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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 셰퍼드 페어리] 우리는 평생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by 헌책방 2022. 11. 17.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 셰퍼드 페어리] 우리는 평생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나보다 영화 열심히 보는데....?! 나는 영화를 너처럼 깊게 보는 전문가가 못되니까ㅜㅜ 되는대로 고전인데 나한테 가까운 것부터 양으로 승부했어ㅋㅋㅋㅋ 다행히 남은 건 쪼까 있는데 헤결 때만큼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경험은 못했네ㅜㅜ 오 완전 영화 접근 방식이 교육학자 존 듀이의 프래그머티즘이심. 아닌가 가물. 여튼 잘 모르는 분야는 무조건 양치기+암기를 통해 그 지식들을 시퀀싱하다보면 퀀텀점프 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ㅋㅋㅋ 그렇게 고전영화 가까운 것부터 보는 거 굉장히 좋은 방법인 듯!! 물론 나도 고전 모름... 제일 좋아하는 영화 리뷰 유튜버이자 영화 추천 AI인 Y와 서로의 영화 감상 근황을 공유하다가 서너 줄이 훨씬 넘어가는 카톡을 주고 받으면서, 나는 늘 이런 대화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요즘 그 필요가 충족 되지 않아서인지, 리뷰에 권태기를 겪고 있다. 동시에 양질의 사유의 결과, 독서 리뷰, 영화 리뷰 등을 지속적으로 콘텐츠로 발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옅은 질시와 깊은 경외감을 느낀다. 생각건대 내가 그들에게 질투와 존경심을 느끼는 이유는, 진리는 경험-내 경우에는 주로 대화-에서 오고, 어떤 이론도 실용성이 없다면, 그러니까 이론이나 관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표현해 내며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도구로 쓰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변(생각 사 思, 분별할 변辨)에 그친다고 주장하는 실용주의(프래그머티즘)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데에 기인한다.

 

프래그머티즘은 행동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래그마에서 파생되었다. 인간의 의지를 담당하는 실천이성이 인간에게 선의지를 요구하고, 이 선의지가 인간에게 정언명령을 부여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하는 칸트의 인식론과 도덕 이론은 실용주의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기술과 경제 규모의 급격한 발달의 영향 속에서 철학 뿐만 아니라 인간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이론(다스릴 리 理, 논할 논 論) 역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사조가 발달했고, 이것이 실용주의다. 그러니까 사유(생각 사 思, 생각할 유 惟)도 선험적(먼저 선 先, 시험 험 驗, 과녁, 참, 진실, 밝을 적 的)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생활에서 유용히 쓰일만한 것일 때 비로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의 마지막 날, 위대한 낙서로 불리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 사이에서 프래그머티즘을 언급했던 Y와의 대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셰퍼드 페어리가 경험만이 유일한 실재이며 그것의 축적으로 가치 판단이 도출된다는 듀이의 프래그머티즘을 표현론적 관점에서 풀어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셰퍼드 페어리의 의도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번째로는 그의 작품에서 개념은 행동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칸트가 선험적으로 범주화한 것처럼 부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천하며, 특정 이론이 진리인지 여부는 그에 따른 행위의 결과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행동(혹은 실험)으로 옮겨져야만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 사조의 일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셰퍼드 페어리는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라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라'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다양한 변주로 끊임 없이 재생산한다. 그는 구시대적 관습에 저항하고 자유를 부르짖는 비주류 문화에서 태동하여 저항정신을 상징하게 된 장치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스케이트보드 뒷면에 그의 시그니처이자 조지 오웰의 <1984>로 독재자 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를 통제하여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체계 자체를 표방하게 된 빅 브라더의 이미지와 역시 그의 시그니처이자 주축 메시지 '행동하라'의 반어적 표현인 OBEY(순응하다)를 병기하여, 작품의 의미가 스케이트보드를 액자 삼아 증폭되도록 함과 동시에 작품이 대중에게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홍보되도록 하는 데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 또한 그래피티를 활용하여 공공장소에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빅브라더의 이미지, OBEY가 표상하는 메시지가 대중에 인식체계에 각인, 축적 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평화의 편에서 인권, 환경, 평등 등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 되고 있다. 또한 대중이 자발적으로 노트북 꾸미기, 인테리어, 악세사리 등 디자인적 요소가 필요한 일상 생활에서 그의 작품 자체나 일부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스스로 살아 움직여 대중에 각인 된다. 이로써 그는 그의 주된 작업 방식인 실크스크린(스텐실)이 갖는 시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전시회에만도 470여 점의 대표 작품들이 전시 되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통해, 그의 행동과 경험이 감상자들을 자극하고 사회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누구나 평화와 정의, 신념에 따른 행동의 중요성은 관념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인식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일기 거리에 불과하다. 그 신념이 옳다는 꽤 까다로운 전제가 필요하지만, 신념이 없는 인간은 불행하지만 신념이 있음에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은 나쁘다. 용기가 없거나 확신이 부족하여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셰퍼드 페어리는 자신의 신념을 예술로 옮기는 것으로 행동하고 있다. 또한 평화의 편에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예술로 지지한다. 행동은 그의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우리는 한계가 명확한 존재들이고, 때문에 모든 사유와 사유에 기반한 행동이 늘 실용적이거나 의미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 죽으면 함께 사라질 그 의미 없는 사유나 행동마저도, 각자가 선택한 존재 의미로 실존하기 위한 투쟁의 흔적이므로 고귀하다. 이런 측면에서 아직도 사회에 존재하는 빅 브라더에 대한 셰퍼드 페어리의 행동은, 그 저항은, 빅브라더를 완전히 없애는 결말을 낳지 못한다고 하여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없다. 그의 전시회에서 실용주의를 발견했으면서도, 그가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따라서 흠결 없이 깨끗한 자유는 얻기 어려운 것이며, 사회가 완벽한 통솔자의 완벽한 통치 아래 있을 수도 없다. 인간의 자유와 사회의 안정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 인간은 구습이나 기득권에 무조건적으로 순응(OBEY) 하지 않되, 자유와 통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셰퍼드 페어리는 빅브라더에 OBEY 하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끝없이 액자 밖의 인간들에게 이야기한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평화와 희망의 편에서 행동으로 옮기라고. 그 외침이야말로 행동이며, 그 행동이 실용성이 있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나, 설사 끝끝내 무용한 것으로 남더라도 가치 있다.

