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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봤다

영화 <페인 앤 글로리> 감상문

by 헌책방 2020. 2. 10.



2020. 2. 5. <Pain & Glory>
영화 <미성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생물학적인 나이와는 무관하게도
세월만큼 쌓인 연륜의 두터움이 무색하게도
이번 생은 처음이기에
모든 순간 인간은 미성년이라고.

어머니의 등에 업혀 강물 위에 쏟아지는 빛을 바라보는 것이 처음이기에
빨래하는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의 노랫가락의 흥겨움이 처음이기에
상대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랑이 처음이기에
무엇인가에 중독되어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무력감은 처음이기에
혼자서는 시작할 수 없어 누군가에게 기대야하는 공포는 처음이기에.
기억 속의 살바도르도
기억 속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살바도르도
이 처음 앞에서 모두 미성년이다.
고통을 겪는 살바도르도
그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해내는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영광 속의 살바도르도
모두 미성년이다.

그리고 서툰 미성년의 인생에도
다양한 음악이 흐른다.
다양한 색채가 채운다.
다양한 모양으로 변주된다.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현재의 주인공과 과거의 주인공의 모습을 주로 음악이 연결해주었다면
영화 후반부에는 현재의 주인공과 과거의 주인공의 모습을 주로 색채가 연결해주며 또한 주인공의 예전 모습과 달라진 현재의 모습을 구분해주고 심경을 대변한다.
물론 전반적으로 봤을때도 음악과 색채 사용이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살바도스는 인생을 살아내면서
기존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반하는 삶을 살기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고통과 영광으로 설명 되어지는 인생이라는 존재를
다양한 영화적 특성을 이용해 자극적인 표현 없이도 인상깊게 표현한다.
스페인 영화의 반 이상에 출연한 듯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고통과 영광 속에서 담담한 연기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기존과 다른 스타일링과 연기결이
아주 인상 깊었다.
ㅤㅤ
특히 제목에서부터 영화는 친절하게도,
고통을 겪은 후에 얻는 영광과 영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들이 인간의 삶을 설명해낸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넘어져 살이 깎이고 피가 나는 무릎에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지고
상처를 덮은 딱지가 떨어지고 새살이 맨들맨들 차오르면
상처자리는 주변과 달리 혼자 새로워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두려움도 잠시,
다리는 다시 땅을 딛고 걸음마를 뗀다.
쿵쿵쿵 햇빛이 비쳐 반짝이는 상처자리를 빛내며
빛 속을, 빛을 향해, 빛을 지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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