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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봤다

[첨밀밀 Comrades : Almost a love story] 애프터눈 티와 첨밀밀 (2)

by 헌책방 2022. 3. 11.

[첨밀밀 Comrades : Almost a love story] 달콤한 꿀 끄트머리에 찰싹 달라 붙은 쌉싸름함이 코 끝을 찡하게 하는, 사랑 이야기에 거의 다다랐지만 끝내 닿지 못한, 독립의 길에 함께 나선 어느 동지들의 이야기

애프터눈 티와 첨밀밀(1) 에 이어.

 

[콘래드 37 그릴, Conrad Seoul 37 Gril] 애프터눈 티와 첨밀밀(1)

[콘래드 37 그릴, Conrad Seoul 37 Gril] 애프터눈 티와 첨밀밀 여의도의 좋은 뷰 포인트에 레스토랑과 바가 참 많지만,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는 여의도 소재 호텔 중에 단연 최고

festivalsisters.tistory.com


 
최근에 누군가 <첨밀밀> 리뷰를 부탁해서, 몇년만에 다시 작품을 봤다. '역시 난 불륜이랑 맞지 않아.' 생각하고, 불편해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는 이유에 대해서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했다. 1986년부터 1995년까지 꼬박 10년간의 한 연인의 기록은 '성공'을 위해, 서울로, 미국으로, 캐나다로 떠났던 우리의 어제와 닮아 있다. 그 속에 블랙먼데이 앞에 망연자실했던 사람들의 삶이 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운동화 끈을 동여맨 사람들의 신대륙 드림이 있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꿈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남는 데에 집중하며 목표에 매몰되어 버린 이요의 젊은 날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지적한 불쾌한 인간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를 발견하면서도,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져버린 가수의 소식을 듣고 청춘과의 이별은 사실 청춘을 함께 한 존재들과의 이별이라는 점을 깨달으며 젊은 시절이 자신에게 남긴 이야기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간직해야할 소중한 의미를 신중하게 고르는 연인의 모습에서 우리가 단순히 생존기계가 아니기 위해서 기억하고 간직해야하는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발견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내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까지도.
 
홍콩은 오랜 시간 동안 독립의 열망에 시달렸다. <첨밀밀>은 단순한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홍콩과 홍콩인이 시달렸던 독립의 열병에 관한 이야기다. 홍콩에서 새로운 시작을 도모했던, 흔들리던 젊음들이 독립을 성취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약혼, 조혼을 비롯한 구습으로부터 사고의 관성 측면에서,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의 정체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감정적으로, 총체적인 독립을 이루고 각자가 완전히 하나의 독립된 존재가 되고 나서야 서로를 마주보고 진정으로 웃을 수 있게 된다. 홍콩에서는 사랑했던 나날로부터 시간이 지나, 각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목표를 이루고, 철이 들어도, 서로에 대한 갈망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른들이었던 그들이, 미국에서는 다시 시간이 지나, 가정을 잃고, 인생을 다시 일구고, 외로움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갈망이 사랑이라는 것을 인정할만큼 용기가 생긴 어른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홀로서기, 독립이 있다.
 
