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39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 - 아서 코난 도일]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 - 아서 코난 도일]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인간의 계획이란 아무리 완벽하게 짜더라도 실행에 옮기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가오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 동공이 커지는 것. 바이올린을 켜는 고지능 소시오패스가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것. 한 발 앞선 누군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 의뢰인을 잃고 내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하는 것. 완벽해 보이는 이성에도 균열은 생긴다. 산산조각 나서 불타는 종이의 집. 완벽하지 않아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존재. 나는 책을 엄청 아껴보는 편이다. 작품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것을 즐기면서도 혹시 책이 상해서 돌아올까봐 걱정한다. 그러니까 책을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아낀다고 해야할까.. 2021. 11. 6. [로드 - 코맥 매카시] 길 위의 모든 나약함과 빛남 [로드 - 코맥 매카시] 길 위의 모든 나약함과 빛남 인간만큼 쉽게 부서지는 존재가 있을까. 세상이 무너진 다음날. 한 개 남은 과일 통조림에 생존의 운명을 걸어야하는 순간에도. 아들과 통조림을 나눠 먹고, 몸이 안좋은 아버지를 위해 나눠 받은 통조림을 포기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잿빛 눈이 내리는 세계의 끝에 서서도 서로의 기분이 상할까 걱정하고, 마음이 상해도 짐짓 괜찮은 것처럼 연기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애가 부서져 내리는 폐허를 지나고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순간을 지나도 끝끝내 인간을 믿는 존재가 인간이다. 쉽게 바스라지는 나약한 희망에 몸을 기댄 채 길 위에 섰기 때문에, 무너진 세계 위를 걸으면서도 마침내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얼굴을 발견하고, 그 작은 빛 때문에 살아내는. 약하기 때문에 살.. 2021. 10. 28. [무진기행 - 김승옥] 오늘 오후엔 안개가 걷힐까요 오늘 오후엔 안개가 걷힐까요 / -김승옥 나는 이따금 수심이 두터운 심연의 끝에 누워 연못만큼이나 두껍게 배를 깐 안개가 드리워진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안개가 많이 끼는 날이면, "오늘 낮에는 날씨가 좋겠구나. 조금 덥겠어." 하면서 나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어주시거나 날이 더워지면 겉옷을 벗고 뛰놀 수 있도록 안에 얇은 옷을 입히고 '잠바'를 입혀주셨는데 나는 늘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안개가 걷히지 않을 것만 같아서. 실제로는 늘 엄마 말씀처럼 날씨가 좋았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날씨가 좋겠구나.' 속으로 생각 하면서도 안개가 영원히 걷히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나는 이따금 안개에 가려 햇빛 한점.. 2021. 10. 14. 이전 1 ··· 4 5 6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