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 채사장, feat.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킹스베이케이션 King's Vacation]
밤의 오목함에 한가득, 재즈가 고였다.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태동한 음악이다. 흑인 음악의 특성에 클래식, 행진곡, 대중음악의 면모를 쌓아 자유롭게 구성한 장르로, 마음 먹고 이렇게 하면 '그게 바로 재즈'라고 부를만한 범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곡마다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동적인 리듬감과 연주 형태가 즉흥적이라는 것인데,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을 재즈라고 부를 수 없다는 점이 재즈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 자유로움도 세계를 만드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체에 밭쳐 놓은 시간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졌다. 재즈의 기원에 대하여 두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남북전쟁이 끝나자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었으나 그들이 갈 곳이라고는 도시의 빈민가 밖에 없어서 상당수가 1차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입대하였고, 해군기지로 쓰였던 뉴올리언스 스토리빌에서 복무하다가 종전이 선언되자 빈민가로 돌아가기 보다 복무지에 정착하는 것을 선택하였으며, 이 사람들이 음악적 합을 맞춰보고 유흥가에서 제2의 직업을 갖게 됨에 따라 발전한게 재즈라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전쟁이 끝나자 군악대가 쓰던 악기들이 뉴올리언스에 쌓여 있었고, 해방된 흑인들이 이 악기를 가지고 나름의 합주를 맞춰보다가 흑인음악에 클래식과 군악대가 연주하던 행진곡의 특성을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고, 이것이 재즈라는 설이다. 둘 중 무엇이 진실이든, 둘 다 진실이든, 분명한 것은 재즈는 '해방'에 기원하고, 태초부터 자유의 색깔을 품은 예술이라는 점이다. 재즈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어쩌면 재즈의 심장, 해방과 자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파란 빛깔의 조명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무대에서는 재즈 선율이 흘러나오는, 이름도 어쩐지 낭만적인 공간. 드래곤시티 내부에 있는 킹스베이케이션에 다녀왔다. 예약한 자리에 앉자 창 밖으로 야경이 보였다. 이럴 때, 사람의 기억력은 얕고 감각은 두터이 쌓인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비스 스타일스 앰배서더와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건물 사이에 31층부터 34층까지 높이에 스카이 킹덤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코로나 이전 시대에 가장 꼭대기 스카이 비치와 킹스베이케이션을 오가며 풀파티를 즐겼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혼자 야경을 보면서 술을 홀짝였던 감각 때문인지, 꽤나 시끄러웠던 그 파티를 재즈선율에 기대어 기억해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해서 혼자 웃었다. 이런 점이 시선이 머무는 곳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내 생각에 동조한다는 듯,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이 입은 화려한 옷이 반짝였다. 나를 영원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라는 듯이. 이윽고 오래된 재즈 선율이 흘러나온다.
L is for the way you look at me
O is for the only one I see
V is very very extra ordinary
E is even more than anyone that you adore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 루이 암스트롱을 잇는 미국의 대표 가수였던 냇 킹 콜이 폐암으로 사망하기 1달 전에 발매한 노래 <L-O-V-E>였다. 비극적인 현실은 지난 일이라는듯이 신나게 흐르는 셔플리듬 속에서 언제 노래를 멈출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에게 남은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임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곡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채사장 작가의 <소마>는 흡사 냇 킹 콜의 실제 삶과 이 <L-O-V-E>를 한 데 묶어 놓은 듯한 작품이다. 무협소설과 유사한 뼈대를 빌려 빠른 템포로 글을 달려, 소수 민족의 어린 아이인 소마가 학살 한가운 데에서 살아 남아 초급기사단, 군 장교, 장군, 의회의 수장을 거쳐 황제에 오르는 과정을 거쳐 노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다. 소마는 복수, 질투, 환멸, 이기, 이타, 행복, 좌절, 희망, 절망 등 공존하기 어려운 양가감정 속에서 휘몰아치는 질긴 삶을 이어 가다가 맞닿은 삶의 끄트머리에서, 결국 자신이 겪어온 수많은 경험이 바래지는 것을 목격하고, 자아와 합일의 순간에서야 또렷하게, 손에 꼽을만큼 몇 안되는 가치들만이 자신 안에 남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피도 눈물도 없이 배를 갈라 숨이 지나는 곳을 잡고 손으로 그 숨길을 끊어 버리던 극악무도했던 지난날, 수많은 자아가 소마를 스쳐가면서 바뀌었던 중요한 것들은 현재의 소마를 만들고는, 소마가 볼 수 없는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사라져버린다. 물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뒷맛과 작품의 무게는 다르지만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처럼, 긴 세월이 지나고 수많은 일들이 DNA에 새겨져도, 우리가 사는 삶은 사랑, 그 한 가지로 요약 할 수 있고, 수렴함을 작품은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재즈의 핵심, 즉흥연주인 잼(Jam, Fake, Improvision)을 닮았다. 다루는 악기도, 특색도, 지향하는 음악의 색깔도, 그 안에 속삭여 새겨 넣고 싶은 메시지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코드를 공유하고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음계를 주고 받으며, 만들어 나가는 멜로디를 닮았다.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이 모여, 찰나의 순간 빚는 오묘한 부조화를 닮았다. 그 부조화와 눈을 맞추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조화로워지는 음표의 행진을 닮았다. 위스키잔을 기울이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로 해방과 자유, 그리고 사랑이 흘렀다. 너무너무 특별한 그들을,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하는 순간을, 각자의 심장 안에 남을 단단한 알맹이를, 나만의 방식대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들도 그랬기에, 그 밤의 오목함에 한가득. 재즈가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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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하나에 5만원..'ㅁ' 그치만 우리는 만족했다 후후
알라메종 케이크! 엄청 무거워서 돌덩이인가;; 했는데 치즈 함유량이 너무 높아서 무거운거라고 한다! 덜덜 너무 행복
근데 곰돌이 초 왜 때문에 세개야?^_^
저어어엉말 좋았다.
다들 이쁜 사람들은 찍길래 나도 이쁜척 찍어봄;
마시써따요
내가 드래곤시티에 묵는디 나가기가 너무 귀찮은디 칵테일이나 위스키가 먹고 싶다! 그럼 여기로 오셔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의 소원도 이뤄져라 얍!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질문은 댓글로 or 인스타그램 seol_vely로 부탁드립니다.
발전에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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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켈리최 회장님 유튜브에서 보내주는 동기부여 모닝콜 영상을 확인하고,
확언 다섯번 쓰기 챌린지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고, 저마다의 꿈을 저마다 목표한 속도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요.
나는 미래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며 내 삶을 창조합니다.
I feel the future emotins as real and create my life accordin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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