 


전시회장을 나오면서 U를 생각했다. 물론 그가 팔에 새긴 OBEY 문신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선택하는 순간부터 행동으로 옮겨 그것이 옳은지 경험적으로 판단하는 시점까지의 간격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짧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작가란 무엇인가>의 서문에 김연수 작가가 이야기했듯, 작가는 뜨거운 불꽃으로 첫 이야기를 만들고 그 후에는 그 그을음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리고, 밀란 쿤데라나 셰퍼드 페어리와 같은 작가들만이 일생 동안 뜨겁게 한 가지 이야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인간이 자신의 본질적 자아를 찾고, 그것과의 화해를 거쳐 합일에 이르는 긴 과정이다. 이 여정 중에 우리가 쓰고 갈무리 한 수많은 문장 중에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그것이 신념이 아닐까.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펜으로만 쓰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여 하나가 되는 것만도 평생이 쓰일 정도로 힘든데, 인간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리 없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작가와 같다. 아마 U 또한 일생을 태우면 홀연히 남을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풍부한 경험과 빠른 행동만이 우리를 구원하는가. 인생은 거대한 농담이고 모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제일 먼저 선행 되어야 하는 것은, 당장은 무용하더라도 계속하여 사유하는 것이다. U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의 순간을 사유하고, 계획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Y는 퀀텀점프 이면에는 독서와 연계한 사유, 엉뚱하고 무용한 상상, 경험으로 입증이 어려운 주제에 대한 논리적 사고와 토론이 있다. 그는 그의 훌륭한 콘텐츠를 발행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사변하는 사람이다. 물론 어제까지나 선험적으로 인생을 분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삼각형은 영원히 세 개의 각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자연수 1 다음에 자연수 2가 오는 것은 불변하다. 결국 인간은 선험적 판단의 순간에서 나아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그 생각의 결과가 현실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험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생각(명제)이 필요하다. 우리는 시지프스처럼 언덕을 순식간에 굴러 내려가 버릴 바위를 어깨로 밀어, 기어코 꼭대기에 올려놓고야 마는, 인간이다. 평생 동안 할 단 한 가지의 이야기는, 어쩌면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싱겁게 손으로 굴러 들어오거나, 어쩌면 혹독한 시련 끝에서 뜨겁게 열매 맺거나, 어쩌면 평생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연을 가장한 선택적 숙명-혹은 운명으로 가장한 우연-이 행동의 결과에 개입하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것. 무용하더라도. 평화의 편에서 희망으로. 행동하는 것. 입김으로 까만 밤에 생각을 새긴다. 펜을 든다. 나는 내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평생 한 가지 이야기를 한다. 한 가지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서, 오늘을 산다. 행동하라! 행동하기 위해서 생각하라! 액자 너머의 빅 브라더가, 이 외침에 순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끝난 전시회이긴 하지만, 규모도 크고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롯데뮤지엄에서 하는 전시는 늘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니 문화생활 할 때 참고하세요!

 

동생 너무 졸귀ㅋㅋㅋㅋㅋ숨어서 째려보는거 보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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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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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도 독서 후에 남은 감상을 다른 사람의 감상으로 새롭게 느끼고 다듬고 채우는 과정을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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