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파멸의 씨앗. Father, Son, and House of Gucci.
욕망은 전염성이 높고, 스스로 영향력을 증식한다.
발자크의 <나귀 가죽>은 죽기로 결심한 라파엘 앞에 나타난 마지막 행운인 '지니고 있으면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때마다 크기가 줄어들며, 줄어든 크기만큼 소원(욕망)의 주인의 수명도 줄어드는' 나귀가죽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욕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대가가 생명이라면 이만 멈출 법도 한 순간에도, 라파엘은 갈수록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갖고자하며, 점차 쉽게 이룩한 욕망에 잠식 당하고 만다.
그러나 라파엘이 맞은 파멸이 두렵다고 해서 인간이 욕망하지 않고, 의욕하지 않으며, 운명 앞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다. 본성이 일으키는 파동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발자크와 플로베르, 레프 톨스토이는 <나귀 가죽>, <고리오 영감>,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리나>와 같은 작품을 통해 욕망과 인간의 끈끈한 관계에 대하여 탐구하고, 인간의 선택은 욕망의 작용에 기인하여 시행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염성이 높고, 스스로 변이하기도 한다고 해서 욕망이 몸에서 몰아내야 하는 슈퍼 바이러스인 것은 아니다. 욕망은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인간의 구성요소다. 선택해야하는 수많은 숙명 앞에서 선택을 이끌어내는 단 하나의 원리다. 다만, 욕망의 주인은 자신 안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욕망을 인정하고 공존하되, 그것이 자신을 집어 삼키지 않도록 늘 기억해야 한다. 욕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욕망 때문에 내린 선택을 책임질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것을.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역사와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느끼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명품을 소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명품을 이유 없이, 혹은 그저 가지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구에 이기지 못했다거나, 남들도 다 소비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나도 그래야할 것 같아서, 소비한다면 더 이상 명품은 예술이기 어렵다.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평생을 자신을 다그치는 메모를 적어 내리며 보냈는데, 이 메모들을 후대에 엮어낸 작품이 <명상록>이다. 그는 남의 시선을 존중하고 의견에 귀 기울이되, 결정은 오로지 자신 내부에 있는 심성에 의해서만 행해야한다고 하였다. 현대에 적용하자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서 내리는 수많은 결정들은 영혼의 함양과 자아의 발견,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여정에 전혀 필요 없는 요소들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고취 되는 지위와 부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오해한 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자란 욕망에게 잡아먹히기까지의 과정을 처참하게 그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아메리칸 갱스터>, <글래디에이터>, <한니발> 에 비교하면, 구찌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룬 자극적인 서사는 얇고 가벼운 편이지만, 인간과 욕망이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욕망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생각해보면 결코 잠시의 뉴스거리, 흥미로운 구찌의 과거로 즐기고 잊기 어렵다.
구찌라는 이름에 눈을 번쩍 뜨고, 대놓고 계획적으로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역)에게 접근해 구찌가에 입성했으나, 결혼 초반엔 마우리치오가 구찌 가문에 등을 돌린채 자신의 아버지의 회사에 종사해도 군말 없이 그를 사랑했던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역)도, 그런 그녀와 함께 하면서 그저 평범한 변호사로 살고 싶어했던 마우리치오도, 가슴에서 자라고 있는 욕망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을 보살폈다면, 사랑했던 과거를 피로 갚는 모진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욕망의 가지를 치고, 분갈이를 해주지 않는다면, 바오밥나무가 끝내 행성을 잡아 먹고 만다. 파멸의 씨앗은 파멸을 마주한 자 안에 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은 "아 이 지점은 정말 연출이 아니었으면 망할 뻔 했어!" 하는 장면도 없지만, 영화에서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수도 없이 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의 긴 러닝타임을 순삭하는 흡입력과 몰입을 유도하는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레이디 가가는 괴짜 가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스타 이즈 본>에서의 개성 있고 다재다능한 배우의 면모를 공고히 하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시아가 처음 만나고, 함께 춤을 추지만, 마우리치오가 그를 붙잡는 파트리치아를 뒤로하고, 끝내 떠나버린다는 점에서 극 전반을 초반에 요약하는 역할을 하는, 밀라노의 클럽(무도회장) 씬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압도적이다. 가가를 모르는 세대의 눈에는 퍼포먼스 위주로 활동하는 가수가 연기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파 배우가 연기도 잘하는데 춤마저 잘 추는 것처럼 보일법하다.
아담 드라이버는 <라스트 듀얼>에 이어 리들리 스콧의 원픽으로 계속 기용 되는 이유를 적은 대사와 작은 액션으로도 관객에게 충분히 납득시킨다. 포스가 늘 함께해야할 것 같은 지난 날의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자레드 레토는 자레드 레토임을 모르고 영화 보면 끝까지 모를 판이다.
영원한 대부 알파치노는 알도가 <아이리시 맨>의 마피아와 겹쳐 보일만한 캐릭터였는데도 전혀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진짜 작은 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아들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역)를 안으면서 너는 바보인데, 근데 내 바보라고 말할 때, 찡하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 GG 로고를 보면, 알도를 떠올려야 하는데(알도가 고안하였음) 알파치노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화려한 명품백 너머로 피로 얼룩진 한 가문의 비극적 결말도 함께 떠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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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두가 남은 평일 행복하고 뜻깊게 보내시고, 주말도 행복한 시간 될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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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오늘도 새벽에 켈리최 회장님의 동기부여 모닝콜을 수행하면서 이런 특별한 원동력을 얻게 됨에 감사하고, 원동력에 힘입어 지난 한 주 동안 여러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 마법 같은 변화와 힘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함께해요^_^!
나는 나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사랑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I know my self worth and able to walk away from those who underestimat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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