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6. <남산의 부장들>
2020. 2. 4. 취중에 기억을 더듬어 쓰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따라서 역사는 반복된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혹은 나쁜 방향이든.
역사의 현장에 자리했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거나
혹은 입을 열지 않기에
정확한 역사를 담아낼 수 없음이 한스럽고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치욕스러운 부분을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전달하고자 노력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ㅡ물론 영화 내용의 전체가 팩트라고 믿는 대중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김재규(이병헌 역)와 김형욱(곽도원 역)의 관계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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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이란 그렇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어하고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공포란 그렇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을 갉아먹고,
손에 쥔 권력은 변질된 순간부터 마음을 갉아먹으며,
마음을 갉아 먹힌 인간은 금방,
거대한 체제도 쉬이 넘어뜨려버리고 만다.
인간은
코끼리를 생각하지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순간부터 코끼리를 생각한다.
생각은 힘이 세다.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염되고 강해진다. (인셉션 중)
욕심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똬리를 틀고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그리고 그 욕심 때문에,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지 못할까봐,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길까봐,
욕심의 주인은, 욕심이 그 안에 똬리를 튼 숙주는,
공포 속에 산다.
두려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모든 순간들을 두려움이 물들인다.
권력이란 그렇다.
인간 앞에서 권력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고 고여있으면 썩기도 하며.
권력 앞에서 인간은.
친구를 죽이기도 하고.
공허한 약속 앞에서 신념이 흔들리기도 하며.
타인에게 가치관을 강요하고, 강요받으며.
상처주고, 상처받고.
스스로를 죽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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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는 이 땅이 광복을 맞기 전까지 만주에 계셨다.
돌아가신 외증조할아버지께서는 순창 땅의 마지막 선비였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는 518의 현장에 계셨다.
영화관 매표원을 깜짝 놀래키며
여섯자리를 한꺼번에 차지한 우리가족은
잠깐.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절대권력과 폭력에 맞섰던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이들을 추모하며.
사람에 기생하고, 숙주를 파멸시키는
권력의 본질(중 일부 면모, 요컨대 부패화, 절대화 된 권력)을 혐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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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권력이라는 공허한 존재로부터.
과거의 스스로부터.
욕심이라는 공포로부터.
그 그림자로부터.
우리는 지금 몇발짝이나 걸어나왔을까.
한쪽 발에는 양말. 한쪽 발에는 구두를 신은채로.
절뚝이면서 걸어오지는 않았을까.
처음과 다른 스스로를 보면서.
배반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분노로 담배갑을 구기면서.
스스로를 갉아먹지는 않았을까.
지금보다 나은 세월이 오기를.
모두가 덜 상처 받기를.
많은 이들이 선물해 준 그 힘이 변질되지 않기를.
그 힘을 정당하게 부여받도록 하기 위해서 이 땅위에 뿌려진 핏방울들이 헛된 것이 아니기를.
이 기도가 헛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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