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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었다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철학이란 무엇인가, 망원동의 작은 서점 로우북스에서의 독서모임 후기

by 헌책방 2022. 2. 16.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이 회사내 보직 변경과 관련해서 상담해달라고 연락해왔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는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마음에 들고, 관련 업무능력을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두시간여를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부서가 사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고, 그럼에도 인사상 특혜를 받는 부서라는 인식이 고민의 원인인 것 같았는데 이 또한 부인했다. 각종 변명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사람이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결정에 불필요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아무래도 현재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자발적으로 지원하기는 껄끄러운 상태인 것 같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타인의 가치평가가 낮으면 실제로 그것의 가치가 낮아지는가? 타인의 원하는 것에 대하여 나의 가치평가가 낮을 때, 나는 그 타인마저 낮게 평가하는가?
결국 그는 현재 자리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탐탁치 않았지만 반은 내가 결정해주었다. 자신은 그 업무를 수행할 깜냥이 안되는 것 같다는 말에, 그 업무는 그만한 깜냥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사실이었다. 해당 부서의 업무 특성상 매뉴얼 안에서 해결 되지 않거나 합리적인 사고 방식 안에서 해결 되지 않는 것이 없고,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신이 와도 해결하기 어려울, (역시 업무 특성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업무능력을 요하는데 그 능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성공적 수행에 실패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사상 특혜를 받는 이유는 기관의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부서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의견도 전했다.
그리고 잠깐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긴 이야기를 보냈다. 고민도 좋고, 생각이 많은 것도 좋고,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니.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너의 삶을 살아. 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면 남들이 말하는 것은 다 허접쓰레기일 뿐이야.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캉. 우리가 계속 고민하는 이유는 인간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거지, 고착화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아? 잘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 너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보편의 인간상에 남지 않길 바라. 스스로에게 잘 물어보고 너가 너의 편이 되어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욕망대로 하는 것이 나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너 스스로에게 알려줘.
잠시 후에 타인의 시선이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부연과 함께 고맙다는 짧은 인사가 왔다.
나는 점심을 맛있게 먹으라고 답장을 보냈다.
 
지난 주말, 망원의 작은 서점인 로우북스에서 독서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고전문학을 편애하는 경향이 심해질수록 문제의식은 진해졌으나, 정작 자아와의 합일은 요원해짐을 느꼈다. 나는 '어떻게'가 없는 문장을 수없이 반복해 적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철학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독해를 기반으로, 고전 철학서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는 커리큘럼을 읽고, 겁도 없이 바로 지원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내 인생의 철학은 무엇인지, 영화도, 전시회도 아니고, 책에 대하여 누군가와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최기재 교수님과 독서토론에 빠져 있었던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내내 혼자 읽고, 혼자 썼다. 채널에 올리면 간간이 받는 피드백이 내 글에 대한 누군가의 반응의 전부였다. 지혜를 나눠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텍스트도 저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좋아하는 문장도 저마다 다른 것을 보면서, 나는 감탄했다. 그리고 '어떻게'는 타인이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같은 학파여도 저마다의 철학은 미세하게나마 다르고, 각각은 '틀린 것일 수 없다'. 지혜를 나눠 받으면, 어떻게의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릴때마다 양쪽 귀가 여지 없이 빨갛게 탔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내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스스로와 화해하는,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이 긴 과정에서, 철학은 지침이다. 우주가 부여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의 의미를 뜻한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꾸리는 데에 나침반이 되어 줄, 살아내고 싶은 의미가 철학이다. 그러므로 나의 철학이라는 제목 아래는 남의 철학의 내용을 베껴 적을 수 없다.
나는 건물이 서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때로는 작은 나사 한 알이 견디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이 모두 의미 있는 삶의 '의미'를 알고 있거나, 알고자 하고 있고,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이상적인 전제가 필요하겠으나, 대부분의 순간 우리 삶을 유지하는 것은 헐거운 연대다. 헐겁게나마, 서로를 위해 보태는 작은 힘들이 모여서, 때로는 큰 문제적 이슈를 해결하기도 하며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다.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서 하는 작은 일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일터에 나간다거나,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 위해서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헐거운 연대를 유지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 시스템에서 어떤 톱니 바퀴 하나, 어떤 의미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다른 것보다 덜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러니 이불 밖으로 나가자. 때로는 이불 밖으로 나가기 위해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그리고 결국 이불 밖에서 더 나아가, 집 밖으로, 거리고 나섰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철학을 갈고 닦자. 의미를 꺼내어 가만히 읽고 들여다보자. 
독서모임을 주재했던 책방지기님이 물었다. 요즘 여러분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내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나의 철학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마음을 들킨 것처럼 또 귓볼이 탔다. '어떻게'가 없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끼어 있는 문장이 마음에 떠올랐다. 마스크 아래로 잔뜩 붉어진 채로 내가 쓴 글을 읽었다.
- 실존과 전혀 관련 없는 가치에 매몰되어 이웃을 할퀴고 사지에 내모는 바로 이곳이 지옥이다. 바로 지금이 종말의 순간이다. 지금까지의 실수는 스스로 바로잡아지지 않을 것이다. Don't Look Up. or, Just Look Up. 올려다 보지 마라. 종말을 바라 보고 막을 용기가 없다면, 숨을 곳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올려다 보라. 현재하는 종말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내재적 기준의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내일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하늘에서 에베레스트만큼 큰 혜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하늘을 올려다 보자. 최선을 다해서 혜성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 그리고 마지막 순간만큼은, 옆에 있는 사랑하는 이와 식사를 하고, 그 이의 손을 꼭 잡는 데에 보내자.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날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오늘을 존재하자. 당신의 생각이 관성에 지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의 생각이 강한 생명력을 지닌 바퀴벌레 같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으면 좋겠다. 지금은 바람에 속절 없이 흩날릴지라도. 이 흩날림이 모이면. 또 다른 생각의 고랑이 생길지도 모른다. -
나의 요즘 철학은 오늘을 존재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타인이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 위에서 행복하게. 소크라테스가 와서 귀에 속삭여 문제의 답을 말해준다 하더라도, 결국 정답은 내 안에 있다.

