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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었다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 북리뷰, 독서 일기, 책 추천, 후기

by 헌책방 2022. 3. 27.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자아(ego)는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존재는 여러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파악하여 존재가 본인의 자아와 합일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종종 인간이 짧은 시간 내에도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변덕이 심하고 신념의 뿌리가 얕은 사람인 탓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쩌면 그가 최근에 자아가 변화할 수 밖에 없는 변곡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 

인생은 내가 누구인지, 나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파악한 바를 토대로 스스로 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여 실행하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고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자아의 일부분, 엄밀히 말하면 자아가 영향을 끼치는 행동양식을 수정 보완하는 심오한 공정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자아는 발전이라는 표현과 호응할 수 없다. 자아는 위로 성장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집중하면서 발견되고 관심과 집중을 통해 주변부로부터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고 언행을 바탕으로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계화하여 통계에 따라 타인이 할만한 행동을 재생산 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자아의 일부인 행동체계를 베껴 행동하는 것만으로 타인의 자아 자체를 모방할 수는 없다. 이는 인간이 저마다 다른 자아(ego)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제3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이 특수성들 중에 어떤 것이 더 고매하고 어떤 것이 더 저열한지 가치판단할 수 없다. 인간은 저마다의 가치를 가진 독립한 주체들이고, 모두 다른 존재들이며, 어떤 인간상이나 인간이 더 '옳다'거나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5살에 영국으로 이주한 이 후 한번도 일본 땅을 밟지 않고 평범한 영국인들의 영향만을 흡수하며 자랐으나, 신작 <클라라와 태양>은 일본 소설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분석이 두드러진다. 작품은 태양빛을 주양분으로 하는 휴머노이드 클라라와 클라라를 사랑했던 여자아이 조시에 대한 이야기로, 잔인하게도 심장과 자아가 없는 로봇이 타인의 행동패턴을 익혀 타인처럼 보이게 되더라도, 타인의 자아를 베낄 수는 없으며, 인지능력과 추론능력, 관찰력이 극도로 고도화 되어 로봇이 심지어 외로움 쓸쓸함 등의 감정까지도 가지게 되면서 일말의 자아가 형성될 만한 토양이 생기더라도 이는 철저히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축적에 의한 것이지 인간처럼 복잡 다단한 경험과 선천성 (근대 철학에서는 자아를 경험적 자아와 선험적 자아로 나뉘어 분석하고 대립하였다.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양쪽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가까운 미래, 클라라와 조시가 살고 있는 시대는, 아이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 뛰어난 종으로 업그레이드 되거나 그러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어지고, 향상을 겪은 아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아 사회의 주요 부문에서 일하게 된다. 요컨대 유전자 조작을 통한 기능적, 지능적 상향 조정이 이루어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계급이 나누어지는 경직적 사회가 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선한 심성이 가슴 찡하게 하는 구형 로봇 클라라는 향상 중에 있어서 몸이 약해져 있는데다가 정신력도 약해져 있어 제멋대로에 가끔 심술궂은 조시를, 그럼에도 대체할 수 없다. 클라라는 자신이 조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시가 건강해지도록 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조시는 클라라가 언젠가 폐기 되더라도 남의 자아와 삶을 흉내내며 방안에 갇힌 인형으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은 자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 도처에 산재한 각종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데 환경오염, 윤리적, 인간학적 차원에서 접근하였을 때의 로봇, 기술 발전의 이면, 노동의 종말, 빈부격차, 유전자 조작 등 생각할 거리에 대하여 암시적이지만 상당히 심도 있게 고민의 길로 유도한다. 개연성이 높은 플롯이기 때문에 모든 고민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작가의 대답은 드러나지 않아 자유로운 고민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다. 더불어 표현 자체가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문학적인 전율과 감명을 전한다. 종종 나는 묘사가 구체적이고 색채가 두드러질 때 개연성이 높은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는데, <클라라와 태양>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읽혔지만 표현적인 측면에서 형태와 양상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며 동시에 아름답고, 또 주제의식을 계속해서 부각시키는 색채사용이 적극적이고 입체적이다. 젯소 작업을 잘한 작품을 감상한 후 색채 자체에서 받은 감명과 잔상처럼 작품을 읽은 후에 상당히 오랜시간 묘사와 색채가 감상을 지배했다. 작품 자체의 결은 전혀 다르지만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연상하게 하는 여운이다.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움도 좋다. 작품 전반에서 어떤 부담감도 느낄 수 없어 의아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는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하기 4년 전인,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찾아 내야하는 거대한 미로 속에 있고 이것은 각자의 여정이지 경쟁이 아니며, 누군가가 더 잘해내고 있는지 비교할 수 없고, 어떤 사람의 종착점이 더 가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3월의 태양이 온화하다. 바람 끝에 아직 겨울 냄새가 묻어 있다. 내가 누구든. 나를 무엇으로 만들었든. 나는 나로 살고 바람에 실려갈 것이다. 누구나 그러면 좋겠다.

 

* 2021. 5. 에 쓰고, 2022. 3. 에 고쳐 쓰다. 자아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클라라와 태양 구입하면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타올. 한번도 안 쓰고 꽁꽁 숨겨 놓고 아껴놓는중...... 하뜨

 

 

 

 

그리고 갑분 필라테스 기록......'?'

필라테스 하러 가는 것인지 패션쇼하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음ㅋㅋㅋㅋ

아무튼 슬슬

운동의 효과를 절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당'ㅁ'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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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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