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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 최은영] 아, 창 밖은 밝은 밤이다. (북리뷰, feat. 오미크론 확진으로 인한 격리 생활)

by 헌책방 2022. 3. 1.

[밝은 밤 - 최은영] 아, 창 밖은 밝은 밤이다.

어매. 어매. 가지 마시오. 나만 두고 가지 마시오. 어매.
내가 기억하는 첫 죽음은 7살, 8살이나 되었을까, 유독 추위가 매서웠던 어느 겨울이었다.
내내 병석에만 누워 계셨고 거동도 못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처럼 꼴을 베어 소를 멕이고, 해바라기를 하면서 우리 자매와 놀아주실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큰아버지 댁 할매방에 들어가면 느껴지던 희미하게 코를 찌르는 누르스름한 냄새와 보일듯 말듯한 할머니의 희미한 손짓이 싫어서 할매방 문턱을 넘은적이 좀처럼 없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버릇 없이 굴고 멀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벌을 받을까봐 벌벌 떨며 아빠 차에 올랐다. 그날 따라 달이 크고 둥그렇고, 잡힐듯, 시야에 가득했다.
철 없던 손녀는 누워 있던 할매가 아빠에게 삶의 젖줄과도 같은 의미였다는 사실을, 아빠와 고모, 그리고 아빠의 형제들이 병풍 뒤에 누운 할매를 향해 목매 곡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아빠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할매도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였다.
그때만 해도,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기보다 집에서 5일장을 치르는 일이 많았다. 큰아버지댁은 삽시간으로 사람으로 가득 찼고, 할아버지는 가운뎃 방에서 오도카니, 말 없이 앉아 계셨다. 심부름 하다가 손을 불며 가운뎃 방에 들어가 응석을 부려도, 할아버지는 옅게 웃기만 하셨다. 밥그릇은 방에 들어간 그대로 부엌으로 나갔다. 할아버지가 늘 입고 계신 한복에 달린 호박이 금방이라도 바닥에 첨벙 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심부름에 여념이 없고, 모시 삼베로 지은 상복을 입은 상주들은 손님이 오면 곡을 하고, 시간이 되면 곡을 하고, 막둥이었던 아부지는 자꾸 까무라쳤다.
할아버지는 일제에 누이들을 시집보내고, 전답을 팔아 만주로 떠난 사람이었다. 돌아온 고향에서 무일푼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해야했고, 난중에도 새생명은 속절 없이 태어났다.
60년에 태어난 막둥이가 자라 학교를 갈 때가 되자 할아버지는 막둥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할머니는 겨울에 막둥이 고무신을 품에 안고 자다가 새벽이면 댓돌에 고무신을 내려놓고, 비몽사몽 정신 없는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낸 사람이었다.
아빠는 그런 엄마를 잃어버렸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당신이 평생 삶을 꾸렸던 집안 곳곳에 관을 돌려 마지막 인사를 하시게 하고, 꽃 상여에 할머니를 태워 장지로 떠나자, 꽃 상여를 뒤따르던 고모와 아버지 형제들은 뒤로 벌렁벌렁 나자빠지면서 엉금엉금 어머니 뒤를 따랐다.
양산을 들고 꽃신을 신었던 멋쟁이 할머니가 가난한 집에 시집 와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전쟁이 말려 놓은 할아버지의 마른 영혼 곁을 지킨 강인함에 대해, 막둥이가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새벽 잠을 설치고 고무신을 품고 기다렸던 모정에 대해, 나는 가끔 생각하고, 목 매 한다.
할아버지는 건강하신 편이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꼭 한달 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용서하고,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자기 자신도 용서하였기를 기도한다. 어쩌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으셨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할머니 가는 길을 따라 걷지 않으셨을까 한다.
엄마는 가끔 내 몸이 뻣뻣하고 유연성이 없는 것이 꼭 할머니를 닮았다고 하신다. 아현이가 키가 크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인 것도 꼭 할머니 같다고 하신다.
흑백 사진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 컬러 사진 속에서도 할머니는 꼿꼿하고 키가 크다. 이제 돌아가시고 안계신 할머니의 멋쟁이 오빠(남동생이실까 혹시)도 키가 컸다. 그렇게 멋있게 늙은 할아버지는 작은 외할아버지 다음으로, 처음 봤다. 그 분은 누이의 장례에도 멋지게 차려 입고 와서는, 오랫동안 우셨던 것 같다.
우리 삶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는 우리에게 숨결을 불어 넣은 누군가의 삶이 들어와 있고, 우리 삶은 또 다음 생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때로는 타인을 탓하고, 때로는 자신을 탓하는, 완벽하지 못한 존재들이 서로 어깨를 빌려주고, 빌려 받으며. 우리에게 서로가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토닥이며.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은 이야기만으로 인간의 상실감과 내면적 고독, 본의가 아니지만 상처 주는 말들로 자신마저 상처 입거나, 본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처 받은 영혼의 내면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생채기가 점차 치유되게끔 하고 있다.
포인트는 <a 상황에서는 a' 대처를 해야한다.> 가 아니라, <나는 a 상황에서 b라고 느꼈다.>를 아는 것이고, 상처를 쳐다보고 돌봐주고, 그 감정 앞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겪은 지연은 어릴 적 할머니와의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는 희령이라는 소도시로 이사하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오가며 여러번 얼굴을 마주친 어떤 할머니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자신 기억 속의 그 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와의 교류를 통해 조금씩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친 역사에 대해서 듣게 된다.
