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 러디어드 키플링] 모순 되는 것들이 얽혀 만든, 견고한 정글 이야기
인도는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영국은 1767년 인도에 영국 동인도 회사를 설립한 시점부터 1858년 인도 제국으로 전환 시점까지 약 100년 가까이를 대영제국의 식민지 확장을 위한 중앙 아시아 전진 기지로 삼기 위한 견고한 기반을 다지는 데에 투자한다. 이 식민지배를 위한 빌드업 기간에 있었던 세포이 항쟁, 그리고 191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식시점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식민지 국민들 사이에 불꽃처럼 번졌던 비폭력 불복종 저항 운동을 제외하면 대영제국과 인도제국은 의외로 꽤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독립 후 영국과의 관계, 영연방에 동시에 속하는 공존은 아름다웠고, 영국이 인도와는 친구 사이이니 떠나는 친구와는 잘 이별하고 이후에도 사이좋게 지내야한다고 이야기한 인도 불복종 저항 운동의 선봉장이었던 마하트마 간디의 의견처럼 친구 사이로 보여왔다. 지금도 영국을 친구로 여기는 인도인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 '진실'인지와는 별개로, 영국의 식민 지배는 분명히 강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인도인들의 동의 또한 대영제국이 오랜 세월 공들인 교묘한 내재적, 외재적 침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이 인도 땅에 가져온 근대화는 인도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200여년간 식량을 수탈 당하면서 식민지 지배 당하기 전 세계 GDP 25%를 차지하던 대국은 독립 후 전 세계 GDP 5%를 차지하는 빈국으로 추락했다. 영국은 카스트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출신 계급에 상관 없이 인재를 등용하여 영국으로 데려가 교육을 시키기도 했지만, 지배 효율을 올리기 위해 군대, 중앙정부 계급 체계에 카스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도령 내에서는 신분제를 제도적으로 고착화 시켰다. 영국은 인도를 이루는 수많은 민족들이 각자의 신을 믿고, 종교적 자유를 누리도록 했지만, 종교에 따라 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으로 지역을 나눠 통치하여, 종교적 분열을 유도했다. 영국은 민주주의와 의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선거를 실시하여 의회를 구성하도록 정치체제를 만들었지만, 영국에 대한 충성도, 종교, 계급, 자산 정도에 따라 선거권을 차등 부여하여 분열을 가속화했다. 영국은 인도가 인도 제국을 이뤄 여러 민족이 갈라져 지배하던 지역을 통합 흡수하여 통일 국가를 만들도록 도왔지만, 거대 국가 지배를 위한 노하우가 없던 인도로 하여금 영국에 의존하도록 유도했다.
인도는 그런 곳이다. 모순 되는 여러쌍의 줄기들이 모여 견고한 숲을 만들고, 숲 속에 사는 구성원들이 숲에 저항하기도 하지만, 숲의 아름다움과 고집스러운 견고함 앞에서 고개 숙이기도 하는, 숲을 닮아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순 되는 한쌍의 덩굴과, 행위들로 가득한 정글. 새벽녘 함초롬한 꽃잎에 맺힌 새빨간 이슬 방울이 해를 맞아 단단하게 빛나는, 핏방울의 역사를 품은 곳.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어디든 그러지 않은 곳이 있을까.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
내가 그 시절을 살아낸 적은 없지만, 조선에 대한 일제의 모든 통치방법을 혐오하며, 특히 문화 통치를 혐오한다. 글을 지배하겠다는 것은, 정신을 지배하겠다는 의도고, 영혼을 속박하고, 인간의 영혼이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10대의 나는 러디어드 키플링이 42세의 나이에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록한 것은 한림원과 세 아카데미의 뼈아픈 실수라고 생각했다. 디즈니가 가볍게 터치해 만든 <정글북> 포스터를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CGV 앞에서 어린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 안됩니다, 하고 피켓 시위라도 해야하나 생각했다.
러디어드 키플링은 영국의 인도 식민 지배 시대에 인도에서 태어나 이십대 중반까지 인도에서 살다가, 인도를 떠나 미국으로, 이후에는 영국으로 이주하였으나,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남아프리카, 오세아니아주 전역, 일본 등을 수시로 여행하였던 작가다. 작가의 출신지와 여행 이력 덕분인지 <정글북>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존경심, 침입과 공격에 대한 용맹한 반격, 주인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충성심,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나는 모험심, 대중의 의견을 통일하여 이끄는 리더십이 돋보이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러디어드 키플링이 영국인이라는 사실과 영국의 인도 지배의 정당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정글북> 에피소드를 연계하면, 자연의 섭리에 대한 경외심은 정글에 내재하는 지배구조에 대한 복종, 인간보다는 되려 같은 정글에 사는 동물들에 품는 적개심은 동족에 대한 적개심과 분열의 조장,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대영제국에 대한 충성심, 미지의 구역을 개척하고 그 곳에서의 지배력을 확립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식민지 정복에 대한 정당성, 폭력을 통해서라도 대중의 의견을 통일시키는 리더십은 폭력적 리더십의 필요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면서 컸던 나는, 모글리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내게 키플링의 연혁은 문화 통치를 위한 수단의 역사와 같았다.
