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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시스터즈197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과 자기만의 방;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떠나는 이유 / 북캉스 후기, 호캉스 리뷰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과 자기만의 방;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떠나는 이유 일상에서 워케이션, 북케이션과 같은 표현들을 발견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방에 발령을 받아 서울을 떠났지만, 생활권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주말에 자주 서울에 올라가고 숙박은 호텔에서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란다. 나에게 호텔은 매번 선택적 경험이라기보다는 비자발적 상황 속에서 그나마 취향에 가까운 것을 가까스로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여행 갈 때 빼고는 호텔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지난 1년간 서울을 방문하는 순간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여행이었다. 돌아보면 대부분의 시간 나의 공간에서 홀로 안온할 수 있었고,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2022. 3. 30.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더 이상 얕은 까망이 두렵지 않다. /독서 일기, 북 리뷰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더 이상 얕은 까망이 두렵지 않다. 거실에 누워 번쩍 눈을 떴다. 볼록한 내 배가 보이고, 그 너머로 거실 베란다 창문 멀리 산 꼭대기에 벌써 어둠이 걸리고 있었다. 밤은 위에서부터 온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었던 슈퍼 앞에 달린 샷다문처럼 드르륵하고 위에서부터 어둠이 내려와 세상이 그 속에 잠긴다. 엄마- 불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고, 동생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기었다. 부딪히고, 울면서, 소리 지르면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 쪽에 난 창문으로 기었다. 눈을 뜨면 산 머리에 그득한 어둠처럼 어둠이 위에서부터 나를 집어삼킬까 봐 오들오들 떨었다. 사과 트럭 아저씨가 빌라 앞에 왔는지 확성기에서 사과 팝니다- 사과- 소리가 나고, 겨우 창문에.. 2022. 3. 29.
[덕천식당] 순대 없는 순대국밥과 담쟁이 펜시브 / 식당 리뷰 맞습니다. 🍚🍚🍚 [덕천식당] 순대 없는 순대국밥과 담쟁이 펜시브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식당에 가면, 그 꾸준함과 변하지 않는 성실함 앞에서 절로 겸허해진다. 과연 어떤 일 앞에서 그토록 오래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기다리는 이 앞에서 덩달아 초조해지지 않고 차분하게 다독이며 나아갈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보고 내다보게 된다. 입맛이 까다로운 루나 원픽인 덕천식당인데, 어쩐 일인지 그날만큼은 우리 세 자매 입에 음식이 짰다. "여기 맛이 변했네." 투덜대면서도 "그래도 맛있다"하며 루나와 아현이는 그릇을 깨끗이 비웠고, 나는 가슴에 뭐가 얹힌 듯 더 이상 먹지 못했다. 비오는 주말에도, 단골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바글바글, 전북대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 2022. 3. 28.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 북리뷰, 독서 일기, 책 추천, 후기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자아(ego)는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존재는 여러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파악하여 존재가 본인의 자아와 합일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종종 인간이 짧은 시간 내에도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변덕이 심하고 신념의 뿌리가 얕은 사람인 탓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쩌면 그가 최근에 자아가 변화할 수 밖에 없는 변곡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 인생은 내가 누구인지, 나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파악한 바를 토대로 스스로 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여 실행하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고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자아의 일부분, 엄밀히 말하면 .. 2022. 3. 27.
[캐던헤드 오리지널 컬렉션 부나하벤 7살, CADENHEAD ORIGINAL COLLECTION BUNNAHABHAIN 7yrs] 큐레이팅 한다는 것 [캐던헤드 오리지널 컬렉션 부나하벤 7살, CADENHEAD ORIGINAL COLLECTION BUNNAHABHAIN 7 yrs] 큐레이팅 한다는 것 오늘 예스 24 블로그에 기분 좋은 댓글이 달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감상평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글을 읽게 되었고, 짧은 책을 읽은 것 같았다,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는 내용의 짤막한 칭찬이었다. 그이는 책을 결국 샀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다만 짤막한 감사의 말씀을 남겼다. 노출도로 따지면 매일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로그와 인스타를 통해 나의 글을 접하지만 이것을 읽고 피드백까지 남기는 사람은 보통 6명, 특히 많은 날은 20명 정도다. 내 감상을 남기려고 시작했던 기록이 누군가의 감상에도 영.. 2022. 3. 25.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가르추크] 영원의 시간이 흐르는 강과 닿지 못한 마음들이 모이는 강 기슭 / 노벨문학상 수상작 북 리뷰, 독서 일기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가르추크] 영원의 시간이 흐르는 강과 닿지 못한 마음들이 모이는 강 기슭 그럴 때가 있다. 애써 꾹꾹 눌러 보낸 마음이 전혀 가닿지 않는 때. 말풍선 옆으로 작은 1은 사라졌지만, 내 마음은 영영 가닿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글씨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모양이 완전한 무위로 돌아가버리는 때가. 획이 해독되지 못한 채 공기 중을 뚜뚜- 정처 없이 가르는 때가. 종종 인간은 그런 애달픈 상황을 겪어야 하는 모양이다. 속도 모르고 강은 흐른다. 저도 저의 배 밑에 무엇을 깔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묵묵히 자갈 위를, 부드러운 흙 위를, 하염 없이 걷는다. 강 가운데 깊은 곳에서는 돌을 지붕 삼아 눈 부신 햇살을 피해 새우잠 자는 물고기들이 자란다. 강가에는 수풀이 자라 강에 ..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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