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렛 팟 스틸 리저브 Willett Pot Still Reserve] 뛰어난 패키지가 메시지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한 증명.
패션과 패셔너블한 위스키의 의미
패션(Fashion)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어휘로, 주로 유행하는 복식, 양식을 지칭하는 데에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 대하여 내리는 '패셔너블(Fashionable)하다.'라는 판단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구사하는 복식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양식을 잘 따라가고 있다.'라고 이해하기 쉬운데, 이는 패션(Fashion)이 그저 복식에 한정되는 어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손으로 만들고 빚다, 만드는 일 혹은 활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틴어 팍티오(fáctĭo)를 그 어원으로 한다. 그러니까 이 어원에 따르면 패션은 한철 유행보다는 시대에 걸맞은 활동 방식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그리고, 복식을 포함한 생활양식에는 존재가 일생을 통해 빚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고 활동의 지표가 되는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패션을 유행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 사고하고 유행에 맞춰 복식을 갖춰 입는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시대에 걸맞은 사고방식을 갖추고 라이프스타일에 이를 반영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패션이 함의하는 바를 생각하면 패션의 변화 속도는 제법 빠른 편이다. 패션이 계속 바뀌는 이유는 시대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여러 개의 자아가 있고, 어떤 자아가 주된 자아로 발현되느냐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존재와 존재가 품은 의미는 변화하며, 세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인 한 존재가 자신의 특정 자아와 합일을 이루기까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세계 자체도 세월을 넘어 늘 일관적이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패셔너블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존재를 운영하기 위한 철학이 있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신념을 효과적으로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전달하고, 또 시대의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시대와 자신이라는 존재간의 거리를 조화로운 공간으로 조성 가능한 시대감각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복식을 포함한 생활양식에도 적확한 방법으로 반영한 사람이다. 프라다나 보테가 베네타에서 나온 신제품으로 온몸을 휘감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패셔너블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가 변하는 것, 패션이 바뀌는 것은 존재 안에 있는 단단한 무엇인가들이 모여 만드는 결과이지, 소수의 브랜드가 결정하고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과 요리도 마찬가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무리 유의미하고 아름다워도, 좋지 않은 재질에 가독성 떨어지는 폰트로 글이 쓰여 있거나, 적확한 어휘를 사용하지 않으면 글은 곧 힘을 잃고 만다. 힙한 플랫폼에서 힙한 방식으로 쓰여진 글도 메시지와 폼이 어울리지 않으면 컨텐츠가 금방 퇴색되고 만다. 뛰어난 쉐프가 최고급 기술을 사용하여 최상급 재료로 일류 요리를 만들어도, 그 모양이 도저히 먹을 수 있을만한 형태가 아니라면, 소비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소박한 국수를 최고급 파인다이닝에서 제공한다면 음식에서 원하는 향수와 정서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패셔너블한 글과 요리에는 자신에게 담긴 메시지를 청자에게 가닿도록 만드는 데에 탁월한 기능을 소화하는 컨테이너가 필수적이다.
윌렛 팟 스틸 리저브는 뛰어난 컨테이너가 메시지를 수신자에게 전달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증명한 제품이다. 요컨대, 패셔너블한 제품이다. 위스키에 필요한, 시대에 걸맞는 옷을 입었다. 무정형은 철저히 손님의 취향에 맞춰 위스키와 칵테일을 추천하는데, 나는 위스키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취향 밖의 제품이라도 일단 경험해보는 스타일이고, 균민이가 나를 피트 변태라고 부르면서도 늘 피트만 권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 위스키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의 추천은 일단 경험해본다. 그럼에도 버번은 가능한 피하는 편이다. 버번은 와일드 터키 101처럼 집에 두고 가성비 좋게 즐길만한 제품이 아니면 업장에서 꼭 경험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라벨에 버번이 적혀 있는 윌렛 팟 스틸 리저브는 원래대로라면 되도록 피했을 선택이다. 하지만 증류기 모양을 연상하게 하는 병 모양이 유니크해서 거절이 불가능했다. 보관과 유통에 비효율적이고 연약해 보이는 외피가 외려 '어떤 맛을 담았길래?'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수는 47%로 타격감은 없는 편이고, 풀려서 그런지 와일드 터키에 한참 못 미친다. NAS 제품이다. 뭐 어떠랴. 카바란도 NAS인데. 버번이니까 최소 2년은 숙성했을 것이다.