시간이 지나, 인생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고, 무수한 선택들이 모여 만든 무수한 인생들은 이 세계를 만들며,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한 선택들과 인생들이 그저 서로를 가치 판단하지 않고 고요히 모여 이루는 곳이 내가 발디딘 곳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할만큼 나는 어른이 되었다. 다시 읽은 <정글북>은 사실 여러 쌍의 모순들이 모인 역사가 쌓여 만들어진 단단한 지층, 빽빽한 우림이었다. 감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감상에 진리에 대한 이해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실천, 모글리와 시어칸의 충돌은 지배구조에 대한 저항, 용맹한 몽구스인 리키티키타비와 코브라의 전투는 외세에 대한 침략에 대항, 인간의 폭력적인 지배와 탄압에 충격 받은 하얀 물개의 여행은 생존을 위한 약자들의 기지, 같은 민족의 의견을 통일시켜 위험 상황에 대처해야하는 절박함과 시급함이라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그러니까 키플링은 정글을 빌려, 같은 상황도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 있으며, 일정 시각에 따르면 양립 불가능한 서로 모순 관계에 있는 해석들이 모여 세계를 구상한다는 사실을 작품에 담은 셈이다.
<정글북>을 이루는 수많은 캐릭터들 또한 모순적이다. 모글리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자신이 정글과 인간사회의 경계에 놓인 독보적인 상태의 경계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발루는 애착을 가지고 모글리를 키우고 그가 독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만큼 언젠가 떠나갈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낀다. 바기라는 모글리를 동생이라고 부르며 발루와 함께 양육하지만, 모글리의 성장보다는 모글리와의 관계에 집착한다. 카는 모글리를 구하기 위한 발루와 바기라의 모험에 함께하지만, 그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모욕한 원숭이들에 대한 설욕과 배고픔의 극복에 집중하며, 심지어 발루와 바기라까지 최면에 걸리게끔 한다. 하얀 물개는 강력하고 지혜로운 지도자이고, 구성원들을 매우 사랑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선택한다. 리키티키타비는 정원을 지키기 위해 코브라를 공격하고 끝내 이기지만, 정원에 함께 사는 새들을 무시하고 욕한다. 코끼리들과 투마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영혼의 고결함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영국의 지배와 살육에 협조한다. <여왕 폐화의 신하들>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은, 자신들이 지닌 특질이 귀하다고 생각하고, 귀하게 쓰이기를 원하지만, 인간들의 폭력에 대항하기 보다 말없이 따르는 편을 선택한다.
러디어드 키플링은 평생을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구설에 올라야했고, 작품 또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실제로 모글리가 품은 가장 큰 이슈)과 영국에 대한 충성심 측면에서 고루한 비평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도 두가지 측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작품 전반에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그는 이슈를 둘러싼 모순된 가치관들 중에 어느 한가지가 옳다고 판단한 적은 없다. 키플링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문화에 심취해 있었지만, 힌두교는 견디기 힘들어했다. 영국의 인도 지배 정당화에 앞장서면서도, 영국의 기사 작위와 훈장 수여는 수차례 거부하고, 실제로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의 행태에는 비판적이었다. 1차 대전의 회오리 속에서 딸과 아들을 차례로 잃고, 오랜 시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글을 썼다. <정글북>을 이루는 모순적인 캐릭터들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했던 식민지 시대의 다양한 가치관들을 닮아있다. <정글북>은 자신을 낳은 아버지의 인생과 닮아 있다. 모순적인 것들이 남긴 자취의 기록이다.
세상은 거대한 메타포다. 정글 또한 그렇다. 누군가의 시선에 이 거대한 은유가 어떻게 해석되든, 우리는 지금 그 거대한 은유 속 어디쯤에 닿았든, 정글은 모순적인 것들이 모여 이루며, 그것들은 그저 있어야 하는 곳에 존재할 뿐이다. 각자의 잣대로 누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가치평가하지 않고, 그저 나란히 놓인채로. 그저 존재한다. 서로 다른 것들이 공존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실존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며. 거대한 숲을 이룬 줄기들은 그저 존재하고 있다. 메마른 햇살에 풀잎 위에서 서서히 작아져가는 핏빛 이슬 위로, 오늘도 모글리는 달린다.
주말에 혼자 문래동에 위치한 카페 기글에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기는 기분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giggle도 꽤나 문래에서 힙한 인테리어로 사랑 받는 카페 중 하나입니다. 커피도 찐~해요 :)
감각적인 인테리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문래역에서 워낙 가까워서 찾기도 쉬워요. 접근성 굿!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질문은 댓글로 or 인스타그램 seol_vely로 부탁드립니다.
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그리고, 제 북리뷰가
예스24 주간 우수 리뷰 가장 상단에 랭크 되었습니다 ㅜㅅㅜ 감격감격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nodame0195&artSeqNo=16019552
<노르웨이의 숲>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움 드리고자 쓴 글이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방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양질의 리뷰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독+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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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책, 영화, 드라마, 전시, 음악 등 각종 문화생활을 더 풍부하게 즐기고 싶은 힙한 현대인 당신을 위한 큐레이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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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뷰 채널 헌책방이 무료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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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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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켈리최 회장님 유튜브에서 보내주는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확인하고,
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신뢰, 헌신, 사랑 덕분에 매일 더 성장합니다. My life is firmly rooted in the values of trust, commitment, and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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