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향 정기 공연이 있어서 공연 보고 나와서 코스처럼 아람에서 위스키 마시고 왔다!>_< 베토벤과 브람스의 여운에 젖어 있는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특히 피아니스트 김정원 선생님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에 이은 앵콜곡, 브람스의 인터메조와 지휘자 정나라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휘 아래 강렬했던 브람스 교향곡 1번의 감동이 정말 가득해서 흥을 아람에서 마무리했다. 이런 날 위스키 못 참지!!!!!
공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CS, 비냉각여과, 무색소 등 위스키에 대한 기본 지식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버튼을 눌러 예전 발행 글 한번 참고해주세요^0^
실제로 마신 순서는 발베니 - 식전주 - 쿠일라 - 킬커란 순서, 글은 인상 깊었던 순서대로 썼다. 발베니랑 식전주를 두고 고민했는데 식전주는 사실 위스키가 아닌데다가 술도 아니기 때문에 논외라고 생각하고 썼다.
1. KILKERRAN 8 YEARS OLD CASK STRENTH BATCH 4(킬커란 8살 CS 배치 4)
캠벨타운은 스코틀랜드 서부의 작은 도시로, 1600년대에 처음으로 증류주 제조 면허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위스키 사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인구 6천명의 작은 마을에 30개 이상의 증류소가 생겼으며 세계 위스키의 수도라고 부를만큼 사업이 번창했다.
사업이 번창하면 갈등이 생기는 법이다. 캠벨타운도 위스키 제조업도 구찌 못지 않은 굴곡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캠벨타운 자체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 생산지로 남아 있지만 남은 증류소가 글렌 스코시아, 글렌가일, 스프링뱅크 3개 뿐이라는 사실에서도 피터지는 경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경쟁 외의 이유가 분명 있겠지만.
킬커란은 글렌가일 증류소에서 만드는 제품으로, 바로 이 글렌가일 증류소가 촉촉하고 오일리한 롱로우 위스키를 만드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그 유명한 스프링뱅크와 흡사 구찌 안에서 벌어진 것 같은 형제들끼리의 갈등을 벌인 장본인이다.
1800년대 후반, 스프링뱅크는 형제 존 미첼과 윌리엄 미첼이 공동 운영하고 있었는데 갈등을 빚다가 윌리엄이 스프링뱅크에서 나와 1872년, 별도의 증류소를 짓게 되고 그것이 바로 글렌가일이다.
그러나 글렌가일은 1925년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고, 2000년에 이르러서야 후손이 인수하여 2004년 재오픈하여 재기에 성공하였으나 역시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소 로크로몬드가 글렌가일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서 킬커란이라는 이름으로 위스키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내가 마신 위스키는 킬커란 8살 CS 배치 4이고, 이 배치 4와 관련해서도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 킬커란은 배치넘버를 보틀에도, 케이스에도 적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수를 확인하고 도수에 따라 배치 넘버를 확인한다고 한다. 배치4는 57.1도. 앞뒤 라벨을 아무리 살펴봐도 배치넘버가 확인되지 않아서 신기해서 검색해봤다ㅋㅋㅋㅋㅋ
저숙성 CS는 좋아하지 않아서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엄청 고민했는데 워낙 구하기 힘든 위스키고, 한정판에 환장하는 편이고, 서울에서도 배치5를 한번 밖에 못 먹어봤지만 그 기억이 나쁘지 않아서 고민 끝에 결국 선택했다.
캠벨타운 특유의 싱그러운 느낌으로 시작해서 단맛과 짠맛, 피트와 탄맛, 오일리와 쉐리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피니시까지 레이어링이 엄청 훌륭하고, 기억이 희미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배치5보다 좋았다.
피트는 기본으로 필요했고, 이 날 비가 온 탓에 촉촉하고 끝에는 척척하다고 느낄 정도로 딴딴한데 우울하진 않고 화사한 느낌을 원했는데, 이 어려운 것을 해냈다. 킬커란 순수 초딩 넘버4 짝짝
바텐더님이 구수하고 촉촉하다고 간단히 추천해주셨는데 구수하다는 표현이 뭔지도 느껴졌다. 스프링뱅크보다 가볍고 싱그러운 대신 후반부에 엄청 어렸을때 엄마가 끓여준 보리차 아래쪽에 결정체 같은 것들이 잔뜩 가라앉아서 꾸덕하고 구수한, 스크름한 느낌이었다.
워낙 스펙이 뛰어나서 선택했는데 역시 만족스러웠고, 저숙성 CS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좋은 위스키였다.
2. CAOL ILA 12YEARS OLD(쿠일라 12살)
우리나라에서는 쿠일라 혹은 꾸일라 하고 부르지만 원래는 카오일라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한다. 아일라 피티드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바디감은 가벼운 편이지만 스모크가 강렬하고 그 와중에 피트감도 있어서 밸런스가 좋다. 쿠일라가 조니워커의 키몰트로 쓰여서 조니워커 그린에서 느껴지는 피트는 거의 쿠일라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람에 보기 힘든 쿠일라 DE 도 있었는데 두번째 잔이라 고민하다가 12살 선택했고, 아는 맛이지만 에어링이 딱 좋은 순간이었는지 예상하고 먹어도 예상보다 더 괜찮아서 기분 좋았다.
