(먼저 선 先, 태어날 생 生)이었던 내가 학생들에게 그나마 가장 많이, 확신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문장 중에 하나는, 아는 부분은 찢어버려. 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대부분의 순간 가족의 눈과 책장에 맺힌 활자를 쫓았지만, 종종 누워 유난히 맑았던 그 시절의 하늘을 눈에 담거나 멍하니 벽지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구름이 토끼나 하트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거나 벽지 속 패턴이 악마나 괴물, 이모가 보여 줬던 전설의 고향 속 구미호 얼굴로 보여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착시를 무의식적인 추론에 의한 인지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어린 나는 마룻바닥에 .. 2024. 3. 10.
[플라워 킬링 문(The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마틴 스콜세지] 시절, 액자로 남다. [플라워 킬링 문(The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마틴 스콜세지] 시절, 액자로 남다. 이 글은 브런치 스토리로 이사하였습니다. 브런치에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lync/60 01화 시절, 액자로 남다., 마틴 스콜세지, 2023 | [플라워 킬링 문(The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마틴 스콜세지] 시절, 액자로 남다.옆으로 쪼그리고 누운 뒷모습을 본다. 작고 둥근 등이 볼록하다. 엄마는 당신brunch.co.kr 2023. 12. 30.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 크리스토퍼 놀란] 느린 기적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 크리스토퍼 놀란] 느린 기적 인사부서에서 일하게 된지 벌써 9개월이 되었다. 모든 업무에 있어서 예외적 허용 범위가 극히 좁고 따라서 인사관리가 유연하지 않은 조직특성상 내게 부여된 권한 또한 그 크기가 크거나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300여 명의 성과급, 근평, 전보, 부서배치 등의 인사관리를 거의 전담해 왔다. 그렇게 아홉 번 달이 차고 기우는 시간 동안 지켜본 것은, 지난 30여 년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어떤 일상보다 어둡고 차갑다. 나는 성선(성품, 타고난 사람의 천성 성 性, 착할, 어질 선 善) 설을 오래 믿어 왔고, 현실의 대부분의 비극은 느슨한 연대와 부정의(아닐 부 不, 바를 정 正, 옳을 의 義)에 꾸준히 저항하는 지구력으로 상당 부.. 2023. 11. 20.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록 생생한 침묵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록 생생한 침묵 엄마 아빠를 담은 사진이 평일 낮 가족 메신저 방에 알람을 울린다. 오 뭐야. 어디갔슈? 했더니 딸들과 막내아들을 두고 놀러 다녀왔다는 미안함이 자뭇자뭇 묻어나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 아빠 그때 산 옷 입었네. 신발도 내가 사준거고. 고딩도 아니고 꼬까옷 맞춰 입고 놀러 간 거네. 귀엽당. 괜찮다는 마음을 에둘러 전하니까, 엄마가 개인 톡을 보내왔다. 구. 곡. 순. 담. 백세잔치라는 행사가 있어. 그 언젠가 순창에서 백세잔치 행사가 있었지. 그때 엄마가. 커피 무료 봉사를 맡았지. 노인들 총출동이야. 막 여기저기에서 장농 좀약 냄새. 그때가 시월인가. 쫌 쌀랑했지. 커피가 얼마나 나갔는지. 계속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니까 한 손에 면.. 2023. 5. 3.
[파이트 클럽 - 데이비드 핀처] 송사리 튀김 [파이트 클럽 - 데이비드 핀처] 송사리 튀김 여기 뭐 해장국 맛집이야? 아니 일단 가봐야 돼. 가봐야 알아. 껍데기 맛집이야. 뭔 소리여 이게.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신촌에서 보기로 했더니 둘 다 삶에 찌들었는지, 만나서 갈만한 식당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신촌 인근의 유일한 술집이자, 익히 아는 맛을 새롭게 내서 사랑에 마지않는 대전 해장국 링크를 보냈다. 운 좋게도 후덥지근함을 뚫고 낮술을 즐기러 온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K와 연애 초기에 여기서 M오빠랑 진탕 술 마시고, 목포까지 KTX 타고 밤을 뚫고 달렸었다. 이 귀찮은 거 싫어하고 끝까지 술 먹기 좋아하는 내가. 참, 여기 K랑 같이 온 적도 있었는데, 걔도 너처럼, 해장국 맛집이야? 아재는 국밥을 사랑.. 2022. 8. 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