 

피드백 덧붙이기

인스타그램 디엠과 댓글로 받은 피드백을 정리했습니다.

1. 너무 깁니다 - 그런데 이 의견에 대해서는 스토리 답장으로 전혀 길지 않다. 더 길게 써주길 원한다. 는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보겠습니다.

2. 며칠전에 올라온 스토리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은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f

📖📖📖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희생, 의미 있는, 혹은 의미 없는 죽음이 지나면, 결국엔 추모하는 마

festivalsisters.tistory.com

에서도 첨부했던 친구의 피드에 단 댓글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로 다시 보여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제 철학을 눈앞에 두고도 몰랐나 봅니다.

3. 친구에 대한 비난이 포함되어 있다고 읽힙니다 - 스토리에는 상황 설명을 자세히 했지만 사진을 첨부하였기 때문에 옮기는 것은 생략하겠습니다. 지면을 빌어 사과를 전하고 싶고, 이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있으니, 따로 시간을 내어 얼굴을 보고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로써는 꼭 써내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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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소재의 작은 서점 로우북스에서 책방지기님이 배포한 발제문을 노트에 따로 붙여 정리해보았습니다. 명문대 출신답게(?) 모임에서 공부를 했네요 :)

인증샷입니다.

이 정겹고 아름다운 서점 로우북스는 망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서점 데이트하고 근처(백걸음 정도...?) 스미비클럽에서 슥 오마카세에 반주하면 정말 천국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트코스로 추천합니다.

 

 

독서 모임 직전에 마지막 정리는 흠스홈에서 했습니다. 흠스홈은 이제 그만 말해도 아실 것 같긴한데 그래도 지도 첨부합니다.

p.s. 하필 빌 클린턴이 1년에 두번을 읽었다고 해서 읽기도 전에 끵했습니다.

 

 

 

 

[돈 룩 업 Don't Look Up - 아담 맥케이 Adam McKay feat. 넷플릭스 Netflix] 실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

[돈 룩 업 Don't Look Up - 아담 맥케이 Adam McKay feat. Netflix] 실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많은 세상, 진정한 종말의 모습은 무엇인가. 내일 세상이 종말한다면 당신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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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일부 인용했던 나의 철학을 발견했던 글도 첨부합니다.

 

더불어

슬기로운 문화생활에 도움이 될 자료들을 모아 무료로 큐레이팅 해드리는 카카오뷰 채널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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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오늘, 당신에게 추천할 책과, 문화생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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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미술 등 현대인이 즐기는 전반적인 문화생활을 더 풍부하게 해드릴 자료들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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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눈이 정말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눈오리떼를 만날 수 있겠군요 :)

겨울 끝자락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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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마다 동기부여 메시지를 전달 해주는

켈리최 회장님의 동기부여 모닝콜 확언쓰기 5번 챌린지를 인증해봅니다.

함께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이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원동력을 얻어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나는 변화를 환영하고 배우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I'd welcome any change and just proceed as I le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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