쿠일라가 아일라 위스키고 예전 글에서 아일라 섬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이야기 해보자면 아일라 섬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스키 성지라고 부르며 증류소 기행문을 펴내기도 한, 피트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소들이 많은 지역이다.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 중 가장 남단에 있는 섬으로 인구도 3천명 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섬이다.
아무튼 이 작은 섬에 위스키 증류소가 무려 8개가 있는데 모두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 연료 이탄(Peat)로 몰트보리를 볶아 술에서 피트향이 배여 나오게 하는, 피티드 위스키를 만들기 때문에 위스키 애주가들, 특히 피트 귀신들이 이 지역을 성지처럼 여긴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에 따르면 여기 물맛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고 한다. 그가 아일라 섬 기행을 갔을 때 트위스터업을 이 섬에서 배워왔는데, 위스키와 물을 1:1로 섞어 마시는 방법이고, 위스키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일라 지역의 물이 아니면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고 후술한다.
북쪽에서부터 부나하벤(부나하먼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쿠일라(카오일라라고 발음하는게 맞다고 하는데 쿠일라, 꾸일라, 쿠릴라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중부에 브루크라디, 킬호만(종종 사람에 따라 킬코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킬코만이라고 부르다가 수입업자가 킬호만이라고 표기해놨길래 의식해서 열심히 바꿨다....), 아일라섬의 행정도시인 보모어에 있는 보모어, 남쪽에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까지 모두 피트감이 강렬한 위스키를 만드는 세계적인 증류소들이다.
3. Longrow Peated(롱로우 피티드 NAS)
입문자들한테 추천할 때 실패한 바가 없어서 친구에게 추천했다. 균민이가 롱로우 피티드 추천했을 때 "NAS(None Aging Statement, 몇년 숙성인지 표기 되어 있지 않은 제품)라서 싫어" 이럴 수도 없고, 캠벨타운 맛이겠지 하며서 그냥 받아먹어 봤는데 스모키하고 피티한데 상당히 오일리하고 촉촉해서(척척까지는 아님) 그 후로 나도 많이 마시고 추천도 많이 한다.
스프링뱅크에서 만드는 고급 위스키들의 보급형이라고 많이 그러던데 피트한데도 입안에서 질감이 이렇게 몰캉하고 보드라운 위스키가 없는 것 같다. 피니시랑 목넘길때도 짜르르하고 스모키하면서도 동시에 오일리해서 새롭다. 하나의 위스키에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을 때마다 위스키가 더 좋아진다. 캠벨 타운 특유의 초반에 느껴지는 터지는 맛과 중간에 단맛과 짠맛 등의 특징이 옅은 것은 사실이다.
상술한 바처럼 캠벨타운의 증류소 스프링뱅크에서 전통 방식으로 롱로우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4. THE BALVENIE 14YEARS OLD CARIBBEAN CASK(발베니 14살 럼캐스크에서 추가 숙성)
14년동안 버번 배럴 숙성을 마치고 럼캐스크에서 3~6개월 정도 추가 숙성한 위스키다. 음..... 발베니는 내 타입이 아니지만, 14년 럼 캐스크는 가격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의 위스키로 1만원이라고 해서 경험해봤다.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었고, 거의 바닥 보이는 중이라 향기 등 여러가지로 아쉬운 바가 있었지만, 킹성비 덕분에 기분 좋게 스타트했다. 누구나 비슷하지만 내 타입 아닌 것은 속속들이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발베니는 1도 모른다. 껄껄
바닐라향이 은은해서 스타트가 달달한데 중간에 럼캐 추가 숙성한 티가 나서 꽤 다채롭다 생각했다. 주말에 킬호만 김치 에디션이랑 락아일랜드 먹은지라 감흥이 조금 덜했지만(자랑)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글렌피딕이랑 같은 그룹 소속이라던가, 증류소 이어져 있을 정도로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글렌피딕과 함께 위스키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브랜드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5. Paul Giraud Jus de Raisin Gazeifie 2020
꼬냑으로 사랑 받는 브랜드 폴지로의 무알콜 포도주스인데 폴지로의 꼬냑이 아람의 백바에 추가 된 기념으로 이 포도주스를 식전주로 제공하고 있다.
적당한 탄산감과 포도향과 함께 약간 시큼한 사과향이 나는 듯 하고, 도수 없이도 단순한 탄산 포도주스 이상의 색채감이 돋보인다. 연말 모임 자리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향기와 맛이었다. 일본인들이 폴지로를 엄청 애정해서 꼬냑과 함께 이 포도주스도 일본에 엄청 많이 공급 되고 있고, 연말에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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