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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었다71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우리는 저마다 고도를 기다린다. feat. 오미크론으로 인한 7일간의 격리 생활, 코로나 극복기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우리는 저마다 고도를 기다린다. 날이 밝았다. 고도를 기다린다. 날이 저물었다. 소년이 고도의 전갈을 가지고 왔다. 고도는 내일 온다. 고도가 무엇인지도, 어떤 의미인지도, 왜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귤이 있다. 귤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귤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음으로써 가능하다. 귤이 부존재를 잊으면 귤은 존재한다. 귤이 없다. 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것은 귤이 존재하다는 사실을 잊음으로써 가능하다. 귤의 존재를 잊으면 귤은 부존재한다.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우리가 고도를 기다려도 영영 오지 않았음을 잊음으로써 가능하다. 고도의 부재의 현존을 잊으며, 우리는 고도를 기다린다. 의 고도의 의미 독해와 관련한.. 2022. 3. 3.
[밝은 밤 - 최은영] 아, 창 밖은 밝은 밤이다. (북리뷰, feat. 오미크론 확진으로 인한 격리 생활) [밝은 밤 - 최은영] 아, 창 밖은 밝은 밤이다. 어매. 어매. 가지 마시오. 나만 두고 가지 마시오. 어매. 내가 기억하는 첫 죽음은 7살, 8살이나 되었을까, 유독 추위가 매서웠던 어느 겨울이었다. 내내 병석에만 누워 계셨고 거동도 못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처럼 꼴을 베어 소를 멕이고, 해바라기를 하면서 우리 자매와 놀아주실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큰아버지 댁 할매방에 들어가면 느껴지던 희미하게 코를 찌르는 누르스름한 냄새와 보일듯 말듯한 할머니의 희미한 손짓이 싫어서 할매방 문턱을 넘은적이 좀처럼 없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버릇 없이 굴고 멀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벌을 받을까봐 벌벌 떨며 아빠 차에 올랐다. 그날 따라 달이 크고 둥그렇고, 잡힐듯, 시야에 가득했다. 철 없던 손녀는 .. 2022. 3. 1.
[헛간을 태우다(반딧불이) - 무라카미 하루키]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 2021.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질적으로 머물러 있다고 하여 그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고,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판단이 늘 절대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다.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으면서, 그러나 절대로 서로 닿지는 않으면서, 매주 토요일 말없이 걷던 두 친구가. 일년 후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더 시간이 지나 밤하늘 아래 체온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도. 서로의 곁에 누워 있어도. 창 밖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두 눈이 공허하게 텅 비어 있는 이상 상대방의 존재를 믿는 다른 한쪽은 결국 고독속에 혼자 남고 만다. 의미 없는 말들로 허공을 채워 다가오는 결말을 외면해 보려는 노력은, 많은 말들을 주워 삼겨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2022. 2. 21.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철학이란 무엇인가, 망원동의 작은 서점 로우북스에서의 독서모임 후기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이 회사내 보직 변경과 관련해서 상담해달라고 연락해왔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는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마음에 들고, 관련 업무능력을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두시간여를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부서가 사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고, 그럼에도 인사상 특혜를 받는 부서라는 인식이 고민의 원인인 것 같았는데 이 또한 부인했다. 각종 변명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사람이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결정에 불필요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아무래도 현재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자발적으로 지원하기는 껄끄러운 상태인 것 같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타인의 가치평가가 낮으면 실제로 그것의 가치가 낮아지는가.. 2022. 2. 16.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feat. 독서, 북리뷰 작성 장소 제공 : 문래동 핫플 흠스홈 📖📖📖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희생, 의미 있는, 혹은 의미 없는 죽음이 지나면, 결국엔 추모하는 마음만 남아 존재가 지난 자리를 조용히 대신한다. 슬픔과 슬픔의 묵직한 중량은 오직 아직 남은 자들만이 감당해야하고, 감당할 수 있는 몫이다. 철창에 매달려 휘날리는 노란리본의 색이 빛에 바래고, 더 이상 그 앞에 찾는 이 없어도, 누름돌이 세월의 풍파에 깎여 나가서이지, 모두가 그 날을 잊어서는 아니다. 곁을 떠난 존재는 그렇게 아직, 남은 자들의 일상에 문득이나마 함께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동양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전세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더니즘 사조의 선두가 된 작가다. .. 2022. 2. 14.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작은 나사 옆에 박힌 작은 나사가 된다.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A Room of One's Own - Virginia Woolf(1929)] 작은 나사 옆에 박힌 작은 나사가 된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라고. 수사기관에서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니체의 를 읽으며, 이 구절을 무심코 지나치기 힘들 것이다.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 해결을 위해 현상을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현상의 잔상이 망막에 남아, 정작 해결책이 눈 앞을 지나갈 때 알아채지 못하고 놓쳐버리거나, 문제 현상에 익숙해져서 외부 자극에 무덤덤해지게 된다. 다양한 케이스를 맡아 조사한 것은 아..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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