일제 강점기, 백정의 딸이었던 증조모를 증조부가 구해내어 시작한 결혼생활, 할머니의 탄생, 새비 아저씨와의 만남, 새비 아저씨 부인인 새비와 증조모의 우정, 새비네 딸내미인 희자와 할머니의 관계, 새비 아저씨의 죽음, 피난, 새비 아줌마의 고모인 대구 명숙할머니네의 의탁, 증조부의 국군 자원 참전, 희령으로의 이사, 할머니가 원하지 않았던 결혼, 그 결혼이 중혼이었던 탓에 파탄난 부부관계,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 엄마와 지연(나)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지연은 백년이 넘는 여인들, 어머니들의 역사를 조금씩 듣고 이해하며, 자신이 받은 상처와 자신이 스스로에게 준 상처를 조금씩 아물려 나가고, 엄마와 터놓고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희자 할머니에게 메일을 보내 희자 할머니와 할머니가 만나게 하는 등 이야기에 참여하기도 한다.
언뜻 나와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리어 내가 이해 받고 있다거나, 상처가 치유 된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는 종적 특성상 우리는 타인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이 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내심의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그리고 그간 해왔던 것처럼 억눌러 스스로 상처 주거나, 억누름에 실패해서 결국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는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 배경을 확인하면서 지연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그때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면(나의 엄마였다면) 나는 달리 생각할 수 있었을까? 달리 행동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고, 서로에 대해 더욱 이해하고 더욱 어른이든, 덜 어른이든, 생물학적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용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따뜻하고 장대한 사랑의 역사와, 때로는 소양이 부족하고 모자랄 때도 있지만 사랑만은 가득하고, 때로는 솔직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후회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진심인, 피로 묶이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단단히 묶인 할매들의 우정, 딸들에 대한 깊은 사랑, 그리고 딸들의 엄마에 대한 어린 사랑, 여러 일가의 헐거운 연대를 바라보며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박탈감, 무력감, 그리고 존재적 고독감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삶은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졌지만, 그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 견고해지는 덕에 충만하게 즐기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어떻게 해야한다. 는 틀에 갇혀 있지 말자. 내 삶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삶과 지혜를 믿자. 그저 내 삶을 느끼자. 그리고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솔직함으로 해방되자.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다친 사람은 잃어버린 한조각의 빈자리를 느끼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상처를 바라보고, 스스로 보살펴야, 비로소 괜찮아진다. 중요한 존재 한 조각을 잃어버린 탓에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게 된 순간이 있다. 나는 그 한 조각이 밤하늘의 별이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내 밤이 무서워 용기 내서 밤하늘을 바라봐야 했다. 그 별 한조각 덕분에 내 밤이 밝아진 것을 잊었다. 아, 창 밖은 밝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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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 양성 확인하고 카카오바이크를 타고 화산체육관 선별진료소까지 왕복 1시간반 정도를 달려 다녀왔다.

대기가 있을 것 같아서 밝은 밤을 챙겨갔는데 다행히 대기는 많지 않았다.

그리하여 오미크론으로 몸살을 앓을 때 격리중에 병석에서ㅋㅋㅋㅋㅋㅋㅋㅋ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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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에 돌아와 삼일 내 잠만 잤다. 열이 39도를 상회할 때마다 울며 일어나 찬 욕실 바닥에 서서 스스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냈다. 열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20분 간격으로 열을 잴 때는 간간히 눈을 떠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읽고, 친한 친구들과 카톡으로 잠깐 이야기하고, 가족과 통화했다. 물도 약도 모두 게워 내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가끔 헛구역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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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책, 영화, 드라마, 전시, 음악 등 각종 문화생활을 더 풍부하게 즐기고 싶은 힙한 현대인 당신을 위한 큐레이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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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뜻 깊은 삼일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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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켈리최 회장님 유튜브에서 보내주는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확인하고,

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절대 목표를 낮추지 않고 행동을 늘립니다.

I never lower my target but increase my actions in the pursuit of financial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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