모두가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홍콩으로 떠났던 일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고, 다들 먹고 살기 위하여 내가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천지개벽 속에서, 연인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 천지가 변해도, 종종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속옷으로 입을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고르는 손길, 테레사 텡(등려군)의 죽음 앞에 멈추는 발길 같은, 사소한 취향의 지표가 오히려 세월에 바래지 않고, 세차게 흐르는 시간 안에서 쪼개지지도 않고 엎드린 배에 찰싹 달라 붙은 따개비처럼 오래오래 존재 옆을 지킨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존재가 가진 면모들, 이런 사소한 측면들일지도 모른다. 바꾸려고 해도, 뾰족한 정을 대고 세차게 쪼아대도 떨어지지 않고, 불로 지져 떨어트려도 어느 날 소리 없이 다시 제자리로 딱 달라붙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따개비 같은 모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홍콩에서의 이요는 경제적 성공을 이룩하면서 메이크업이 달라진다. 점점 쉐도우와 립스틱 색깔이 진해지고, 머리스타일도 업스타일로, 옷스타일도 화려하게 변한다. 이소군 또한 더 이상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스승과 더이상 골목에서 농구를 즐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머리스타일도 예전의 수수한 그대로, 화장도 색조 없는 맨얼굴에 가까운 그대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던 모습 그대로 돌아가 있다. 두 사람이 미국으로 떠나며 완전히 헤어지기 전, 이요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하다가 소군 앞에서야 허겁지겁 맘 놓고 식사하는 모습과 소군이 아내와 누웠던 침대에서와는 달리 이요 앞에서는 여실히 욕망을 드러내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애처로운 모습 또한 그들이 서로 사랑한, 찌질하지만 오리지널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각자의 사소한 모습들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리노베이션을 해도 예전 그대로인 호텔 527호, 그들이 우리 침대라고 부르는 좁은 침대 위, 서로를 꼭 껴안고 누운 이 아름다운 연인과 사랑의 풍경들 위에, 소군과 이요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공식적인 파트너를 배반하고 관계를 이어간다는 사실이 계속 어른거리게 함으로써, 작품은 사소하고 아름다운 삶의 편린들 속에도 불편하고 씹어 삼키면 목구멍을 긁어 상처내는 뾰족한 불편함이 공존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따스한 영화적 언어의 온도로, 그러나 사정 없이 들춰낸다. 구성원이 성장하지 못하고, 독립하지 못해도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성장한다는 엄준한 현실이 도도하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짓은 그만하겠다고, 매일 아침 소군 옆에서 눈 뜰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이요는 애써 용기내어 마음 먹고 이별을 고하기 위해 파오를 찾아간다. 그러나 끝내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하고, 그와 함께 대만으로, 미국으로 떠난다. 파오에게 안겨서 이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아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그의 말과 뜨겁게 포옹하는 손바닥의 간격 어디쯤에서 진실을 찾았을까. 로지 고모가 윌리엄과 찍은 사진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진실이 진실임을 증명하는 것은 진실이 진실인 것에 비교하여 어떤 무게도,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타인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로지 고모의 그 모든 역사는 진실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요의 선택은 관객의 이해를 요하지 않는다. 이요는 충분히 파오를 떠나 자유롭게 사랑하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파오를 선택했고, 그의 죽음 앞에 오열하고, 그의 등에 새겨진 미키마우스를 보고 마지막 순간을 웃음으로 배웅했다. 진실은 그런 것이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것. 타인이 해제하고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있는, 단단히 대지에 두 다리를 딛고 선 독립한 사람만이 진실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사랑한 문장들이라기 보다는 내가 써서 아끼는 문장들.

불멸의 OST와 절대적인 두 남녀 주인공의 미모, 따뜻한 이야기, 복잡한 대도시에서 작은 공간으로 집중 되는 시선과 감정, 특유의 조도, 따뜻한 영화적 언어의 온도와 그 언어가 비추는 냉엄한 현실, 청춘을 함께 한 사람들과 헤어지며 청춘을 떠나보내는 어른의 뒷모습이 슬프고 대견한 작품. 완벽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이야기에 거의 다다랐지만 끝내 닿지 못한, 독립을 향한 길을 함께 나선 어느 동지들의 이야기(이 작품의 영어제목은 Comrades : Almost a love story. 이다.). 달콤한 꿀 끄트머리에 찰싹 달라 붙은 쌉싸름함에 코 끝이 찡한 <첨밀밀>이었다.

 

 



<첨밀밀>에 대해서 콘래드 37그릴&바에서 애프터눈 티타임을 갖다가 생각했기에 애프터눈티와 첨밀밀(2)에도 콘래드에서의 티타임 사진을 첨부해봅니다.

봄이 정말 물씬 느껴지는 트레이

화장실도 예쁘고 깔끔해요.

새삼 느끼는 공간의 하드웨어의 중요성

홍콩의 냄새를 다시 물씬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http://m.blog.yes24.com/yesblog/post/16033723?MBcode=006_004

 

[우수리뷰] 3월 10일 선정: 우수 리뷰에 댓글과 추천을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예스블로그입니다 :)! 이 주의 우수리뷰를 소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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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살자, 오늘을.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살자, 오늘을.   요즘 종종 집에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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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켈리최 회장님 유튜브에서 보내주는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확인하고,
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알고 리더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I know why my words matter and use the language of 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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