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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우주에서 하나뿐, 이라는 이유만으로. / 북리뷰, 독서 일기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우주에서 하나뿐, 이라는 이유만으로. 2020년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인형 같이 작은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태어난지 1년 4개월여만에 사망한 사건이었다. 전국에 있는 부모, 입양 가정에 소속한 사회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멀찍이 놓여 평소 사회 문제에 얼마간은 무심했던 이들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 죽음 앞에 분노했다. 그즈음 회사 주변 거리에 놓여 있었던 아이의 명복을 기도하는 화환들과 그 아래 누군가 두고 간 편지들, 아이를 위한 선물들 때문에 매일 아침 모두의 출근길이 눈물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친부가 아이를 유기하고, 친부의 여자친구가 이 유기에 적극 가담하여 아이가 사망한 사건과 친부와 계모가.. 2022. 3. 23.
[포엣룸 poet room] 창 밖은 시들이 물결 치고 지붕 위는 계절이 지나가는, 거센 파랑(波浪) 끄트머리, 하얀 해변. [포엣룸 poet room] 창 밖은 시들이 물결 치고 지붕 위는 계절이 지나가는, 거센 파랑(波浪) 끄트머리, 하얀 해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골목을 떠나는 겨울이 미련이 가득 담긴 발걸음으로, 눈꽃으로 닿았던 어느 벽과 고드름으로 얼었던 어느 처마 끝을 손끝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하나씩 눈에 담아보기도 하면서, 떠나고 있었다. 눈꽃 대신 거리 가득 내릴 꽃비가 질투나는지, 바람이 보도 블럭 위를 괜시리 쌩, 쌩. 거리며 돌아다녔다. 사람들의 옷이 출렁출렁 춤을 췄다. 주춤 거리던 봄은 겨울의 맹렬한 여운에 겁을 잔뜩 먹고 작전을 바꾸었는지, 확 다가오지 않고 슬그머니, 엉금엉금. 떠날 채비를 하는 겨울 주변에 모여들었다. 겨울이 약해지길 기다렸다가 홱 자리를 차지할 심산이다. 봄은 말갛고 상.. 2022. 3. 22.
[화양연화 - 왕가위] 꽃샘추위를 뚫고 짧게 핀 꽃망울의 애달픈 기억 / 영화 리뷰, 후기, 스포 포함 [화양연화 - 왕가위] 꽃샘추위를 뚫고 짧게 핀 꽃망울의 애달픈 기억 대지를 떠나는 겨울이 미련이 가득 남은 연서를 보내왔다. 그 열뜬 한기 한 가운데로 한줄기 가느다란 습기가 숨어들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눅진한 구름이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나무 끝에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도시의 통행 버튼을 꺼버린 듯, 한가한 인도 위에 등대처럼 카페 하나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꽃샘 추위. 시 같은 누군가 이맘 때 날씨는 세상을 적실 꽃비를 겨울이 시샘하는 것 같다하여 지은 이름이 등대 곁에 맴돌았다. 나는 기약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려고 등대로 들어섰다. 등대지기의 고독함을 달래주려는 듯, 딸랑 소리가 났다. 카페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 한 가운데 쯤을 지나고 있겠거니 싶은, 어린 커플이 있었다.. 2022. 3. 21.
[마르스 몰티지 코스모 와인 캐스크 피니시 Mars Maltage Cosmo Wine Cask Finish] 광야에서 우주를 마셨다. / 위스키 리뷰 맞습니다. 문래 최고 핫플 무정형에서 새로운 위스키 발굴한 후기입니다. [마르스 몰티지 코스모 와인 캐스크 피니시 Mars Maltage Cosmo Wine Cask Finish] 광야에서 우주를 마셨다. 셰익스피어는 영미 문화의 시원을 빚었다. 그 영향력은 4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남았고, 이후 태어난 문화 전반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광야(황야)', '마녀', '황야의 마녀'의 이미지나 비극적인 현실을 밤, 비극의 극복을 아침으로 비유한 스칼렛 오하라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원형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와 같은 라인은 에서, 뿌쉬낀의 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확대 재생산 된 원수 지간인 가문의 자제들이 사랑에 빠지는 설정, 금지된 사랑은 에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채 복수에 대한 열망에 시달리지만 딜레마 앞에서 시행에 나서지.. 2022. 3. 18.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부커, 메디치 수상자 한강의 2021년 작품 북 리뷰, 후기, 독서 일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요약) 는 희미한 박명이 비추는 사랑의 우듬지에 대한 이야기다.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시대는 흐른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매화가 피고, 동박새가 찾아온다. 우듬지 가득 붉은 이슬을 먹고 자라 이슬만큼이나 붉은 꽃이 공기를 찢듯 터져 나온다. 그렇게 막을 수도 없이, 고통스럽다고 피할 길도 없이. 죽은 새의 시체와 지표면 사이 어딘가에 묻히고, 겨우내 눈과 얼음에 덮여 꽁꽁 언 신념이 선연한 붉음으로 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하되, 작별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도, 끝내 헤어짐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는 우리의 것이지만, 또한 떠난 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본작의.. 2022. 3. 17.
[윌렛 팟 스틸 리저브 Willett Pot Still Reserve] 뛰어난 패키지가 메시지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한 증명. 패션과 패셔너블한 위스키의 의미. 위스키 리뷰 맞습니다. [윌렛 팟 스틸 리저브 Willett Pot Still Reserve] 뛰어난 패키지가 메시지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한 증명. 패션과 패셔너블한 위스키의 의미 패션(Fashion)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어휘로, 주로 유행하는 복식, 양식을 지칭하는 데에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 대하여 내리는 '패셔너블(Fashionable)하다.'라는 판단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구사하는 복식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양식을 잘 따라가고 있다.'라고 이해하기 쉬운데, 이는 패션(Fashion)이 그저 복식에 한정되는 어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손으로 만들고 빚다, 만드는 일 혹은 활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틴어 팍티오(fáctĭo)를 그 어원으로 한다. 그러니까 이 어원에 따르면 패션은 한철..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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