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EDRADOUR 12 CS (에드라두어 이비스코 12년 CS)] 위스키를 주문했더니 주정 강화 와인이 나왔다
내가 쓴 위스키 리뷰들을 대충이라도 읽어 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위스키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철학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꼭 비싸진 않아도 색깔 있는, 특별한 위스키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바에 가거나 위스키를 구매하지는 않지만 한번 경험할 때 돈을 크게 아끼지 않는 태도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긴한데 특별할수록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ㅁ; 이 위스키도 워낙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서 직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고, 그마저도 쉽지 않은데, 역시 아람에서는 보유하고 있었다! 30대 초중반의 가격을 줘야 살 수 있다고 듣고 구매 포기했었는데^^ 바에서는 워낙 찾아볼 수 없으니 전설로만 에드라두어 12년 CS의 셰리 밤의 가치를 전해듣고, 10살로만 만족하다가 얼티밋(역시 블로그에 포스팅함 2021.10.29 - [먹어봤다] - [전주 아람 위스키 & 칵테일 바] 전북대학교 근처 바 추천)에 이어 드디어 2009 CS도 맛보게 되었다. 뚜둔!!! 아무래도 위스키의 첫인상은 패키지 디자인과 색깔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색깔이 정말 와인에 가까워서 "와 색깔 이거 어떻게 뺀거야? 미쳤어" 하는 생각이 첫인상을 장식한다. 높은 바틀 가격을 감수하면서 대여섯병씩 직구하는 에드라두어 마니아들은 위스키를 주문했더니 진간장이 왔다! 하는 우스개소리를 한다고 할 정도다.
에드라두어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하고, 하이랜드에 1825년 설립된 이래 200여년간 운영해 온 유서 깊은 증류소다. 현재는 가족사업으로 2명이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위스키 생산량도 적을 수 밖에 없다. 맛이 좋은데 생산량이 적으면 당연히 희소가치는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없다. 그 덕에 점점 위스키 경험치 올리는 것도 어려워진다.
내가 맛 본 이 바틀은 도수가 무려 57.9%. 색깔에서 느껴지다시피 맛도 질감도 도수까지도 아주 찐득하다. 스펙에 대한 상세 내용은
Sherry Cask Matured (셰리주를 숙성한 캐스크에서 숙성, 보통 전통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하다가 셰리 캐스크로 위스키를 넣어 숙성을 마무리하는 Sherry Cask Finish 제품이 많은데, 이 제품은 처음부터 Sherry Cask에서 숙성했다는 뜻이다.),
Distilled on 17th June 2009 (2009년 6월 17일에 증류),
Bottled on 28th July 2021, Outturn 631 Bottles(2021년 7월 28일에 631병에 병입),
Cask Number 154(캐스크 넘버 154)로 확인했다.
물론 캐스크 하나에 140여개 병입하는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 바리끄 정도에 비할 수는 없으나 631개 병에 병입할 정도의 캐스크 규모도 엄청 큰 것은 아니다. 12년 CS 색소 무첨가 위스키 색깔을 어떻게 이렇게 뽑을 수 있는지 신기하고, 궁금하다. 색깔 뿐만 아니라 맛과 향도 높은 명성이 이해가는 완전 미친 셰리밤! 이건 특급 셰리 폭탄이야!! 라서, 아무리 피니시만 셰리 캐스크에서 한 것이 아니라 12년 내내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제품이라도 12년 숙성만으로 이런 위스키를 뽑는 묘수가 분명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년의 증류소 역사도 묘수 중에 하나겠지.
향은 셰리 특유의 향, 특히 달달함과 우디가 돋보인다. 스타트부터 하이랜드 특유의 풍미와 벌써 시작되는 셰리밤이 인상적이고, 미들은 우디함이 레이어링 되다가, 피니시는 정말 셰리 폭탄이 탁 터지면서 달달하려다가 음 쫌 많이 달달한뎅..;ㅁ; 하기 바로 직전에 갑자기 스파이시가 터지면서 마무리된다. 아 이건 뭐랄까. 컨베이어 벨트에 쉐리를 전반적으로 잔뜩 발라놓고 하이랜드파크를 초반부에는 짙게 중반부부터는 옅게, 우디를 초반부와 후반부는 옅게, 미들은 짙게, 달달함을 초반부 중반부는 아주아주 옅게, 피니시 초반부는 짙게, 피니시 후반부에는 생략하고, 스파이시를 극 후반부에만 터뜨리듯이 뿌려 마무리한 다음 혀 위를 지나가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탁탁 치고 가는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구분은 되어서 온달까. 하는 구성이다. 그리고 그 컨베이어 벨트가 혀 위에 밀착해서 혀를 세게 누르고 지나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셰리밤!이다.
달달한 위스키는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하기 어렵다. 나는 라가불린 2020 스페셜 릴리즈를 "너무 달아서 별로야." 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혹시 단맛의 기준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이 제품은 별로 안 맞을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기회가 되면 이 제품을 다시 마셔 볼 생각인데 피니시가 달큰하긴 했지만 하팤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무리에 스파이시와 셰리가 번갈아 가며 톡톡 터지는 기분이 정말 좋고 새로웠다.
정말 귀한 술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하고 유일한 전주 아지트 아람 칵테일 & 바는 전북대학교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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