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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봤다

[듄 - 드니 빌뇌브] 직전 후기에 이은 크리스 나이프, 신성한 칼에 대하여

by 헌책방 2021. 10. 22.

<듄> 후기에 추가하여,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스나이프와 종교에 관련한 질문들이 꽤 있어서
내가 아는, 또 생각하는 크리스나이프를 중심으로 한 프레멘의 종교에 대하여 짧게 이야기해보려고한다.
<듄> 세계관은 기존의 것을 해체, 재정립하거나, 새롭게 창조한 물질, 관념, 개념들로 이루어져있는데 <듄>의 세계관에도 역시 종교가 존재한다.
인간은 모두가 각기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이를 메우는 차이는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이 때문에 극도로 발전한 문명에서도 당연히 차별과, 폭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차별과 폭력은 구원을 기다리는 자들을 만든다.
또다시 <사바하>의 박목사의 독백이 들리는 듯하다.
어디에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프레멘은 신적인 존재, 퀴사츠 해더락이 이 고통을 끊고 아라키스를 푸른 별로 만들어주기를 기다린다. 한낮 5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를 견디며 순례길을 걸으면서.

우주제국에서 활용범위가 넓고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멜란지 스파이스의 원산지인 듄, 아라키스는 말 그대로 사막행성이다. 그리고 아라키스의 사막에는 샌드웜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사막 벌레가 산다. 아라키스의 원주민, 프레멘들은 샌드웜을 샤이 훌루드라고 부르며 샤이 훌루드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이용하기도 하고, 또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레멘으로부터 신성한 존재로 추앙 받는 샤이 훌루드는 배설 활동을 통해 스파이스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프레멘은 신성시하는 존재 때문에 수탈 받는 운명 아래 깔리게 된다.
인간 뿐 아니라 집채만한 스파이스 수확기도 삼켜버리는 강력한 힘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샤이 훌루드는 마찬가지로 거대한 크기의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크리스 나이프가 바로 이 샤이 훌루드의 이빨을 갈아 만든 단검이다.
따라서 크리스 나이프 역시 신성한 무기로 취급 된다.
폴과 지미스의 결투 당시 폴에게 차니가 자신의 크리스 나이프를 내주고,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폴이 지미스를 살려주고 결투를 끝내려고 했으나 프레멘들이 규칙을 내세워 한명이 죽을때까지 결투하여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크리스 나이프가 신성하기 때문이고, 스파이스 때문에 예지 환각을 자주 보게 된 폴 눈 앞에 필연적인 존재처럼 계속 흥건한 피가 보이는 이유 또한 신성한 크리스 나이프를 뽑으면 뽑은 사람 피라도 있어야 비로소 크리스 나이프를 다시 칼집에 꽂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프레멘은 이유 없이 신성한 크리스 나이프를 뽑지 않는 것이다.
프레멘들은 다른 행성 출신의 모자가 프레멘들의 구원자라고 믿고 있고, 신성한 물건인 크리스 나이프가 메시아, 퀴사츠 해더락의 출현과 그가 이끄는 아라키스의 구원의 길을 가리킨다고 믿고 있다.
영화 초반 베네 게세리트 중 제시카의 대모가 찾아와 폴을 테스트하고 폴의 모행성을 떠나면서 아라키스에 모종의 조치를 해두었다고 말하는데, 베네 게세리트가 아라키스에 해놓은 조처가 바로 바이블을 배포하고, 신앙심이 프레멘 사이에 뿌리내리도록 하여 퀴사츠 해더락의 출현을 믿는 프레멘들에 의해 베네 게세리트의 교배 계획에 의해 세상에 나온 아이가 메시아로 추앙 받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시카가 아라키스에 온 후 시녀장을 뽑을 때 프레멘인 시녀로부터 크리스 나이프를 받게 되는데, 이 프레멘으로부터 크리스 나이프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듣고 놀란 이유가 프레멘의 신앙이 베네 게세리트 조직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관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 사실을 제시카가 순간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며, 이는 폴이 퀴사츠 해더락이 될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진정한 메시아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안타깝게도 프레멘은 아라키스를 스파이스의 원산지로 만들어 영겁의 세월 수탈의 대상이 되도록 한 샤이 훌루드를 신성한 것으로 모시고, 스스로를 구원의 길로 영도하지 못하고 외계의 목소리에 의존해야하는 종교관을 강요당하였던 것이다.
강력한 권력과 힘, 멘탈을 조종하는 간교함으로 원주민에게 신념을 강요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이익을 취하는 잔인함은 인류 역사에 늘 반복되어 온 뼈아픈 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레멘들은 아들 앞에서 여자는 쓸모가 없으니 수분만 빼앗고 버리자고 서슴 없이 말하는 상상 이상의 실용주의자들이다.)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코넨 가문과 베네 게세리트에게 수탈당해야만 했던 굴곡의 역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라키스의 사막은 늘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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