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제주] 고전을 사랑하는 이유
클래식이라는 단어와 가장 완벽히 호응하는 어구는 아마도 영원하다일 것이다. 생태주의의 창시자이자, 레프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터 킹 목사, 넬슨 만델라 대통령 등 존재 자체가 클래식인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월든>의 주인공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Every generation laughs at the old fashions. But the classic is forever in the human history." 클래식은 계층 구조상 상부를 차지하는 시민 계급을 뜻하는 라틴어 classicus에서 파생된 단어로, 어원에 따라 일류의, 최고 수준의, 뛰어난의 의미로 쓰이다가 오래된(문학, 음악, 영화)이 의미로 추가 되었고, 오래된 것이라면 으레 갖추게 되는 특질인 전형적인, 대표적인까지 아우르는 단어가 되었다. 현재는 최고 수준과 오래된의 의미가 결합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문학, 음악, 영화를 가리킬 때 그저 오래된 작품이 아니라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른 가치 있는 작품을 지칭하는 의미로 발전하였다. 요컨대 지속성, 영속성에 높은 가치까지 갖춘 작품과 스타일이라야 비로소 클래식, 고전(古典)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어떤 텍스트가 이 땅 위에서 오래 숨쉬기 위해서는 역사적, 예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합의를 얻었거나, 대중으로부터 널리 사랑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로의 말처럼 오래 살아남은 것이라고 하여 늘 가치가 높거나 널리 사랑 받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존재가 영원하기 위해서 넘어야하는 기준은 참으로 엄준하다. 그러므로, 클래식은 영원하다.
고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인물의 특성과 컨셉, 인물 간의 관계, 환경과 인물간의 관계 등의 설정은 작가가 평소 경험하고 관찰한 바를 투영하여 창조해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품 내에 심어 놓은 설정들끼리, 혹은 인물을 비롯한 다양한 설정들과 독자가 자체적으로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인물이 끊임 없이 성장하거나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영역 시간에 주구장창 배우고 직접 습득해왔듯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크게 내재적 관점, 외재적 관점으로 나뉘고, 외재적 관점은 다시 표현론적 관점, 반영론적 관점, 효용론적 관점으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독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분류한다면 작품 자체를 구성하는 문체, 묘사 방법, 내러티브 등 내재적 요소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내재적 관점(절대주의적 관점), 작품이 독자에게 어떻게 해석 되고 그 해석이 어떤 영향을 줄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효용론적 관점,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 작품 해석의 기준이 되는 반영론적 관점, 문학 작품을 작가의 경험과 가치관의 반영이라는 점을 기준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표현론적 관점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모든 관점은 각자 뚝뚝 떼어 내어서는 작가, 작품, 독자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 없고, 작품 내외부에서 유기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종합주의적 상호작용을 통해 독자는 다각도로 작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분별을 통해 작품에서 필요한 부분을 추려 영혼에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감상들이 모이고 쌓여, 작가가 표현할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해석들까지도 아카이브를 이뤄 후대의 독자의 감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작품이 내재하는 가치와 의미는 진화하며, 자체적으로 시대에 적응하면서 지속성을 스스로 연장한다. 이것이 우리가 몇 십 년, 몇 백 년, 심지어 천 년이 넘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 가치와 영속성을 인정해 이 오래된 작품을 클래식이라고 부르게 되는, 클래식이 영원할 수 있는 이유다. 내가 고전을 편애하는 이유는 고전을 읽는 것은 세상을 오래 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난 도깨비가 품은 지혜를 훔쳐 보는 것과 같고, 고전은 이 지혜를 통해 글씨의 크기가 아니라 글씨가 품은 의미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돋보기와도 같으며, 독자가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표면으로 끌어올려 비추는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클래식한 것들을 사랑한다. 외하나씨가 머리에 바르셨던 포마드 냄새, 할아부지와 할매가 입은 한복에 새초롬하게 걸려있었던 호박 장신구, 아빠 옷장에 걸려있는 오랜 넥타이, 엄마가 생일을 축하한다며 보내는 짧은 시 같은, 오래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먼지를 뿌옇게 맞아도 늘 책장 속은 싱싱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안나 카레리나>, <반지의 제왕>, <듄>이 뿜는 오래된 종이 냄새를 사랑한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번쩍번쩍하고, 높고, 화려한 호텔도 좋지만, 수많은 투숙객들의 사연을 품어 누리끼끼해진 벽지, 이제는 잘 쓰지 않는 청소가 어려운 카펫, 안전 문제로 신축 호텔에는 더 이상 설치하지 않아 보기 힘들어진 개방형 발코니를 사랑한다. 그 오래된 발코니에서, 고전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을 따사로운 햇살이 밝혀주는 시몬 드 보부아르, 넬라 라슨, 귀스타브 플로베르, 이브 생로랑 같은 사람들의 숨결을 사랑한다. 손바닥에 올려 놓으면, 사아악 손금에 녹아 들며 따스한, 고전을 사랑한다. 고전적인 향이 물씬 나는 롯데호텔의 클래식한 개방형 발코니에서, 이제는 어디서 팔지도 않을 정겨운 모양의 의자 위에 앉아, 소리지르며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새까맣게 태우는 볕소리와 꾈꾈꾈 봄에 맞춰 춤곡을 부르는 새소리에 둘러싸인 채, 벌겋게 익어가며 웃었다. 내 보잘 것 없는 사유도 고전을 타고 어쩌면, 조금 더 이 땅에 머무를지도 모를 일이다. 클래시컬한 대중가요 가사처럼-클래식과 대중가요가 반대말로 쓰이기 때문에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싶으면서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가 늘 그러하듯 영원에도 숨구멍이 되는지, 다행하게도. 고전만은 영원하다.
로비에서 바라본 더 캔버스
밤과 낮, 같은 자리, 다른 풍경의 정문
책캉스에서 읽은 책들
햇살이 아름다웠던 날, 호텔의 전경
행복했던 순간들
체크아웃 하는 날 조식과 중식을 즐겼던 더 캔버스. 정말 좋았다.
가든으로 통하는 후문쪽에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던 그림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질문은 댓글로 or 인스타그램 seol_vely로 부탁드립니다.
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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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배우고 성장하여 진정한 자부심을 얻고 멋진 삶을 삽니다.
I learn and grow to earn real pride and live a great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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