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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프로젝트_동기부여모닝콜편57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오래된 사유는 없지만 영원한 사유는 있다. / 처음으로 e북으로 완독한 작품! 책 후기, 북리뷰!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오래된 사유는 없지만 영원한 사유는 있다. 내가 떠올리는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 나는 뛰고 있다. 다섯살 쯤 되었을까. 아빠가 청자켓으로 루나를 둘둘 말아 껴안고 옆에서 달리고 있다. 회색빛 도는 연청자켓에 시뻘건 피가 철철 흐른다. 엄마는 울면서 넘어지면서 뛰고 있다. 루나는 고집 센 아이었고, 태생이 대장부였다. 홀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배운 후로는 도움 받아 계단 위를 오른 역사가 없는 아이였다. 그날 우리 가족은 단골 경양식 식당에 가고 있었다. 인기 많은 식당이라 아빠는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았고, 엄마와 나와 루나는 느릿느릿 해실해실 웃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떠올릴 때 늘 오르페우스의 비극을 생각한다. 계단 끝에 거의 다달아 달큰한 .. 2022. 4. 6.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 넷플릭스 영화 후기, 리뷰, 추천 [아비정전(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왕가위] 발 없는 새가 되고 싶었던, 발 있는 새의 슬픈 몸짓의 기록 정말 봄이 오려는지 요즘 새가 많이 보인다.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어딘가를 부리로 쪼아대고, 고개를 쉼 없이 돌리고, 쉬지도 않고 배로 허공에 물수제비를 토도독 뜨며 날아다닌다. 나무에서 나무로 고꾸라질 듯 활강하다가도 이내 곧 톡 하고 튀어 오르며 멀리 대각선으로 난다. 활주도 없이 작은 날개로 어찌나 금방 날아오르는지, 괜히 대견하다. 창 밖에 이름도 예쁠 그것이 꾈꾈 하고 울고 있다. 4월이 울적한 계절이 된 지 벌써 8년이 되어간다. 4월 16일. 8년 전 나의 생일은 눈물이 가득 채웠다. 생일날 눈을 뜨면 거의 대부분의 순간을 울었다. 손에 물이 닿으면 그 서.. 2022. 4. 5.
[단순한 진심 - 조해진 feat. 호라이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단순한 진심과 가족의 의미 [단순한 진심 - 조해진 feat. 호라이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단순한 진심과 가족의 의미 모니터에 주황색 불이 깜빡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회사 동기이자, 같이 와인을 마시며 드라마 이나 를 보면서 눈물 흘리고, 유럽까지 함께 날아가 일주일 이상을 함께 보냈던 친구의 이름이 번쩍번쩍하는 주황색 불 한가운데에 쓰여 있었다. '언니, 나 대박사건!', '응? 무슨일이야!' 답장하자마자 '언니 생일 있잖아! 나 그 날 결혼해! 어제 식장 예약했어!'하고 답장이 되돌아온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지만(앞선 두개의 피드 참고) 시간은 이내 곧 일어나 제자리를 탈탈 털고, 아픔을 딛고 뚜벅뚜벅 걷는다. 그 대견한 걸음마를 보고 있으면 시간의 순리(順理, 순응할 순, 다스릴 리)란 어쩌면 역사의 눈물을 젖줄 삼아.. 2022. 4. 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북리뷰, 독서 후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정적이 흐르는 강의실에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성균관은 역사, 동양철학, 유교문화와 관련된 기본소양을 배우는 강의를 수강하여야만 졸업할 수 있다. 그런 강의들은 필수 강의 특성상 학년, 성별, 취향,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강의실 하나 그득 들어찬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울고 있었다. 지금은 수업 이름도, 성함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교수님의 아연한 멈춤이 강의실 뒤편까지 화면을 타고 송출되고 있었다. 방금까지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누군가의 이름과, 그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흐느낌과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간신히 강의실을 채웠다. "저도 알아요. 근데.. 2022. 4. 1.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 무비 리뷰, 영화 일기, 영화 후기, 왕가위 작품들 넷플릭스 서비스 개시한 기념으로 시리즈로 감상중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특이한 선글라스를 끼거나 볼 때마다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곱슬거리는 노란머리, 만일을 대비하여 입은 트렌치 코트(우의), 붙여 놓은듯 시종일관 손가락 위에 놓여 있는 하얀 담배. 짧은 커트머리, 탄탄한 몸, 사랑스러운 눈빛, 큰 노래 소리에 맞춰 흔들리는 몸짓. 때로 사람들은 누군가의 눈빛에 다칠까봐, 다친 내 눈빛을 들킬까봐, 만일을 대비하여(for a rainy day), 선글라스를 끼거나, 레인코트를 입는다. 사람과 사람의 부딪음은 아이러니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인생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포물선과 같다. 차원을 넘나들며 커졌다 작아지는 벤다이어그램과 같다. 각자는 운전석에서 각자의 템포로,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 2022. 3. 31.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과 자기만의 방;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떠나는 이유 / 북캉스 후기, 호캉스 리뷰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과 자기만의 방;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떠나는 이유 일상에서 워케이션, 북케이션과 같은 표현들을 발견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방에 발령을 받아 서울을 떠났지만, 생활권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주말에 자주 서울에 올라가고 숙박은 호텔에서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란다. 나에게 호텔은 매번 선택적 경험이라기보다는 비자발적 상황 속에서 그나마 취향에 가까운 것을 가까스로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여행 갈 때 빼고는 호텔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지난 1년간 서울을 방문하는 순간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여행이었다. 돌아보면 대부분의 시간 나의 공간에서 홀로 안온할 수 있었고,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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