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맹점
인간의 뇌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3초당 1번, 직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고를 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상기 한 줄을 읽는 순간에도 한가지 이상의 새로운 사고가 뇌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정보가 소용돌이 치는, 정보로만 이뤄지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고와 정보의 홍수가 만든 무작위적 알고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몰아치는 사고와 정보들의 돌풍 한가운데에서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고 서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다.
해결방법은 우리가 스스로를 진짜라고 믿는 데에 있다. 삶은 존재가 진정한 자아와 만나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합일에 이르기까지의 긴 과정이다. 그 합일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에게는 평생,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인고를 요하는 이 복잡한 과정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순간에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삶에 몰입할 것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흘러가는 수많은 정보와 사고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서 놓치지 않고 취할 것인지를 알고, 행동하는 것이 삶의 무게중심이자, 화해의 순간으로 존재와 자아를 이끄는 추진력이 된다.
누군가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살고, 누군가는 후회의 껍데기 안에 다른 알맹이를 꺼내어 들여다보면서 산다. 슬픔, 후회, 아픔은 이 여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적인 부산물일 뿐이다. 인생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 후에 부산물처럼 따라 오는 후회를 슬기롭게 지나치면서 만들어진다. 여정에서 꼭 발생하기 마련인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길의 방향을 틀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그저 당신의 길을 묵묵히 갈 것인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성과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긍정적인 마음만 앞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실패에 대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가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꼭 지나야할 관문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단, 우리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진짜라는 것을 알고, 따라서 사고와 정보와 타인이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루려는 것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쉬이 상처가 나고, 낙천적인 마음과 기도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도 세상에 많은 이유다.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2021년에, 그야말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유명 저널들이 작품을 극찬했고, 국내에서도 부수 판매가 상당했다.
작품은 현실의 삶과 죽음 후 사후 세계 사이에, 일종의 다리이자 영혼이 잠시 머무르며 이승에서 완성하지 못한 자아와 존재의 합일을 이루는 공간으로 자주 쓰이는 '연옥', 그리고 그 연옥에서 주인공이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순간이 자정인 관계로 자정에 시간이 멈춰져 있는 도서관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에서 옛 스승이자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을 만나 양자역학과 끈 이론이 성립시키는 다중 우주, 평행 우주 안의 다른 노라들이 살고 있는, 자신이 살수도 있었던 삶들을 책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노라는 더 나은 삶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의 여정을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은 자신이 포기했던 원래 삶이었음을 깨닫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잠시 죽어있던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작품은, 삶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 안에 있는 작은 힘과 사소한 일상으로도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내 안에 내재된 힘은 엄청나다는, 그러니 체스판 위에 폰 하나만 남더라도, 끝 줄에 닿으면 퀸이 될 순간을 위해 포기하지 말아야한다는, 감동적이고 사실이며 나 또한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강력하게 믿고 있으나, 재생산하기에는 너무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영혼이 연옥에서의 깨달음을 얻는다라는 상당히 길고 뻔한 방식으로 돌려 말하고 있다. 작품은 당신은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고, 내재적 가치가 뛰어 나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만한 역량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왜', 그러니까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과 감동적인 위로, 앞날에 대한 격려 뒤에, '어떻게'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심지어 작품 내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격언을 인용하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원칙),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실제), 원칙과 실제 사이의 간극은 어떤 방식으로 메우고, 합의시킬 것이며, 존재가 혼자서도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하는지를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듯하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그저 살아갈 뿐일 때도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삶은 존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늘 흘러가진 않는다. 때로는 의도치 않은 굴곡을 웅크리고 견디며 그저 살아내야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웅크린 순간에도 내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것은 존재 스스로이지 존재가 그저 살아내야하는 상황을 만든 외부적 요소일 수는 없다.
종합하자면 이 작품은 문학사에서 수없이 반복 되어 온 인간 삶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마찬가지로 클리셰를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성공한 사유는 독자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보다, 현 상황을 위로하고, 독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점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함축적으로 인용한 부분이 많고, 진부한 것을 진부하게 이야기했어도 그 이야기가 우리 삶에 중요한 메시지이며, 후회의 양은 인생에 중요하지 않고, 후회가 줄어들어도 행복의 양이 늘어나진 않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또한 노라와 위고가 머무는 도서관과 비디오 대여점과 같은 공간을 죽은 영혼이 보통 동양에서는 49일동안, 서양에서는 스스로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할 때까지 머무르는 연옥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끈 이론, 양자역학, 다중우주, 평행우주와 같은 복잡한 우주적 개념을 인간의 뇌가 단순하게 해석하기 위해 존재 안에 세운 이승을 대표하는 메타포로 처리한 점이 매우 인상깊다.
가지 않은 길, 하지 않았던 선택이라는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자아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긍정적인 사고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함께 볼만한 작품으로 디즈니플러스의 <what if...?>를 추천한다. 매 에피소드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고, 어둡고 무겁고 어렵지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보다 훨씬 초현실에 가까움에도 감상을 우리 삶에 활용하기에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특히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에 왓쳐(The Watcher)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우주의 원칙을 깨고 상황에 개입하면서 한 갈래로 묶이는 것이 인상적인데, 이것이 대원칙이 위협을 받음에 따라 실제에 맞는 대처를 상징하고 있고, 그것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사상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는 점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비교하면서 감상하기에 더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 같다(.....나는 이제 왓이프를 다시 봐야한다...).
아름다운 길만 걸으리라고 생각하면 아름다운 길이 펼쳐질 것이다.
단 그 앞에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걷고 있는 사람이다.
+
오늘도 켈리최 회장님의 새벽에 확언 5번 쓰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저에게 엄청 필요한 확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좋은 글로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시키고 싶은 마음만큼 이 능력이 필요한 경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고 있으니 확언을 되뇌이는 것이 큰 추진력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나는 말과 글로 소통하는 능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탑니다.
I steadily develop my public speaking and writing skills to get on the millionaire fast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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