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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었다71

[소마 - 채사장, feat.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킹스베이케이션 King's Vacation] 밤의 오목함에 한가득, 재즈가 고였다. [소마 - 채사장, feat.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킹스베이케이션 King's Vacation] 밤의 오목함에 한가득, 재즈가 고였다.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태동한 음악이다. 흑인 음악의 특성에 클래식, 행진곡, 대중음악의 면모를 쌓아 자유롭게 구성한 장르로, 마음 먹고 이렇게 하면 '그게 바로 재즈'라고 부를만한 범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곡마다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동적인 리듬감과 연주 형태가 즉흥적이라는 것인데,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을 재즈라고 부를 수 없다는 점이 재즈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 자유로움도 세계를 만드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체에 밭쳐 놓은 시간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졌다. .. 2022. 4. 14.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오래된 사유는 없지만 영원한 사유는 있다. / 처음으로 e북으로 완독한 작품! 책 후기, 북리뷰!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오래된 사유는 없지만 영원한 사유는 있다. 내가 떠올리는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 나는 뛰고 있다. 다섯살 쯤 되었을까. 아빠가 청자켓으로 루나를 둘둘 말아 껴안고 옆에서 달리고 있다. 회색빛 도는 연청자켓에 시뻘건 피가 철철 흐른다. 엄마는 울면서 넘어지면서 뛰고 있다. 루나는 고집 센 아이었고, 태생이 대장부였다. 홀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배운 후로는 도움 받아 계단 위를 오른 역사가 없는 아이였다. 그날 우리 가족은 단골 경양식 식당에 가고 있었다. 인기 많은 식당이라 아빠는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았고, 엄마와 나와 루나는 느릿느릿 해실해실 웃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떠올릴 때 늘 오르페우스의 비극을 생각한다. 계단 끝에 거의 다달아 달큰한 .. 2022. 4. 6.
[단순한 진심 - 조해진 feat. 호라이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단순한 진심과 가족의 의미 [단순한 진심 - 조해진 feat. 호라이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단순한 진심과 가족의 의미 모니터에 주황색 불이 깜빡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회사 동기이자, 같이 와인을 마시며 드라마 이나 를 보면서 눈물 흘리고, 유럽까지 함께 날아가 일주일 이상을 함께 보냈던 친구의 이름이 번쩍번쩍하는 주황색 불 한가운데에 쓰여 있었다. '언니, 나 대박사건!', '응? 무슨일이야!' 답장하자마자 '언니 생일 있잖아! 나 그 날 결혼해! 어제 식장 예약했어!'하고 답장이 되돌아온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지만(앞선 두개의 피드 참고) 시간은 이내 곧 일어나 제자리를 탈탈 털고, 아픔을 딛고 뚜벅뚜벅 걷는다. 그 대견한 걸음마를 보고 있으면 시간의 순리(順理, 순응할 순, 다스릴 리)란 어쩌면 역사의 눈물을 젖줄 삼아.. 2022. 4. 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북리뷰, 독서 후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현실과 사실, 그리고 말 줄임표. 정적이 흐르는 강의실에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성균관은 역사, 동양철학, 유교문화와 관련된 기본소양을 배우는 강의를 수강하여야만 졸업할 수 있다. 그런 강의들은 필수 강의 특성상 학년, 성별, 취향,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한 학생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강의실 하나 그득 들어찬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울고 있었다. 지금은 수업 이름도, 성함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교수님의 아연한 멈춤이 강의실 뒤편까지 화면을 타고 송출되고 있었다. 방금까지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누군가의 이름과, 그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흐느낌과 망설임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간신히 강의실을 채웠다. "저도 알아요. 근데.. 2022. 4. 1.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더 이상 얕은 까망이 두렵지 않다. /독서 일기, 북 리뷰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더 이상 얕은 까망이 두렵지 않다. 거실에 누워 번쩍 눈을 떴다. 볼록한 내 배가 보이고, 그 너머로 거실 베란다 창문 멀리 산 꼭대기에 벌써 어둠이 걸리고 있었다. 밤은 위에서부터 온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었던 슈퍼 앞에 달린 샷다문처럼 드르륵하고 위에서부터 어둠이 내려와 세상이 그 속에 잠긴다. 엄마- 불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고, 동생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기었다. 부딪히고, 울면서, 소리 지르면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 쪽에 난 창문으로 기었다. 눈을 뜨면 산 머리에 그득한 어둠처럼 어둠이 위에서부터 나를 집어삼킬까 봐 오들오들 떨었다. 사과 트럭 아저씨가 빌라 앞에 왔는지 확성기에서 사과 팝니다- 사과- 소리가 나고, 겨우 창문에.. 2022. 3. 29.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 북리뷰, 독서 일기, 책 추천, 후기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자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 자아(ego)는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존재는 여러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파악하여 존재가 본인의 자아와 합일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종종 인간이 짧은 시간 내에도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변덕이 심하고 신념의 뿌리가 얕은 사람인 탓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쩌면 그가 최근에 자아가 변화할 수 밖에 없는 변곡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 인생은 내가 누구인지, 나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파악한 바를 토대로 스스로 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여 실행하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고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자아의 일부분, 엄밀히 말하면 ..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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