병 모양만큼이나 풍미는 화려하다. 시트러스가 전반적으로 느껴지고, 버번 위스키 특유의 캐러멜류의 달달함이 바디감을 탄탄히 받쳐주며, 마무리와 여운은 바닐라향이 섞여 들고, 생각보다 전체적인 톤이 높되, 가볍지는 않다. 말랑하게 건조한 시트러스 스틱에 전체적으로 캐러멜을 바르고, 끝쪽에는 바닐라를 바른 다음, 위에 다시 시트러스를 가루 내어 흩뿌리고, 3분 정도 늦겨울, 초봄 기운에 내놓은 다음 무거운 추에 달아 혀에 올려놓는 느낌이다. 버번은 생산지인 켄터키 주가 매우 덥고 습하기 때문에 증발량이 많아서 숙성 년수를 올리기 어려운 반면, 원액 자체 농축이 더 많아 맛이 진한 편인데 그 때문에 화려하지만 중심부는 단단하게 느껴지는 풍미가 완성 가능했던 것 같다. 보이기와는 달리 무려 750ml를 품고 있는 바틀은 버번뿐만 아니라 많은 소규모 증류소들이 그러하듯,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켄터키의 작은 증류소인 윌렛 증류소의 상징이자, 로우와인과 하이와인을 모두 증류하고 있는, 유일한 팟 스틸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버번 위스키는 켄터키 주의 조그만 지역인 버번에서, 작은 증류소를 운영하는 가족들이 옥수수로 빚고, 거대한 팟 스틸로 증류하고, 안쪽을 태운 오크 통에 담아 숙성시키고, 자유에 목마른 자들의 목을 적시고, 마피아의 입에 시가와 함께 물리면서, 금주령의 시대가 키운 문화유산(그 시대가 마냥 유쾌하거나, 이 위스키를 빚기 위해 투입된 손길에 희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모두가 훌륭하거나 칭송받아야 마땅한 것들은 아니다.)이다. 그날 나는 무정형에 앉아, 작은 증류소에서 오늘도 열일하고 있을, 역사를 품고 있는 팟 스틸이 증류한 황금빛 문화를, 긴 시간과 거리를 건너온 팟 스틸을 닮은 특별한 편지봉투를 뜯어 확인한 것이다. 피티드 스타일에 익숙한 마음에 그 편지가 와닿았던 이유는, 8할쯤은 봉투 덕분이다. 색깔이 화려하나 장식은 소박한 편지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마음을 고백하고, 마음에 걸맞은 봉투에 담아, 스티커까지 붙여 보내온 편지를 누가 찢어 휴지통에 버릴 수 있을까. 누구라도 그 마음을 받으면, 최소한 일기장에 갈무리하거나 읽고 있던 책에 끼워 역사의 한켠에 밀어 넣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누군가 윌렛 팟 스틸 리저브에 대하여 묻는다면, 한마디로 요약할 것이다. 패셔너블했어.
무정형 위치입니다.
이 정도로 자주 올리면
홍보대사로 임용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사장님
듣고 계신가요 사장님 (좌 내꺼, 우 신디 꺼 커플 지갑)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질문은 댓글로 or 인스타그램 seol_vely로 부탁드립니다.
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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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책, 영화, 드라마, 전시, 음악 등 각종 문화생활을 더 풍부하게 즐기고 싶은 힙한 현대인 당신을 위한 큐레이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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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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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켈리최 회장님 유튜브에서 보내주는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확인하고,
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나의 강점을 활용하여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I use my strengths to create my own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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