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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봤다

[헤베커피] 청춘의 여신이 넥타르를 드려요. / 충무로, 필동 카페 추천, 남산뷰에 야외를 느낄 수 있는 옥상형 공간까지 있어요!

by 헌책방 2022. 5. 10.

[헤베커피] 청춘의 여신이 넥타르를 드려요.

 

헤베(Heb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춘의 여신으로, 로마 신화에서는 유벤타스(Juventas)라고 불린다. 신화에서 이 청춘의 여신은 올림푸스에서 연회에 참석한 신들을 위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나르거나, 신들에게 술을 따라 주는 역할을 맡았다. 후에 그녀는 이 시녀 역할을, 이복동생 헤라클레스와 결혼하면서 그만 두게 된다. 결혼 이후 그녀는 헤라클레스와 슬하에 영원히 소년인 쌍둥이들을 낳아 청춘의 여신다운 면모를 후대에 물려주었다. 아름다운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신들이 섭취하는 음료인 넥타르와 음식인 암브로시아가 그들이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고, 청춘의 여신이 그것을 나르게 함으로써, 청춘을 젊음과 동의화하는 것은 억겁과 같은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와서는 시대 착오적으로 읽힌다. 또한 고대 그리스부터 헬레니즘, 로마 제국 시대를 거치며 풍부해지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단테의 <신곡>,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 시리즈, DC와 마블의 코믹스를 비롯한 각종 작품들과 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 그야말로 서양 역사와 문화 전반의 뿌리와도 같은 그리스 신화에서, 청춘이라는 단어의 상징인 신 Hebe가 올림포스에서 맡은 역할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여성이 타인의 술 시중을 드는 이미지 때문에 헤베에 대하여 받은 인상이 부정적이라는 점과 Hebe가 현재 영어권에서 술집의 여급을 일컫는 말로 남은 것에 대하여 반감을 갖는 것 자체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마땅히 반성해야할 일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청춘은 타인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하며, 타인의 시중을 드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그 행위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은 스스로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지점이다.

 

00지역에 있는 기관 직원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한 어르신이 있다. 그 분께서는 큰 가방을 메고, 겨울에는 직원 누군가가 추위에 떨지 말라며 사드린 패딩을 입고, 여름에는 또다른 직원 누군가가 더위 조심하라며 사드린 부채를 들고, 이틀, 길면 일주일에 한번씩 기관들에 '출근'해서, 청춘을 돌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어르신이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간은 청춘이 아니라고 생각지 못한다.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르신께서 주장하는 억울함의 논리적 결함, 그리하여 권익 침해사실이 없음을 설명하는 이성적인 안내를 드리는 것 뿐이다. 어르신께서는 안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직원들이 사준 아이템을 장착한 모습으로, 소리지르고 욕하고 반말하며, 청춘을 보상 받기 위한 고독한 투쟁을 계속한다. 청춘(靑春)은 푸를 청靑과 봄 춘春을 나란히 써서, 온 세상이 푸르르게 싹이 돋은 봄철을 표현하여,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일컫는 데에 사용 되어 왔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바뀌어 가면서 청춘의 의미도 바뀌었고, 특정 시기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저마다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시기를 달리하게 되었다. 그러니 어르신의 청춘은 당신만이 정의할 수 있다. 하루에 예닐곱번, 어르신과 통화하며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반말 섞인 고성에 귀 기울이다 진이 빠지고, 가끔은 진심으로 어르신을 미워하면서도, 어르신께서 청춘을 잃어버렸다고 느끼시는 점에 대해서만은 진심으로 안타깝다. 

 

HEBE. 청춘을 묘사하는 글자를 보면서, 막걸리에 얼큰히 취한 주름과 쟁쟁한 고성이 생각난 것은, 늙었다고 표현해도 무리 없을 나이에도 그 주름의 주인공은 청춘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어르신의 생각일 뿐이다. 어르신 때문에 1년 동안 잊고 살았던 편두통이 찾아왔는데도, 쉬는 날 나는 어르신을 떠올렸다. 떠올리면 속상하고 마음 한켠이 오려지는 것 같은 사람을 생각했다. 헤베의 따뜻한 커피는 향기로웠다. 야외 공간에 총총 나가니 봄이 사방에 무르 익어 푸른 냄새가 녹진했다. 그야말로 청춘을 닮은 곳에 앉아서. 헤베가 결혼하며 역할에서 물러나고 나서, 혹시 청춘을 잃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다. 현대의 아직 어리석은 누군가가 선입견에 사로잡혀 가치절하하는 그 역할이 헤베에게는 헤베의 청춘을 지탱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헤베가 올림포스에서 맡았던 역할처럼, 어르신의 청춘을 지탱하는 것은 이 길고, 승산 없는 투쟁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미운 그 분이, 내게 있어 헤베만큼이나 청춘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 분이, 갑작스레 청춘을 잃어버리는 일이나, 헤베의 결혼처럼 오롯이 그의 결정만은 아닌 이유로 청춘을 떠나보내는 일은 겪지 않기를 짧게 빌었다. 어르신을 생각할 때면 어김 없이 나는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내 청춘이라고 소리질러 주장할만한 시기를 보낸적이 있는가, 혹은 보내고 있는가를 자문한다. 그리고 이 몸서리 치는 아이러니 한가운데에서 타인의 청춘의 안녕을 빌어주는 이 순간이야말로 청춘임을 확인하며 어쩐지 홀가분했다. 남산 기슭, 오랜만에 모였을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청춘의 옹알이처럼 서투르지만 즐겁게 필동에 가득해 신전에까지 들렸다. 남은 넥타르를 다 마시자 혈관이 팽팽해졌다. 올림포스를 떠나며 헤베 여신의 배웅을 받았다. 그리고 그 오랜 미소와 약속했다. 어떤 청춘도 다시는, 제멋대로 판단하고 안타까워하지 않겠다고. 혹 청춘이 길을 잃고 헤매고, 오랜 관성에 못 이겨 함부로 잣대를 꺼내 들어도, 오랜 지혜는 돌아온 탕아에게 따뜻한 넥타르를 내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베의 청춘은 영원하다. 거리에 여름이 내리려는지 푸르름이 아릿했다.

 

디자인, 커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훌륭하다는 디저트류까지.

중구에서 꼭 가야하는 카페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

게다가 제목이 주는 서사까지 완벽했네요 >_<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질문은 댓글로 or 인스타그램 seol_vely로 부탁드립니다.
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www.instagram.com/seol_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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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면서 우리의 독서는 발전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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