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북리뷰, 독서 후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정적이 흐르는 강의실에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성균관은 역사, 동양철학, 유교문화와 관련된 기본소양을 배우는 강의를 수강하여야만 졸업할 수 있다. 그런 강의들은 필수 강의 특성상 학년, 성별, 취향,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강의실 하나 그득 들어찬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울고 있었다. 지금은 수업 이름도, 성함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교수님의 아연한 멈춤이 강의실 뒤편까지 화면을 타고 송출되고 있었다. 방금까지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누군가의 이름과, 그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흐느낌과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간신히 강의실을 채웠다. "저도 알아요. 근데..
2022. 4. 1.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 무비 리뷰, 영화 일기, 영화 후기, 왕가위 작품들 넷플릭스 서비스 개시한 기념으로 시리즈로 감상중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 우리 포물선이 겹치는 순간. 특이한 선글라스를 끼거나 볼 때마다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곱슬거리는 노란머리, 만일을 대비하여 입은 트렌치 코트(우의), 붙여 놓은듯 시종일관 손가락 위에 놓여 있는 하얀 담배. 짧은 커트머리, 탄탄한 몸, 사랑스러운 눈빛, 큰 노래 소리에 맞춰 흔들리는 몸짓. 때로 사람들은 누군가의 눈빛에 다칠까봐, 다친 내 눈빛을 들킬까봐, 만일을 대비하여(for a rainy day), 선글라스를 끼거나, 레인코트를 입는다. 사람과 사람의 부딪음은 아이러니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인생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포물선과 같다. 차원을 넘나들며 커졌다 작아지는 벤다이어그램과 같다. 각자는 운전석에서 각자의 템포로,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
2022.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